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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한·중·일 경제전쟁, 한국의 갈 길은?- 노성호(한국무역협회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13-06-1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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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으로 제조업 기반이 강력한 한국·중국·일본이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이라는 공동시장을 앞에 두고 유사한 주력산업에 사이좋던 3국 간 분업체제가 이제는 날선 경쟁구도로, 급기야 3국의 자동차, IT 등 특정산업에 기술과 자본이 수렴되면서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수년 내 아니 향후 10년 이내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는 EU경제, 경쟁력 회복보다 통화공급을 통한 소비진작에 마지막 희망을 기대는 거대경제 미국, 기술과 생산성 향상으로 숱한 난관을 극복하던 이전의 모습을 버리고 미국을 모방하는 듯한 일본의 일탈 속에 거대시장 중국의 부상에 우리나라는 앞으로 어떤 산업비전으로 대응하고 꿈의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인가?

    이와 같이 한국 경제가 맞이한 급박한 상황을 일깨우고 이의 해답을 제시한 ‘한·중·일 경제 삼국지 : 누가 이길까?(저자 안현호)’ 제하의 책이 최근 출간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30년간 산업정책수립을 담당했고 현재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에 재직 중인 저자는 책에서 “한·중·일 3국이 명운을 건 큰 싸움을 앞두고 있으며, 세 나라 중 한국이 가장 불리하다”고 단언한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장기침체 속에서도 여전히 글로벌 원천기술을 보유한 강소중견 및 중소기업이 아직 다수 포진해 있고 1억 명의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현재 수출산업구조는 일본이 원천이었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노령화 단계에 진입해 심지어 히든 챔피언기업이 대를 이을 인력을 찾지 못해 문을 닫고, 지진 여파로 일본열도는 제조기지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최근 아베 신정부가 동남아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배경도 이러한 원인의 하나로 해석된다.

    한편 중국은 어떠한가? 글로벌 경기침체와 더불어 그동안 저임금과 낮은 토지비용을 무기로 한 요소투입형 성장에 한계에 이른 것처럼 보이나, 당분간 우리보다 두 배 이상의 높은 성장률이 지속될 것이고 해외부진 속에 지금까지 경시했던 13억 명의 내수시장을 진작시키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동안의 지역 간, 계층 간 불균형문제를 동시 해소하고자 하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한강의 기적’으로 대표되는 압축적 성장을 거듭해 온 한국 경제는 1970년대의 오일쇼크와 1990년대 말의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풍파를 열심히 헤쳐 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련기에 대기업은 그나마 생산성 향상과 글로벌화를 통해 ‘변신’에 일정 부분 성공했으나 중소·중견기업은 이를 추진할 역량과 인재부족으로 과거 패턴을 답습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부터라도 중소·중견 기업의 대대적인 혁신과 전 산업의 총요소 생산성 성장이 전제되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의 문턱에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동일한 대상을 두고 각축을 벌이는 일본과 중국 속에서 장차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저자는 한국경제는 앞으로도 제조업을 기반으로 수출에 주력하되, 다소 어려운 과제이나 내수시장 확대와 안정화를 통해 고용 창출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종국적으로 국제수준으로 올려놓을 것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주장대로 경남의 수출산업구조에 대입하면 어떻게 될까? 조선, 자동차 및 부품, 기계 등 그야말로 일본은 물론 중국과 안전 거리를 둔 품목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 특히 중국의 내수시장 활성화에 경남의 전체 수출에 10%대의 참여에 불과하다. 연구개발능력의 부족으로 세계적 히든 챔피언의 대거 등장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창원산업단지공단의 어느 원로 중소기업 CEO는 “우리가 우위라고 평가하는 차 부품의 경쟁력도 중국이 어느새 우리 턱밑까지 아니 이미 추월하고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저자는 국가 차원의 성장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경남수출산업에도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북으로 생각된다.

    노성호(한국무역협회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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