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8일 (목)
전체메뉴

[금요칼럼] 홍준표 도지사 취임 100일의 명암- 허충호(논설위원)

개조와 만족의 갈림길 선 경남… 모두 번영할 수 있는 길 찾아야

  • 기사입력 : 2013-03-29 01:00:00
  •   



  • 아이가 태어난 지 백 일이 되면 잔치를 한다. 토속신앙에서 100일은 산신(産神)의 통제 아래 있던 아기의 영혼이 속계로 돌아가는 날이다. 혹자는 임신한 날로부터 1년이 되는 날이 출산 후 100일이어서 그날을 기념한다고도 한다. 이유야 어쨌든 백 일쯤 되면 아이는 비교적 안전한 생육 단계에 접어든다.

    지난해 12월 제35대 경남도지사로 취임한 홍준표 지사가 취임 100일을 맞았다. 토속신앙으로 보자면 산신의 통제를 벗어나는 시기다. 생애 첫 고비를 잘 넘겼으니 다소 안정된 생육환경으로 들어서야 할 시기이지만 홍 지사의 백 일은 왠지 어수선하다. 취임과 동시에 이렇게 많은 이슈를 생산한 도지사가 또 있었겠나 싶다. 서승환 국토해양부 장관이 취임식에서 “100일 이내에 중요 정책을 마무리 짓겠다”고 한 것처럼 홍 지사도 100일 내 중요 현안을 몽땅 처리하겠다고 작심한 것 같다.

    그는 취임식에서 현재의 상황을 위기국면으로 진단했다. “위기는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며, 위기의 책임을 묻기 전에 극복할 방법부터 찾겠다. 이대로는 안 되고 발상을 전환하고 스스로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발상의 전환과 혁신의 진통이다. 도지사가 ‘사고의 혁신, 행동의 혁신, 과정의 혁신’을 주문하고 “혁신에는 불편과 고통이 따른다”고 한 이유를 취임 100일을 맞은 이제야 확실히 알 것 같다.

    진주의료원 폐원 카드를 꺼낸 것이나 도립대학 통폐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노출시킨 것은 ‘이대로는 안 되니 고통과 불편이 있더라도 혁신하겠다’는 ‘지사의 의지’로 읽을 수 있다. 각종 문화단체 통폐합은 발상의 전환에 방점을 둔 카드로 보인다. 재정부채를 해소하기 위해 도 소유 부동산 매각 카드를 뺐다. 여기에는 구 도지사 공관(현 경남도민의 집)도 포함시켰다. 공무원노조와 시민단체들이 도민에게 환원하라고 주장해 만든 도민의 공간을 매각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명분보다 발등에 떨어진 현실의 무게가 더 중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이해된다. 도지사 공관은 1984년 경남도가 부산시대를 마감하고 창원수부시대를 열면서 2003년 11월 10일까지 20년간 역대 도지사 8명이 관사로 사용했던 공간이다. 2002년 6월 도지사 선거 당시 도지사 후보 TV토론에서 관사 문제가 제기돼 논란 끝에 2008년 12월에 현재의 용도로 전환한 역사적 공간을 단순히 ‘환금수단’으로만 보는 인식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강행할 분위기다.

    워낙 전광석화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일들이 동시다발식으로 벌어지니 도의회나 이해 당사자를 중심으로 도지사발(發) 후폭풍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진주의료원과 관련해 도의회에서는 국회에서나 볼 만한 여야 의원 간 ‘신념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해당사자의 비판 수위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야권은 진주의료원 휴업 조치는 ‘대도민 선전포고’라고 선언했다. ‘임기 종료’ 통보를 받은 문화단체 기관장은 지사를 상대로 ‘임기종료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전방위 갈등의 골이 어디까지 팰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컨설턴트라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은 고객을 개조함으로써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만족함으로써 돈을 번다’고 설파했다.(‘피터 드러커의 위대한 혁신’(Peter F.Drucker on INNOVATION), 권영설·전미옥 공역)

    홍 지사가 밀어붙이고 있는 많은 일들 중 상당수는 이런 화두에 직면할 수 있다. 드러커의 말을 지금 현재 경남도정 상황과 맞춰 보면 ‘경남도는 경남인을 개조함으로써 중장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도민이라는 고객을 모두 만족시킴으로써 번영한다’고 할 수 있다. 도지사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 경남은 ‘개조(개혁)’와 ‘만족(공감)’의 갈림길에 섰다. 무엇이 진정 모두 번영할 수 있는 길인지, 개조와 만족 중 어느 것을 앞세워야 하는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함께 생각해 보자.

    허충호(논설위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