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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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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밀양송전탑 공사 재개 현장을 가다

“내 삶터 이대로 못뺏긴다” 반대 주민들 벼랑 끝 싸움
곳곳서 충돌… 부상자 잇따라
오늘 6곳 중 3곳서 공사 진행

  • 기사입력 : 2013-05-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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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 오후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입구에 765㎸ 송전탑 공사 재개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곳곳에 목줄을 설치해 놓고 한전 측과 대치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우리는 이대로 안 죽을 낍니더. 이제 누가 와도 안 무섭습니더.”

    한국전력이 765kV 송전탑 공사를 8개월 만에 재개한 20일 오전 8시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 공사 재개에 반대하는 할머니들이 고함을 질렀다. 공사를 재개한 6곳 중 단장면 고례리, 상동면 옥산리 등 3곳은 주민들의 반대로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127호 송전탑이 들어설 예정인 이곳에는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 60여 명이 모여 농성 움막 앞에서 한전의 공사 재개를 규탄했다. 나무에는 나일론 끈으로 만든 원형 고리가 매달려 있었다. 억지로 강행하는 공사는 목을 매서라도 막겠다는 의지의 상징이었다.

    주민들은 8년 동안 보금자리를 지켜내면서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된다 생각했는데 한전에서 갑자기 공사를 재개하고 공권력을 투입시킨 것은 주민들을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89호 송전탑 공사가 진행되던 단장면 고례리 바드리마을 근처에서는 인근 동화전마을 주민들이 달려와 공사를 저지했다.

    하복영(88) 할머니는 오전 10시께 굽은 허리로 나무막대 하나만 쥐고 포클레인 아래로 들어가 “시래기죽 먹어가며 일궈 논 재산인데 이게 뭐야. 8년 동안 악이 남았다 악이. 오지 마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한전 측 시공업체는 무전기, 휴대전화로 주민들의 움직임과 상황을 살피면서 게릴라식으로 공사를 계속했다.

    한전은 밀양지사에 특별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한전은 “영남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선 연내에 송전선로 공사가 마무리되어야 한다”면서 “연말까지 송전선로 공사를 마치지 못하면 액화천연가스 등 대체 발전을 해야 해 하루에 47억 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공사 재개 이틀째인 21일 오전 한전은 송전탑 공사 6곳 중 84(단장면 고례리)·85(단장면 고례리)·124(상동면 옥산리)호 등 3곳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오전 124호 공사 현장인 상동면 옥산리에서 할머니가 다쳐 병원에 후송되는 등 이틀째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한편 송전탑건설반대대책위는 이날 “부북면 평밭 127호 공사현장에서 이금자(82) 할머니가 상의를 탈의한 채 알몸시위를 벌이다 혼절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고 상동면 도곡리 109호 현장에서 이갑술(80) 할머니가 인부들에게 다리를 밟히는 부상을 입어 헬기로 긴급 이송됐으며, 같은 장소에서 서홍교(83) 할아버지는 인부 진입을 막다가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슬기·고비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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