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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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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비경 100선] (16) 창선·삼천포대교 야경

섬에서 섬으로, 징검다리 건너는 빛무리

  • 기사입력 : 2013-05-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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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천포 각산에서 바라보면 삼천포대교, 초양대교, 늑도교, 창선대교, 단항교의 황홀한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남해 바다를 연분홍빛 노을로 물들인 사천 실안의 황홀한 낙조가 저 산 너머로 짙은 어둠을 토해내며 하루를 마감한다. 등대의 불빛이 차츰 밝아지고, 어둠 속에 섬들이 낮게 낮게 깔리기 시작한다.

    멀리 점점이 떠 있는 작은 섬들의 희뿌연 조명도 바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의 소박한 저녁시간을 알리고 있다. 서서히 내려앉고 있는 검붉은 바다 한편에 아슬아슬하게 자리하고 있는 죽방렴은 지역의 명물 죽방렴 멸치를 잉태하기 위해 험한 물살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창선·삼천포대교를 연결하는 섬과 섬 사이 어둠 속 촛불 속에 어른거리며 수줍은 새색시처럼 곱게 핀 유채꽃은 삼천포와 남해 사람을 이어주는 촉매제 같은 은은한 향기를 품고 있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창선·삼천포대교는 그 아름다움에 약간의 덧칠을 해 필요한 아름다움을 더했다. 그래서 2006년 건설교통부로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대상을 차지했다. 또 한국관광공사는 해질녘 창선·삼천포대교에서 바라보는 일몰을 전국의 9대 일몰 명소에 포함했다.

    강진만과 서포 앞바다에 펼쳐지는 낙조는 사진과 그림, 시의 소재로도 활용돼 많은 예술가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1995년 공사를 시작해 2003년 완공됐으며 삼천포대교(길이 436m), 초양대교(길이 200m), 늑도교(길이 340m), 창선대교(길이 150m), 단항교(길이 340m) 등 4개의 섬을 잇는 5개의 다리로 이뤄져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섬과 섬을 잇는 다리로, 직접 걸으며 다리를 감상하는 관광객이 많다.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가교를 넘어 문화와 여가를 안겨주는 쉼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등대의 불빛이 선명해질 때 창선·삼천포 대교의 야경은 절정을 이룬다. 형형색색 조명들이 다리를 치장하기 시작하면서 나지막한 섬을 바라보는 눈길들을 빼앗아 간다.

    1000여 개의 조명들이 앞다퉈 서로 바다를 품고자 야한 불빛을 쏟아낸다. 바다는 하늘이 되어 별을 그려내고 물결과 어우러진 빛의 향연에 온몸이 빨려 들어갈 듯하다.

    바다는 느리지 않으면 볼 수 없다. 대교를 지나가본다.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하다. 다리 하나하나를 지날 때마다 첫사랑을 만나는 설렘이 있다. 삼천포대교에서는 삼천포항과 사천시의 전경이 더욱 가깝게 다가오고 남해쪽 단항에서는 섬과 섬을 연결하는 다리의 모양을 조금 더 실감나게 볼 수 있다.

    차를 타서 다리를 지나가 보기도, 또 내려서 걸어보기도 할 수 있어 여러 가지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초양도에서 보는 경관 조명도 일품이다.

    실안 낙조와 역할을 바꾼 다리의 조명은 어둠이 깊어질수록 뚜렷해지고 흩어져 있는 섬들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려는 듯 아우성을 치며 반짝인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보물섬 남해까지 거침없이 달려가 보자. 이 시간만큼은 ‘천천히’라는 교통표지판을 꼭 지키고 싶어질 것이다.

    삼천포관광호텔 근처 사진 찍기 좋은 곳에서 잠시 대교를 바라봤다. 5개의 다리가 달음박질을 하듯 멀어지고 가까워진다. 순간 도시에서 좀체 보기 어려운 큰 보름달이 대교의 조명들을 삼켰다. 인공미와 자연미의 조화로움이 또 다른 비경을 연출했다. 해를 품은 듯 밝은 달은 그 밤의 주인공이었다.

    창선·삼천포대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해상국도(국도 3호선)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건설됐으며 각각 다른 공법으로 시공돼 교량 전시장으로 불릴 만큼 각자의 특징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삼천포 쪽 교량은 화려하고 남해 쪽 교량은 수수하면서 소박한 미를 갖추고 있다.

    사천시 대방동 쪽에서 첫 번째 만나는 교량은 삼천포대교다. 육지인 대방동에서 모개섬을 연결하는 사장교다. 주탑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이 일품이다.

    모개섬에서 초양도를 잇는 두 번째 교량인 초양대교는 붉은색 케이블 아치교이다. 반원형 강판에 조명을 연결해 마치 바닷속까지 이어져 있는 느낌을 준다.

    세 번째는 초양도에서 늑도를 연결하는 늑도대교다. PC박스 상자형 교량으로 바람의 영향 등을 고려해 단순하고 간결한 구조이다.

    네 번째는 늑도에서 남해군 창선도를 연결하는 창선대교다. 하로식 3경관 스틸-아치공법으로 만들어졌는데 반원형 철제 아치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작은 아치를 붙여 둔 형상이다.

    마지막 교량인 다섯 번째 단항교는 남해 창선도 내에서 야산과 마을 입구를 연결하는 육지 교량으로 PC빔교 공법으로 설계됐으며, 교량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박하다.

    5개의 다리를 한눈에 담으려면 삼천포 각산으로 올라가보자. 해발 398m로 그리 높지 않지만 쉬운 산행은 아니다. 사천문화예술회관에 차를 주차시키고 50분을 걸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여유를 둬야 한다. 각산에서 보는 대교는 대한민국 베스트 사진 촬영지이기도 하다.

    잠시 하늘을 본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맑은 영혼을 지닌 별들이 가슴속을 흔들어 놓는다. 언젠가 또 다른 여유가 생기면 사랑하는 많은 이들과 함께 실안의 낙조를 즐기며 창선·삼천포 대교로 달려가 보리라.

    글= 이종훈 기자·사진=사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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