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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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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창녕 3·1 민속문화제

항일 횃불 드높인 곳, 신명난 함성으로 하나 되다
오늘부터 3월 3일까지 영산면 일원

  • 기사입력 : 2013-02-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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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2회 창녕 3·1 민속문화제가 28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3월 3일까지 영산면 일원에서 열린다. 사진은 지난해 3·1 민속문화제 행사 중 영산쇠머리대기 행사./경남신문 DB/
    중요무형문화재 영산줄다리기.
    구계목도놀이.
    진잡이놀이./창녕군 제공/



    중요무형문화재 원형을 전승하고 군민 화합 한마당으로 펼쳐지는 제52회 3·1민속문화제가 28일부터 3월 3일까지 나흘간 창녕군 영산면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3·1민속문화향상회(회장 남기두)가 주최·주관하고 창녕군과 창녕군의회 그리고 문화재청, 경상남도에서 후원하는 이번 행사는 28일 독립기념관 성화채화, 제등축하 시가행진, 불꽃놀이 등 전야제를 시작으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3·1민속문화제는 지난 1919년 3월 12일 밤 고 구중회 씨를 비롯한 24인이 결사대를 조직한 후 영산 남산봉에 모여 결사단원 맹세서에 서명하고, 독립만세운동을 펼친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개최한다.

    이 문화재의 특징은 행사 한 달 전 동부와 서부에서 대장, 중장, 소장 등 장군 추대로부터 시작해 행사 당일에도 수만 관중이 눈으로 보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신명에 의해 모두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다른 민속행사와 차이점이다.

    1일에는 영산 3·1독립운동 24인 결사대 위령제를 비롯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25호 영산쇠머리대기 발표회와 구계목도 시연회, 골목줄다리기 등의 민속놀이를 재현한다.

    2일에는 게이트볼 대회, 전국 시조경창 대회와 친선 궁도대회 등이 펼쳐진다.

    마지막 날인 3일에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26호 영산줄다리기 발표회와 봉화마라톤 등이 열려 3·1민속문화축제 기간 동안 전통문화행사와 체육행사 등이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영산줄다리기보존회와 14년째 상호교류 중인 일본 센다이 큰줄다리기보존회(회장 다나카 노리오)와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 조선민족예술단(단서기 부강)의 문화교류방문단도 발표회를 참관하기 위해 방문할 예정이다.

    3·1민속문화제의 유래는 창녕군 영산면은 3·1독립만세운동이 봉기될 당시 24인의 결사대가 조직돼 독립 만세를 외치다 일본 경찰과 충돌한 역사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3·1절이 되면 결사대원 24인 중 생존자를 중심으로 기념행사를 성대히 개최해 왔다.

    그러나 영산과 가까운 진주의 개천예술제(1949)와 밀양의 아랑제(1957) 같은 문화제 행사가 전국 각처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열리는 것을 보며 자극을 받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제를 개최하기로 합의하고, 1961년 초 20여 명의 지역유지와 청년들을 중심으로 삼일문화향상회(三一文化向上會)를 결성, 3·1절을 기해 3·1문화제를 개최했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10년간 이어온 3·1문화제는 본격적인 기금 조성을 바탕으로 11회 행사 때부터는 대회 명칭을 ‘3·1민속문화제’로 개칭하고, 삼일문화향상회장과 민속문화제대회장을 분리해 본격적인 종합문화제로 변모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그리고 3·1민속문화제의 중심 행사인 쇠머리대기와 줄다리기가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25호와 제26호로 지정(1969년)되자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민속문화제로 더욱 발전하게 됐다.

    3·1민속문화제의 중심이 되는 것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영산쇠머리대기와 영산줄다리기다.쇠머리대기는 쇠머리처럼 생긴 나무 조형물을 서로 부딪치며 노는 놀이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는 우전, 목우전, 나무쇠싸움, 쇠머리대기 같은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으나 지정 당시 영산쇠머리대기로 결정되면서 쇠머리대기란 이름으로 고정되어 전한다. 옛날에는 정월 대보름 놀이로 즐겼으나 현재는 3·1민속문화제 때 발표회를 겸한 연례행사로 치러진다.

    쇠머리대기는 본격적인 결전 이전에 서낭대대기와 진잡이놀이로써 먼저 승부를 결정하는데 서낭대대기는 쇠머리대기에 앞선 전초전으로 행해진다.

    10m 정도 되는 대나무 위를 꿩깃으로 장식하고, 서낭옷을 입혀 싸움을 벌인다. 동서 양쪽에서 차출된 장정들이 마주 보고 건들거리는 서낭대싸움을 벌이는데, 양군에서는 장군을 위시하여 풍물과 기치, 응원단이 모두 합세해 응원전을 펼친다. 서낭대싸움은 흔들리는 서낭대를 맞부딪쳐 한쪽 서낭대가 땅에 떨어지거나 부러지는 쪽이 패하게 된다.

    쇠머리대기의 앞 놀이에는 진잡이놀이가 전개되는데 장정들이 오색 깃발과 농악대를 앞세워 적진을 향해 함성을 지르며 돌진해 일대 공방전을 펼친다. 때로는 깃발이 찢어지고 부러지며 상처를 입는 사람도 생길 정도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열기를 느끼게 한다.

    서낭대대기와 진잡이놀이가 끝나면 장군들이 나무소를 타고 독전을 위한 칼춤을 추며 농악대와 군중들이 쇠머리를 에워싼다. 이어서 두 마리의 소가 맞부딪쳐 한쪽의 쇠머리가 기울어져 땅에 누우면 승부가 끝난다.

    영산줄다리기의 특징은 줄다리기가 어린이들의 골목줄다리기로부터 시작된다는 데 있다.

    이때는 동부와 서부로 편을 나눠 새끼줄 몇 가닥을 묶어서 줄 형태를 만들어 걸어 당긴다. 이긴 편에서는 상대방 줄을 끌어다 전리품으로 해 줄의 굵기가 배로 커진다. 동서부의 편제는 영산면 마을을 동서부로 나누고 면 바깥 지역은 대구와 마산 사이의 도로를 경계로 하여 동서로 구분한다.

    본격적인 큰줄다리기의 과정은 양줄이 결전장에 도착하면 먼저 줄머리를 경계로 양편이 서로 기세를 올리는 전초전인 진잡이놀이로 시작된다. 이어서 줄걸기 과정이 펼쳐지는데, 암줄편(서부)과 숫줄편(동부)이 서로 구애하고 호소하고, 아우성치는 암수 교합을 위한 마당극을 펼친다.

    본격적인 줄다리기는 보통 오후에 시작되는데, 3~5분이면 승부가 결정된다. 승부가 결정되면 이긴 편의 끝줄을 끊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끝줄을 끊어가서 지붕 위에 얹어두면 가정에 행운이 오고 풍농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3·1문화제는 ‘한국의 문화축제 50선’ 선정에 이어, 문화관광부로부터 ‘지역민속축제 18선’으로 선정되는 등 우리나라의 토속적인 민속문화축제 가운데 규모와 내실 면에서 우수한 행사로 평가받는 민속축제이다.

    김병희 기자 kimbh@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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