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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농지와 당랑재후(螳螂在後)의 교훈- 안효량(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13-07-2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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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날 장자(莊子)는 이마를 스치고 지나가는 참새 한 마리를 잡으려고 밤나무 밭에 쫓아 들어갔다. 참새는 사마귀 한 마리를 노리고 있었고, 사마귀는 나무 그늘에서 여유롭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 매미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장자는 생각했다. “매미 뒤에 있는 사마귀, 사마귀 뒤에 있는 참새, 참새 뒤에 있는 사냥꾼인 나. 그렇다면 내 뒤에도 누가 있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어 자신이 남의 밤나무 밭에 무단으로 침입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가 미처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밤나무 밭 관리인이 “도둑 잡아라”하고 고함치며 쫓아 들어왔다는 고사(故事)가 있다.

    자신에게 닥쳐올 위험을 모르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일깨워 주기 위한 장자의 가르침이 바로 당랑재후(螳螂在後) 또는 당랑포선(螳螂捕蟬)이라는 고사 성어다.

    세상 모든 일은 사슬처럼 연결돼 있어서 우리가 어떤 이익을 좇으면 분명히 그 뒤에 더 강력한 누군가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소탐대실(小貪大失)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인사청문회에서 농지 등에 대한 부동산 투기로 몰려 낙마하는 고위공직자의 사례가 많이 보도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당랑재후의 교훈은 물론 농지은행이란 제도만 알았더라도 부도덕한 사람으로 몰리진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중앙부처의 한 차관은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것 때문에 차관에서 물러난 것은 물론 지난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비례대표에서 물러나야 하는 낭패를 당했다.

    인기 코미디언 모 씨도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 인근 농지를 구입했다가 투기조사를 받는 중에 농지를 기부하는 해프닝이 있기도 했다. 감자를 재배하겠다는 영농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자경하지 않고 임대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제19대 국회의원의 20%가 농지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고위공직자나 유명인사들뿐만 아니라,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하거나 농지를 자경하지 않아 농지의 처분명령을 받는 부재지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1년도에만 농지처분의무 통보를 받은 부재지주가 9527명에 이른다.

    부재지주들이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하는 이유는 대부분 쌀 직불금이 탐이 나서라기보다는 임대 사실이 드러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임대 사실을 숨기면 농지법에서의 자경의무와 농지를 매도할 때 양도세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농지이용실태조사나 쌀 직불금이행 점검에서 이런 사실이 드러날 경우 낭패를 보는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부재지주는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은행을 통해 농업인에게 8년 이상 장기임대하면 농지법의 자경의무는 물론 소득세법에서도 일반세율을 적용받아 양도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소득세법에서는 농지의 소재지와 동일한 시·군·구에 거주하거나 연접한 시·군·구(또는 농지로부터 직선거리 20㎞ 이내)에 거주하면서 자경해야만 양도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임대사실을 숨기거나 자경만 하면 무조건 양도소득세 감면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부재지주의 무지와 이들의 욕심이 위법 부도덕한 사람을 낳고 있는 것이다.

    부재지주들이 합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하면서 정당한 임대료는 물론 양도소득세 중과세도 피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농지은행이다. 농지은행사업의 활성화로 농지의 효율적 이용은 물론 부재지주들이 소탐대실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안효량(한국농어촌공사 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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