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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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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위기시대 수출기업 혁신- 임득문(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13-02-25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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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브르곤유 지방에 2개의 공동체가 있는데 하나는 테제공동체이고, 다른 하나는 클리니 수도원이다. 테제공동체는 겉으로 보기에는 허름한 건물로 지어졌으나 방문하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반면, 약 10㎞ 떨어져 있는 클리니 수도원은 AD 910년에 지어져 건물 규모만 보면 로마 바티칸 성당이 건축되기 전까지 세계 최대의 교회 건축물로 추측될 정도로 웅장하고 화려하지만, 현재는 관광객들에 의해 명맥만 유지되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설립 목적에 맞지 않게 점점 권력의 중심에 서고, 규모가 커지면서 본질을 망각함에 따라 초라한 관광지로 전락하게 되었다 한다. 스스로를 개혁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어떻게 하면 우리 기업들이 클리니 수도원처럼 되지 않을까? 팔만대장경 경판 각인 과정에서의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배워보면 어떨까.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팔만대장경은 고려 고종 24년(1237년)부터 35년(1348년)까지 1000여 명의 각수가 5200만 자의 글씨를 8만1350개의 경판에 각인한 것으로, 영국이 자랑하는 브리테니커 사전의 5배 분량에 해당되는 거대한 작품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 자의 오탈자도 없었다는 것이 이를 전산화하면서 밝혀졌다.

    그것은 일자삼배(一字三拜)의 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자 한 자를 새기고 절을 세 번 하는 정성, 즉 몽고 병란으로부터 조국을 구해 달라는 구국의 열정을 담은 절 한 번, 그리고 피폐한 생활 가운데 가족을 지켜 달라는 염원을 담은 절 한 번, 마지막 한 번의 절은 자신의 안위를 비는 간절한 기원을 담았던 것이다. 자신에게 맡겨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생활 속에서 삼중정성을 몸소 실천했다.

    새해 벽두부터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쉴 새 없이 몰아닥치는 각종 위기 파고에 기진맥진한 수출기업에 급격한 환율변동은 또 다른 위기의 시작이 아닐 수 없다.

    기업을 방문하다 보면 각 기업마다 크고 작은 많은 문제들을 갖고 있음을 보게 된다. 제품이나 원부재료를 창고 깊은 곳에 몇 년씩 묵혀 두는 기업도 있고, 시설이 노후화돼 생산성이 떨어짐에도 시설투자에 주저하는 기업도 있다. 품질관리, 공정관리, 자재관리 등 기초적인 공장 관리가 미흡한 기업, 오로지 한 거래처만 고집하거나 수출시장은 노크도 안해 보고 모기업이 주는 물량만 생산하는 현실안주형 기업도 있다. 또한 조직이기주의로 인해 회사 전체 이익보다는 부서 목표 달성에만 몰두해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 이익은 줄어드는 기업도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로스가 발생하고, 그 로스가 모여 경쟁력을 좀먹고 있어도 스스로 돌아보지 못하는 사례들이다.

    기업혁신을 추진함에 있어 내부적인 자원이 부족한 경우라면 외부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기를 추천해 본다. 제3자의 객관적인 진단을 통해 기업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들춰내보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적정한 처방을 받아 치유하는 것이다. 어떤 하나의 문제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면 치유를 통해 문제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매출을 늘려 이익을 증대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수출기업들의 경우에도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규모가 크고 오랫동안 수출을 해온 기업들이야 전담조직과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어 큰 어려움이 없지만 수출 초보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기업들엔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상품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것부터 각종 국제규격이나 인증 획득, 국가별로 각기 다른 비즈니스 환경과 관련 법규 파악, 바이어 발굴, 바이어와의 협상과 계약, 원부자재 구입 등을 위한 자금 조달 등등. 현재 많은 기관들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으므로 적절하게 활용해보기를 추천한다.

    임득문(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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