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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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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어려움을 넘기는 경영의 지혜- 서영옥(화인테크놀리지 대표이사·경남벤처산업협회 수석부회장)

  • 기사입력 : 2013-09-2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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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나라 인종 2년에 절강지방에 큰 기근이 들었다. 그때 지방관리인 범중은 관청에 비축된 곡식을 아낌없이 방출하여 백성들을 구휼했다.

    절강지역은 전통적으로 보트경기를 즐겼는데 범중은 백성들을 모아 매일 아침 서호에서 연회를 베풀며 경조대회를 열었다. 기근이 계속됐지만 범중은 봄부터 여름까지 경조대회를 쉬지 않았고 주민들도 서호에 모여 경조를 즐겼다. 그는 또 사원의 주지들을 불러모아 기근이 들었을 때 품삯이 가장 싸니 이때 절을 수리하고 불사를 일으키라고 권고했다. 관청의 창고를 새로 짓고 숙사를 짓는 공사도 벌였다. 그래서 매일 1000명이 넘는 마을사람들이 공사에 동원됐다.

    감사가 범중을 조정에 탄핵했다. 백성은 기근에 시달리는데 범중은 매일 경조를 즐기고 큰 공사를 벌여 백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범중은 조정에 해명하는 상소를 올리게 됐다. 기근에 시달리는 이 시기에 경조를 열고 큰 공사를 벌이는 이유를, 일이 없으면 백성들은 굶어죽어 도랑에 뒹굴게 될 것이라고 했다. 1년이 지나자 범중이 다스리던 지역만 기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기근이 들었을 때 오히려 공사를 일으켜 실업자를 살게 한 방법이 적중한 것이다.

    반면에 어떤 지방관들은 재해를 이유로 부자들의 뱃놀이를 금지시키자 이들은 다른 데 가서 놀았고, 부자들의 뱃놀이에 의존해 살 수밖에 없었던 수백 명의 서민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고 유랑민이 되었다. 범중의 조처와는 비교되는 사례이다. 어려운 시기에 삶의 지혜는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집단운영에도 참고할 시사점이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대기업은 수출이 잘되어 현금을 은행에 가득 쌓아놓고 있다고 한다. 수출은 잘되지만 대학졸업 실업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우리 기업들의 역할이 크다. 정부에서는 대기업의 투자를 독촉하고 있지만 별 성과가 없다고 한다. 왜 대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을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투자할 만한 메리트가 무엇인가? ‘훌륭한 자질을 갖춘 인력은 풍부하다’, ‘품질 좋은 중소기업의 부품 조달이 쉽다’, ‘메이드인 코리아는 세계가 인정해준다’ 등이다. 반면 메리트가 없는 것으로는 ‘공장 지을 땅값이 비싸다’, ‘노임이 비싸다’, ‘경직된 노동환경과 허가 얻기에 많은 규제와 시간이 걸린다’ 등을 꼽고 있다.

    지난 8월 28일 대통령께서도 국내 10대 그룹 회장단과 오찬을 같이하면서 30대 그룹 상반기 투자고용실적 및 하반기 계획발표를 들은 뒤 선제적 투자 필요성과 일자리 창출에 기업의 의지를 촉구했다. 기업의 자발적인 투자를 촉구하면서 투자 확신에 대한 환경도 아울러 만들어 주겠다 하니 하반기 이후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기대된다.

    최근 우리 벤처기업도 지난해 불황 속에서도 매출 1000억 기업이 전국적으로 416개로 나타났다. 이들의 성공 요인은 하나같이 꾸준한 R&D투자 및 연구인력 확보와 글로벌 진출전략으로 나타났다.

    즉 대기업이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품질관리도 향상되고 있는 건 부인할 수가 없다.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그야말로 홍수 속에 있다. 연간 150여 개 기관에서 750여 가지가 쏟아진다 하니 이 모두를 우리 중소기업인들이 받아보고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확한 정보, 가치 있는 정보를 골라내는 능력이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경남벤처산업협회에서는 쏟아지는 정책정보를 매주 간략하게 요약해 전 회원사로 전파해 주는 것을 우리 회원사들은 모두 잘 활용하고 있다. 이제 우리 중소기업인들도 운영혁신으로 종업원의 꿈을 이뤄줄 수 있는 강하고 투명한 기업으로 가야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안정된 기업에서는 정부의 R&D는 창업 기업에 양보하고 자기의 능력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고전에서 배우면 좋겠다.

    서영옥(화인테크놀리지 대표이사·경남벤처산업협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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