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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기초선거 공천 유지… 6·4선거 결과는?- 김재익(논설위원)

  • 기사입력 : 2014-01-17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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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해가 시작되면서 세 사람 이상 모이면 화제는 올해 치러지는 6·4지방선거이다. 지방선거에서 수적인 면에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하는 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포함하는 기초선거이다. 따라서 기초선거에는 현직 단체장과 기초의원은 물론이고 이번 선거에 처음으로 뜻을 둔 정치 신인이나 지난번 선거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시고 설욕을 노리는 재도전 후보 등 선출해야 할 자리가 많은 만큼이나 많은 후보들이 본격적으로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후보들의 바쁜 마음과는 달리 정작 정치권에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를 매듭짓지 못한 채 갈등을 빚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공통적으로 지난 대선 때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었다. 따라서 대선이 끝난 직후 여야는 선거법 개정 협상에 나서는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

    대선 이후 1년 동안 정치권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놓고 끝없는 공방을 벌이면서 이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여야는 지난달 12일에야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해 벼락치기 논의에 들어갔으나 공천 존폐에 따른 유불리를 따져 가며 샅바싸움만 계속해 왔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굳히고 내주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확정할 듯하다.

    새누리당의 정당공천제 유지의 가장 큰 이유는 ‘위헌 소지’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기초선거에서 정당공천 배제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고, 새누리당은 이를 근거로 공천제 폐지는 없던 일로 방향을 잡았다. 새누리당은 당내에 쟁쟁한 율사 출신 의원들이 포진하고 있는데도 이런 위헌 시비를 모르고 대선 공약으로 채택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선이 끝나고 1년 내내 정쟁만 거듭하다가 선거가 가까워져서야 공약을 파기하는 데 대해 국민들은 수긍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의 시대로 평가되는 당나라 태종 시기를 태종의 연호인 정관을 빌려 ‘정관(貞觀)의 치(治)’라 일컫는다. 태종은 태자인 형과 아우를 제거하는 쿠데타로 황제에 즉위하긴 했으나 탁월한 정치를 펼쳐 당나라를 번영의 길로 이끌었다. 정관의 치 초기 당나라 정치 노선은 왕도(王道)와 패도 (覇道)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태종은 백성들에게 인정을 베풀며 다스리는 왕도와, 강력한 법률로 천하를 다스리는 패도 가운데 왕도를 택했다. 왕도는 국가와 백성 간의 화합과 공존을 강조하는 것으로, 국가가 어떤 정책을 실시하면 백성은 적극 호응하게 된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도 왕도의 통치 측면에서 국민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 헌법을 내세우며 대선 공약을 철회하려 하지만 새누리당이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민심이다. 전국의 많은 언론사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두가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를 유지하려는 속내는 만약 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서울 및 수도권에서 선거를 참패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더 크다는 게 중론이다. 지방선거에서 지역 정치인들을 쥐락펴락하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유지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공천제 유지는 새누리당의 발표만 남았을 뿐 확정적이며 이는 대통령 공약을 당론으로 공식 철회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공천제 폐지를 약속한 공약이 폐기된다면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적어도 국민에게 진정한 사과는 해야 한다. 대선 때 지지를 받은 대통령과 수권 여당으로서 기본적인 자세이다.

    공자는 ‘정치란 행동을 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인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적당한 이유를 들어 원칙을 바꾸는 데 대해 따라갈 국민은 많지 않다. 국민들의 눈은 정확하다. 이번 기초선거 공천제 유지 결정이 6·4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지켜볼 일이다.

    김재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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