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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등돌린 지원금 고개 숙인 문학

  • 기사입력 : 2013-06-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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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턱없이 적은 지원금… 높기만한 문턱

    경남문화재단 문학지원금, 전체 예산의 0.5% 그쳐
    예산 적은데 지원 건수는 많아 효율적 배분 안돼
    공연·미술에 예산 집중… 사업 참여조차 힘들어


    재단은 관심 없고 문단은 의지 없고

    지역문단, 성과 경쟁서 밀리고 시민 소통에도 소극적
    경남문화재단 - 지역문인과 대화 통해
    소통-창작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머리 맞대야



    문학의 위기라고 한다. 문학 책은 더 이상 팔리지 않고, 사회 속 문학의 역할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이는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자체 문예진흥기금이나 메세나 등의 예술지원 현황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문학 장르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 되기 때문이다.

    경남 대표 문예기관인 경남문화재단의 예산을 살펴보자. 재단은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 및 특성화를 위해 연간 280억 원 상당의 예산을 투자한다.

    그중 문학 관련 예산은 1억 원에 그친다. 나머지 예산은 보거나 들을 수 있는 공연, 회화에 집중된다.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문학이 비정상적으로 소외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전체 금액이 적다 보니, 지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재단의 문학 소외 현상의 원인을 찾아보고, 지역 문학 발전을 위한 재단의 지원 방향과 대안을 고민해 본다.

    ◆재단의 문학지원 현황 경남문화재단의 문학 관련 지원 예산은 약 1억1000만 원이다. 전체 예산에서는 0.5% 수준이다. 이는 재단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에서 실제 문학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재단에서 진행하는 총 7개의 사업 중 문학 참여가 가능한 것은 ‘지역문예육성지원’과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 2개에 그친다. 그마저도 문학 비중은 적다.

    올해 지역문예육성지원기금 사업의 총 예산은 110억 원이지만, 문학 지원은 9000만 원에 그친다. 총 10개 분야 중 전통(2억1500만 원), 음악(1억5000만 원), 무용(1억3200만 원), 문화일반(1억1600만 원), 미술(1억1200만 원), 연극(1억500만 원)에 이어 예산 순위가 7번째다.(그래픽 참조)

    문제는 예산은 적은 반면, 지원 건수는 31건으로 타 장르 대비 많은 편이라 개별 지원 금액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전체 예산도 적은데다 금액마저 나눠갖기 식으로 쪼개버리면 효율적 지원이 어렵다.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24개 문학단체가 기관지 발간 및 예술 행사 비용으로 300만~400만 원을, 7명의 문인이 개인창작비용 200만 원을 지원받았다. 결국 ‘골고루 나누기식 예산지원’으로 형식적인 지원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역의 한 문인은 “부산문화재단은 개인창작비용을 300만 원 주는데, 도에서 개인에게 200만 원만 주는 것은 빚내서 책을 내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예산을 늘려서 많은 지역 문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도 좋겠지만, 진흥기금이 지역 문학발전을 위해서 제대로 쓰이려면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이 밖에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사업’도 문학 장르의 참여가 가능하다.

    올해 레지던스 프로그램 사업에는 총 7개 단체에 3억 원의 예산이 지원됐으며, 그중 문학단체는 마루문학회 1곳으로, 3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전체 예산의 10% 수준이다.

    나머지 우수예술단체 시군 순회공연,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시도기획 지원사업 등은 문학 장르의 참여가 불가능한 사업들이다.

    경남문화재단 신희재 팀장은 “문학은 타 장르에 비해 투자비용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예산이 적은 것이 사실”이라며 “문학에 지원이 가능한 레지던스 사업에 앞으로 문인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단은 무관심, 문인들은 의지 없어 예술지원 사업에서 문학장르가 소외되는 원인을 하나로 꼽을 수는 없다.

    경남문화재단은 지역민과 함께하는, 소위 ‘소통’의 성격을 지닌 사업에 중점 지원을 하기 때문에 개인 창작 위주인 문학이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문학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 문학단체의 시화전, 백일장을 비롯해 개인 창작집 제작 등에 그치기 때문이다.

    경남문화재단 관계자는 “문인들이 독자·시민들과 소통하는 활동을 기획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아직까지 지역 문단은 소극적이다”며 “문인들 스스로 레지던스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기획 사업을 구상하는 등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단의 소극성에 대해서는 지역 문인들도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재단이 모든 문화예술 장르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음에도, 문학장르 활성화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 지역 문인은 “타 장르와의 성과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문학을 배려해야 함에도 경남재단은 너무 무심하다”며 “부산문화재단의 시인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수필을 써서 책을 내면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처럼 지역 문인들과 지역, 그리고 시민들을 연결시켜 주는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통 통해 맞춤형 프로그램 개발해야 경남 문단과 경남문화재단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같다. 기금의 유익한 활용을 통한 지역의 문화 발전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학장르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통을 통해 문학인들이 원하는 ‘창작 지원’과 재단이 요구하는 ‘소통 사업’의 절충점을 찾아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으면, 이러한 문학 소외 현상은 되풀이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은 “재단에서 문인들과의 길을 열고 사람들을 모아 이야기를 듣고 문학을 위해 예산을 어떻게 쓸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며 “젊은 작가를 발굴하고, 예산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서영 시인은 “지역 스토리텔링이 대세인 요즘, 문인들의 창작지원과 지역성을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하면 좋을 것”이라며 “서울을 중심으로 열리고 있는 북콘서트, 문학토크쇼 등 다양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재단도 적극적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특히 재단 대표이사로 고영조 시인이 취임하면서, 문학 장르에 대한 지원 현실화에 관심이 높다.

    고영조 경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재단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문학의 비중이 너무 적어서 놀랐다”며 “내년부터는 지역문학 발전을 위한 문학관련 집중 육성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그 전에 문인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필요한 사안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하아무 씨


    인터뷰 - 마루문학회 기획자 하아무씨

    -레지던스 사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한다.

    ▲‘바다가 보이는 창작실, 그리고 천년의 바람’을 주제로 했다. 4개월간 작가들이 박재삼 문학관 집필실에 머물게 되며, 이들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주 목적이다. 김명인·문성록·이석영·김민호 시인이 입주 작가로 선정됐다. 매월 작가들에게 지역 문화·역사 등 소재를 제공하며, 이를 토대로 지역에 관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한다. 결과물로 입주작가 작품집 <사천, 문학으로 말하다>를 발간하게 된다. 작가들의 입주기간 동안 지역 문인·시민과의 만남,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틈틈이 넣었다. 예산은 3200만 원이다.

    -사업 준비·진행에 어려움 없었나.

    ▲레지던스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창작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천의 경우 이전에 레지던스를 추진했지만 집필실이 없어 실패했고, 이번에 새로 만들었다. 이러한 투자를 통해 지역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 등 문화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문화사업에서 성과를 성급하게 기대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어떤 성과를 기대하나.

    ▲입주 작가의 창작지원은 물론, 지역문화 콘텐츠 발굴, 지역민들의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역에 대한 관심과 이해 촉진으로 지역문학이 활성화되고, 지역문인과 교류를 통해 창작에 대한 자극제 역할을 함으로써 지역문단 기반이 구축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이런 레지던스 사업이 다른 많은 지역에서 이뤄지길 바란다.

    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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