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4월 21일 (일)
전체메뉴

[경남을 가다] 톡톡 튀는 맛집 (9) 통영 봉평동 용화찜

갓잡은 생아구! 화끈한 매운맛!

  • 기사입력 : 2013-03-07 01:00:00
  •   
  • ?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늘 굶주림으로 괴로워하는 귀신들로 가득찬 지옥을 연상케 한다. 생김새도 호감이 가지 않는다. 엄청나게 큰 입과 울퉁불퉁한 몸매, 거무튀튀한 색깔에 흐물흐물한 피부, 움직임이 거의 없는 아둔함. 때문에 아귀(아구)는 그물에 걸려도 배에 실릴 수 없던 비운의 생선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 부두노동자들이 북적이던 마산에서 겨울바람에 말린 아귀가 매콤한 찜으로 거듭나면서 대표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건아귀가 주를 이루는 마산과 달리, 화끈한 통영사람들은 갓 잡은 생아귀를 즐겨 먹는다. 통영 생아귀찜의 대표식당을 찾아가본다.



    ▲통영 아귀찜거리의 터줏대감

    통영도 마산만큼 아귀가 많이 나는 곳이다. 때문에 봉평동 전혁림미술관에서부터 용화사로 이어지는 길 초입부터 곳곳에 찜집이 포진해 있다. 이 거리에서 가장 번성한 집이 용화찜. 25년 전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며 성업 중이다. 김석규(57) 씨와 김경자(58) 씨 부부가 용화찜의 주인이다. “바깥 양반이 다이버 생활을 오래했어요. 물밑에서 전복 같은 걸 따다가 가끔 장난스레 아귀를 가져오곤 했는데, 그걸 제 방식대로 찜으로 만들어 이웃들이랑 나눠먹고 하던 게 어느새 부업이 되고, 급기야 가게까지 내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에 옮겨온 것은 11년 정도 되었고요.” 이후 전혁림 화백, 오광수 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진의장 전 통영시장, 김동진 시장 등 많은 인사들의 단골 찜집으로 사랑받아 왔다.

    ▲가장 중요한 재료, 아귀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재료는 아귀. 용화찜집은 매일 아침 중매인을 통해 한 상자에 3마리면 꽉 차는 큰 아귀를 받아 쓴다. 하루에 나가는 마릿수만 해도 30~40마리. 통째로 들여온 아귀를 손질하는 일은 김석규 사장의 몫이다. 이렇게 나뉘어진 아귀 각 부위는 커다란 대야에 한꺼번에 담겨져 접시 위에 놓이기 전까지 흐르는 지하수에 의해 쉼없이 씻겨진다. “저희 집 특징입니다. 지하수를 계속 흘려보내서 아귀 피를 빼는 작업을 하지요. 그래야 맛이 있습니다. 부위나 마릿수를 따지지 않고 한움큼씩 넉넉하게 퍼담아 찜을 만듭니다.” 김경자 사장이 싱싱한 아귀를 알아보는 방법을 일러준다. “흰색 배부분이 빨리 파랗게 변색되면 싱싱하지 못한 겁니다. 익힐 때 탱탱하게 오그라들면서 살집이 단단하게 뭉쳐야 좋은 고깁니다.”

    ▲25년 동안 지켜온 원칙

    25년 동안 용화찜이 지켜온 원칙 첫 번째. 바로 ‘콩나물보다 고기를 많이 넣는다’는 것. 아무리 물가가 비싸도 고기 양을 줄이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그리고 오직 그것만이 손님을 끄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많이 주면 이문이 남느냐?’고 묻는 손님들이 많아요. 25년 전이랑 고기 양이 변함이 없거든요. 콩나물보다 아귀가 많이 들어가야 아귀찜이라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실제로 콩나물을 적게 넣고 아귀를 많이 넣는 용화찜을 다른 가게들이 따라하면서, 이 조리법은 통영아귀찜의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용화찜은 파와 양파를 넣지 않는다는 원칙도 가지고 있다. “생선머리 육수에 아귀를 넣어 살짝 삶습니다. 그리고 콩나물을 넣고 다시 삶다가 양념을 합니다. 고춧가루를 넣어 매운맛을 가미하고 마늘과 미나리를 마지막에 넣습니다. 하지만 절대 파와 양파는 쓰지 않아요. 양파와 파는 익힐수록 단맛을 내는데, 개운하고 매콤한 아귀와 콩나물 맛을 단맛이 반감시키기 때문입니다.” 콩나물은 진주에서 키워온 통통한 품종을, 고춧가루는 색깔이 밝고 진한 태양초를 쓴다. 5~6가지 정도 되는 밑반찬은 계절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풀을 개어 넣은 동치미는 10일 이상 상온에 숙성시킨 가정식이다.

    ▲내장 섞어서 드셔보이소

    아귀는 특히 겨울철이 되면 4월부터 시작되는 산란에 대비해 스스로 몸 관리에 들어가기에 더욱 풍미가 좋다. 용화찜에서 단연 인기 있는 메뉴는 싱싱한 내장을 고스란히 살려 넣은 아귀내장찜. 아귀의 간과 내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잘 빼내어 따로 삶아 찜에 첨가했다. 지방이 거의 없어 탱글탱글하고 쫀득한 질감이 느껴지는 내장은 여성들의 피부미용이나 다이어트에도 좋다. 아귀내장찜을 먹으러 서울과 대구 등지에서 가족이나 단체로 용화찜을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5000원짜리 해물파전도 인기 메뉴다. 새우, 오징어, 홍합, 파, 땡초로 맛을 낸 파전은 찜이 준비되는 동안 산양읍에서 나는 동동주와 함께 입맛을 돋우는 에피타이저로 인기가 좋다. 찜이 남으면 포장해 가져가 표면에 뜬 맑은 물을 따라 버리고, 좋아하는 채소를 넣어 비벼 먹으면 된다.

    글=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 맛집정보

    통영시 봉평동 298-13, 영업시간 낮 12시~ 오후 8시 30분, 아귀찜 2만5000~3만5000원, 아귀내장찜 4만~5만 원, ☏ 643-0149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