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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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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반풍수 집안 망친다

  • 기사입력 : 2014-01-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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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은 부모를 통해서 태어난다. 음양생기의 정이 응고돼 부모도 되고, 부모의 정기가 굳어져 자식도 된 것이다. 따라서 부모 정기의 연장 발전으로서 부모와 자식은 그 정기의 본(本)과 말(末)이다.

    부모의 정기는 뼈이며 부모의 뼈가 생기를 받음으로써, 풍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풍수에서는 부모의 살과 피가 가능한 한 빠르게 부패돼 뼈로 되기 쉬운 터를 길지(吉地)라 하며, 영구히 부패하지 않는 터, 뼈가 부패되지 않고 검게 변하는 터, 뼈가 급속히 부패하는 터는 흉지(凶地)로 본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에 위치한 마곡사의 사적입안(事蹟立案) 기록에 따르면 마곡사는 640년(백제 무왕 41년)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오고 있으며, 고려 명종 때인 1172년 보조국사가 중수하고 범일대사가 재건했다고 한다.

    도선국사가 다시 중수하고 각순대사가 보수했으며, 안동 하회마을과 도산(경북 성주지역의 옛 이름)과 같이 수태극(물줄기의 형상이 태극으로 되어 있는 것)을 이루고 있는 지기(地氣)가 좋은 곳이다.

    대웅보전과 영산전, 5층 석탑 등이 보물로 지정됐으며, 조선 세조의 친필 현판(靈山殿)도 있다. 특히 백범 김구 선생이 황해도 해주에서 일본군 중좌를 처단하고 이곳 마곡사로 도피해 잠시 승려생활을 하며 은둔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곡사의 대웅전 뒤쪽에 군왕지지(君王之地, 임금이 나는 터)가 있다는 소문이 나돌자 몇몇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암장(暗葬)을 하기 시작했는데, 암장을 한 후에는 천둥번개가 치고 억수 같은 비가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전 마곡사의 꽤 높은 위치에 있는 스님이 소문은 맞지만, 군왕지지라고 하는 명당의 위치가 대웅전 뒤쪽이 아니라 영산전 뒷산이라고 했다.

    실제 그곳에는 군왕대(君王垈)라는 푯말, 그리고 세조의 거동 사실과 계속되는 암장의 방지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다.

    군왕대는 마곡사에서 가장 지기 (地氣)가 강한 곳으로 가히 명불허전이며 임금이 나올 만한 터라고 해 붙여진 이름으로 이곳에 몰래 매장해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선 말기에 암매장된 유골을 모두 파낸 후 돌로 채웠다.

    세조가 군왕대에 올라 “내가 비록 한 나라의 왕이라 하지만, 만세불망지지(萬世不亡之地)인 이곳과는 비교할 수 없구나”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영산전은 어진 정승과 용맹스러운 장수를 만들어낸다는 태화산 군왕대를 주산으로 하는 혈자리다. 현재 남아 있는 마곡사 건물 중 가장 오래됐으며, 1650년에 보수돼 현재 보물 제800호로 지정돼 있다. 영산전의 주산인 군왕대는 산등성의 기상이 활기찬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혈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은 갖췄지만, 깊은 산중이라 주위 사방이 높게 막혀 있어서 일반인이 거주하기보다는 묏자리나 수행하는 장소로 적합한 곳이다.

    지관이나 풍수 학인들이 묏자리를 찾을 때 첫째, 마을 입구에서 이미 자리가 나오는지의 여부를 개략적으로 판단하고 둘째, 산등성이를 오르내리면서 최종 감결을 한다.

    혹여 괴혈(怪穴,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 있는 명당)이나 자연이 원칙을 벗어나 만들어 놓은 좋은 자리를 발견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극히 드물다고 봐야 한다.

    3년 전 필자에게 묏자리를 감결해달라는 의뢰인이 있었다. 몇 군데 봐두었던 자리를 자세한 설명과 함께 모두 흉한 터라고 하자 그때부터 혼자 다니거나 부동산 중개업자의 소개로 적어도 60군데 이상 자리를 보았다고 한다.

    필자가 처음 몇 곳을 장시간에 걸쳐 현장의 주요 포인트를 가리키면서 좋은 터와 나쁜 터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니까 자신감이 생겨 혼자서도 충분히 좋은 자리를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수 년간을 헤매고 다녔다고 한다.

    결국은 사무실에 찾아와서 처음에 필자의 설명을 들을 때에는 이해가 돼 산을 보러 다녔는데, 보면 볼수록 산을 알 수가 없더라고 하면서 ‘반풍수 집안 망친다’는 의미를 절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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