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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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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의 풍수지리] 명당은 사람을 알아본다

  • 기사입력 : 2013-08-26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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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신선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내용인즉슨 온갖 나쁜 짓을 하여 치부(致富)하고, 악행을 저질러 남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인간도 명당에 묻히기만 하면 후손이 잘되는가 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돈 없고 권력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인간사 모든 일이 불공평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적선지가 필유여경 적불선지가 필유여앙(積善之家 必有餘慶 積不善之家 必有餘殃·선업을 쌓으면 반드시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지만 악업을 쌓게 되면 반드시 재앙을 당하게 된다)’이란 문구야말로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 여정에서 한 번쯤 되새겨 볼 만하다.

    아무리 돈이 많고 권력이 대단해도 선업(善業)을 쌓지 못하면 천하의 명당도 시신을 거부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매국노 이완용의 묘 (墓)를 들 수가 있다.

    1926년 당대를 호령하며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던 이완용은 유명한 지관을 통해 자신의 신후지지(身後之地·살아 있을 때 미리 잡아 두는 묏자리)를 정해두었다고 한다.

    이완용이 죽은 지 50년 후에 그의 후손들이 파묘(破墓)하여 화장(火葬)을 하면서 명당의 내부를 보게 되었는데, 가죽나무에 옻을 입힌 관이 고스란히 있고 ‘조선총독부중추원부의장 정이위대훈위 후작우봉이공지구(朝鮮總督府中樞院副議長 正二位大勳位 侯爵牛峯李公之柩)’란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중추원은 조선총독부의 어용 자문기관이며 우봉은 이완용의 호였다. 유골은 화장되어 인근의 장암천에 뿌려졌고 관 뚜껑은 원광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당시 묘지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묘지에는 잡초와 아카시아가 무성하여 제거를 해도 광중(壙中·시체가 놓이는 무덤의 구덩이 부분)의 관을 칭칭 감을 정도로 뿌리를 뻗고 있었다고 한다.

    풍수용어로는 이를 목렴(木廉)이라 하여 대단히 흉하게 여긴다.

    광중을 팔 때 대다수의 사람들이 토질과 토색이 좋으면 혈토라 하여 명당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생각은 자칫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물론 토질은 잔돌과 흙이 섞여 있는 것보다는 마사토나 고령토가 좋으며, 토색도 단색(單色)보다 오색토(五色土)가 좋은 것은 사실이나, 토질과 토색이 혈을 판단하는 최종적인 기준은 될 수가 없다.

    만일 형국이 불길한데 토색을 모두 갖추었다고 해서 묘를 쓴다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당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약 15년 전 지인의 죽음으로 모처(某處)에서 광중을 파는데 토색이 눈부신 자황색을 띠고 있으며, 토질은 돌처럼 단단하지만 손으로 만지면 미세한 가루처럼 고운 입자인 비석비토(非石非土)였다. 상주와 인부들은 명당이라고 하면서 슬픈 와중에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세월이 30년 지난 지금 발복(發福)은 고사하고 아들의 사업 실패, 형제 간의 불화, 화재 등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명당에 묘를 썼다는 기쁨과 기대감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이장(移葬)이나 화장(火葬)을 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는 2001년 김종필 총재가 자신의 부모님을 충청남도 부여에서 예산 신양면으로 이장을 했다. 그 묘소 주변의 파헤쳐진 흙은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밝은 색을 띠고 있었는데, 보는 사람마다 감탄을 하며 지레짐작으로 총재 부모님 묘를 제왕지지(帝王之地)라 하며 극찬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그 땅은 용이 계속해서 흘러 지나쳐가는 과룡(過龍)으로서, 혈이 될 수 있는 당판과 입수 등의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무맥지지(無脈之地)일 뿐이었다.

    물론 풍수학인 중에는 아직도 명당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도 있을지는 모르겠다. 당시 모 주간지는 작업한 사람의 말을 인용하면서 광중의 흙이 아주 좋은 혈토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은 물이 곧게 빠져나가고 백호는 마치 혈을 외면하듯 등을 돌리고 있으므로 혈토가 명당의 요건에 일부분이 될 수는 있지만, 토질과 토색이 좋다 하여 반드시 명당이라고 할 수는 없다.


    (화산풍수·수맥연구원 055-297-3882)

    주재민(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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