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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국민의 재산권 보장과 금융기관의 자체 평가- 이경희(한국감정평가협회 울산경남지회장)

  • 기사입력 : 2013-11-18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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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고자 할 때 금융기관은 그 담보물의 가치를 알아야 얼마나 대출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가 있다.

    1969년 이전에는 담보물의 가치를 금융기관 자체에서 판단해 오다가 복잡하고도 다양한 담보물의 가치를 비전문가인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잘못 판단하게 되면 금융기관의 부실화가 우려되면서, 정부는 금융기관 자체 담보평가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1969년 이후 독립된 감정평가기관이 담보평가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외부 전문가인 감정평가기관에 객관적이고 공정한 가치를 물어서 그 결과에 따라 담보대출 금액을 결정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때 발생하는 감정평가 수수료와 근저당 설정비용을 ‘갑’의 지위에 있는 금융기관이 ‘을’의 위치에 있는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시켜 왔다.

    감정평가와 근저당 설정의 수혜자인 금융기관이 감정평가 수수료와 근저당 설정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2011년부터는 대출에 따르는 담보설정비용(감정평가수수료) 등을 금융기관이 부담하게 됐다.

    그간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할 대출관련 제반 비용을 경제적 약자인 채무자에게 떠넘겨 왔다는 사실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밝혀짐에 따라 채무자들이 그간 부당하게 부담해온 비용을 돌려달라고 하며 집단소송을 청구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대출 관련 제반 비용을 금융기관이 부담하게 되면서 경비를 절감한다는 이유로 담보물의 가치를 전문성이 없는 금융기관 자체에서 하기 시작하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게 됐다.

    금융위원회 역시 금융기관의 자체 담보평가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이유에서 ‘은행업 감독규정’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이는 금융기관의 입장만 대변할 뿐 감정평가제도의 도입 취지에 반하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6월 14일에는 국토해양부와 감정평가업계가 사실상 금융기관의 자체평가를 허용하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출했으며, 지난해 8월 8일에는 금융위원회가 자체 감정평가에 관한 규정을 제외한 ‘은행업 감독규정’을 고시(금융위원회 고시 제2012-18호)하게 됐다.

    지난해 12월부터는 관련 사항 개정을 위한 금융위원회 내 태스크 포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나 다섯 번에 걸쳐 기간을 연장함에 따라 올해 12월 말까지 연구용역 수행이 늦춰지게 됐다.

    감정평가업계는 지난 40여 년간 은행의 우월적 지위 때문에 은행의 요구에 순응해 담보 감정평가 업무를 성실히 수행해 왔다. 연간 35만 건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의 탁상자문에 무상으로 응해왔으며, 업무 수행을 완료하고도 연간 500억 원 상당의 수수료 및 실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상황임에도 금융기관이 자체평가를 확대하려는 것은 담보평가의 객관성 공정성을 확보해 국민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보장하려는 취지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며, 전체 감정평가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담보평가 시장의 붕괴에 따라, 안정적인 세수 확보와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잡으며 국가 경제발전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감정평가업계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한편, 담보물의 가치평가에 전문성이 부족한 금융기관이 대출 영업을 경쟁적으로 함으로 인해 담보물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경우에는 담보채권의 부실화로 이어져 세계 경제를 뒤흔든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위기를 촉발시킬 수도 있으며 국가경제를 뿌리부터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자체 감정평가 확대는 정책방향과 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며 헌법 제2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재산권보장 규정을 침해하는 조치로서 대외적인 신인도 저하와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관은 본연의 금융 업무에 충실하고, 감정평가업무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인 감정평가업자가 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 부실 위험을 최소화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이경희 한국감정평가협회 울산경남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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