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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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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양돈, 수출에 희망이 있다- 배용호(aT 경남지사장)

  • 기사입력 : 2013-04-1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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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하면서 양돈농가는 도축을 할 때마다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년의 경우 여름 휴가철 삼겹살 소비가 늘어나면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다가 추석 때쯤 다시 올라가곤 했다.

    하지만 작년 5월 이후 계속 하향곡선만 그리고 있다. 적정 사육두수 이상의 공급과잉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이 겹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양돈농가는 돼지고기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암퇘지 수를 줄이고 지역별로 사육두수를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자구노력까지 펼치고 있다. 돼지고기 가격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소비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삼겹살을 선호하기 때문에 돼지 앞다리와 뒷다리 등은 소비가 어렵다.

    비선호 부위의 국내소비가 어렵다면 해외수출을 통해 공급물량 조절 및 축산농가 소득증대를 고려할 수 있다.

    국내산 돼지고기 수출은 1999년에 8만t까지 증가했다가 2000년 구제역 발생으로 인해 수출이 중단되면서 이후 1만~2만t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 이마저도 2010년 구제역 재발로 인해 신선 돼지고기 수출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현실적인 대안은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획득할 때까지 햄, 소시지 등 돈육열처리가공품을 수출하는 것이다.

    김해시에 위치한 부경양돈농협은 수출로 위기를 타개한 좋은 사례다.

    부경양돈농협은 2008년부터 필리핀, 홍콩 등지로 수출을 타진했다.

    돼지고기 수출 확대를 위해 조합장 이하 전 직원이 불철주야 발로 뛰었다. 그러나 2010년에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겨우 붙잡은 거래처도 계약을 해지하는 어려움이 닥쳤다. 직원들은 그동안의 땀과 노력이 너무나 아쉬워 수출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경남지사는 부경양돈농협이 개발한 햄, 소시지, 족발 등 수출용 제품의 가능성을 보고 aT 홍콩지사와 함께 신규 바이어를 알선하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홍콩 현지에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기까지 포장디자인, 제품용량, 현지어 표기 등 많은 시행착오 끝에 작년 1월에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즉석불고기 제품이 출시될 수 있었다.

    어려움이 따르던 마케팅 비용 문제는 aT 본사와 경남지사, 홍콩지사가 머리를 맞대어 예산을 확보했고, 관할 지자체인 경남도와 김해시도 향후 관심과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해 8월 홍콩식품박람회, 그리고 12월까지 이어진 판촉행사도 큰 성공을 거두었다. JUSCO, UNI 등 대형 유통업체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 100여 개 매장에서 판매되었고, 제품이 조기에 소진되어 추가로 발주가 들어오기도 했다.

    부경양돈농협은 홍콩에서 현지 바이어와 돈육열처리가공품 독점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5년간 홍콩을 비롯한 마카오, 중국 CEPA권(무관세 인근 9개 도시)에 제품을 공급하고, 매년 의무적으로 100t, 5년간 500t을 수출하는 조건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수출업체와 수출지원기관인 aT, 지자체가 밤낮으로 뛰며 돈육가공품의 신시장을 개척한 성과이다.

    이번 수출계약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돈농가에 희망을 제시해준다. 신선 돼지고기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돈육가공품 수출은 양돈농가의 수취가격 제고와 축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다. 사업을 확장하는 것보다 관리해 가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생산체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수출장려정책을 통해 더 많은 수출업체가 적극적인 시장개척활동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배용호(aT 경남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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