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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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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성매매 금지정책이 성폭력 증가의 원인?- 허영희(한국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인권선진국 진입 시점서 성매매 합법화 주장하는 현실 안타까워

  • 기사입력 : 2013-05-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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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사회에서의 성매매는 불법이다. 1961년 윤락행위방지법이 제정, 시행된 이래 성매매는 범죄행위로서 단속과 처벌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법과 달랐다. 국제사회로부터 대한민국은 ‘기생관광지’, ‘섹스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만큼 일상에서 묵인되었다. 그러나 2002년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업소의 화재로 성매매 종사여성 5명이 숨진 사건을 시작으로, 약속이나 한 듯 전국 집결지 성매매업소의 화재로 감금되어 있던 여성들이 질식사한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성매매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소위 ‘인권의 눈’으로 접근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윤락행위방지법을 폐지하고, 2004년 6월 성매매특별법을 제정, 같은 해 9월 23일자로 시행에 들어가 올해로 9년을 맞고 있다. 성매매특별법은 이처럼 많은 여성들의 죽음으로 제정된 법이다.

    그런데 성매매특별법이 지금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집결지는 줄어들었으나, 편법 탈법 영업소가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 도심과 주택가까지 유사 성매매업소가 실핏줄처럼 번져 있는 현실을 들어 성매매특별법을 폐지하고,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는 특별법으로 인해 성욕을 해소할 수 있는 출구가 없어서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성매매 사범에 대한 재범 방지교육을 해오고 있다. 교육장에 가보면, 지역을 불문하고 성매수자들의 반응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들 하는데 “나만 재수 없어서 걸렸다”는 억울한 표정이 역력하다. 남의 얘기인 듯 에둘러 표현을 하면서 볼멘 목소리로 말한다. “홀로 사는 남성들과 장애인들의 성욕은 어디서 해소하란 말인가”, “지금 성범죄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성매매를 금지하고 있는 법 때문이다”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분석해보면, 그 중심에 성욕신화가 있다. 남성의 성욕은 반드시 풀어내야 한다는 강력한 믿음이 그들의 머릿속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도 성매매특별법의 강행과 성범죄 증가의 연관관계에 주목하는 의견을 전문가의 견해로 소개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 역시 성욕신화를 전제로 한 논리에 근거하고 있다.

    과연 이들이 말하는 것처럼 지금의 성범죄는 과거보다 늘어났고, 이러한 현상은 성매매를 금지한 결과 때문일까? 그리고 남성의 성욕은 반드시 풀어내야만 하는 것인가?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성매매특별법과 성범죄 증가의 연관성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은 성매매를 부분적으로 합법화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발견된다. 성매매를 부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경우 합법화된 구역 밖에서의 성매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합법적으로 성을 살 수 있는데도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있는 독일과 미국, 호주의 일부 주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마디로 성매매 금지가 성범죄 증가의 원인으로 보는 견해와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적발된 성매수자 가운데는 정상적으로 성 접촉을 할 수 있는 기혼 남성들이 대부분이다. 성욕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성범죄가 과거보다 늘어났는지도 의문이다. 성범죄의 경우 과거에는 신고율이 극히 낮았다. 그러나 지금은 신고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과 교육으로 인해 신고율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고,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사건 보도, SNS를 이용한 대량 전파로 인해 성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성매매 금지가 성범죄를 늘린다는 논리는 궤변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고, 인권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매매에 대한 다양한 논의는 있을 수 있지만, 인권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중요한 시점에서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사람의 성을 사고 파는 객체로 볼 수 있는가? 성을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남성의 성욕은 반드시 풀어내야만 하는 것인지, 아니면 폭력을 통해 풀어내도 쉽게 용서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인지 곱씹어 볼 때다.

    허영희(한국국제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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