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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경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 안광환 박사

단감과 함께한 46년 “너는 내 운명”

  • 기사입력 : 2013-02-1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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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해시 진영읍 경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 연구실에서 안광환 박사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안광환 박사가 ‘숨 쉬는 포장지’로 불리는 MAP 기술이 적용되는 자동포장기계를 소개하고 있다.


    “단감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것이 하찮은 일일 수 있지만, 단감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과일로 만든다면 얘기가 달라지죠. 10년 안에 ‘Korean sweet persimmon’의 브랜드로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겠습니다.”

    매일 오전 8시쯤 안광환(46) 박사는 김해시 진영읍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단감연구소로 간다. 그를 기다리는 것은 색깔이 바랜 단감, 물렁물렁한 단감, 딱딱한 단감 등 각기 다른 품질의 단감이다. 단감 껍질이 왜 두꺼운지, 꼭지 안은 왜 상했는지 안 박사는 한 개씩 꼼꼼히 살핀다. 온종일 단감만 보면 질릴 법도 한데 평생을 함께하고 있는 단감은 이제 자신의 가족이라며 그는 미소 짓는다. 주변 사람들은 그의 이런 모습을 보며 ‘단감 박사’라고 부른다.


    ◆단감과 함께한 46년

    안 박사는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에서 태어났다. 안 박사의 부모는 이곳에서 단감 농사를 지었다. 학교 방과 후나 방학 때가 되면 부모님의 단감 농사를 도와주며 단감과 늘 함께했다. 이런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단감과 자신의 만남은 운명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안 박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대학을 가지 않고 단감 농사를 짓겠다는 뜻을 부모에게 내비쳤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농사는 언제든 지을 수 있으니 먼저 공부를 해라”며 한사코 반대했다. 이 때문에 안 박사는 1986년 3월 단감 농사꾼을 꿈꾸며 고려대학교 농화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농촌진흥청에서 임시직으로 근무하던 중 안 박사에게 단감과 관련된 일을 할 기회가 찾아왔다. 1993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가 당선되면서 그의 공약인 진영 단감 연구소가 설립됐기 때문이다. 이후 안 박사는 1995년 단감연구소에 입사해 18년 동안 단감과의 사랑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대학 다닐 때 아버지께서 수확한 단감이 학교 앞 과일가게에 진열된 것을 봤는데 감이 잘 안 팔렸다”며 “가게 주인은 감 상태가 안 좋아 인기가 없다고 했다. 그때부터 감의 신선도를 유지하면서 어떻게 저장, 판매할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 새로운 전환점

    안 박사는 단감 연구를 하면서 단감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상품으로 시장에 낼지에 대한 고민을 계속했다. 때문에 수확 후 관리 기술과 신선도 유지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했다.

    특히 예전 겨울 과일은 감과 사과가 전부였지만 농산물이 개방되고 비닐하우스 기술이 좋아지면서 봄, 여름 과일도 겨울에 나와 감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안 박사는 지난 2005년 미국 뉴저지 주립대로 유학길에 오르면서 단감의 해외수출을 통한 시장 확대가 그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단감의 수익성이 다른 과일에 비해 점점 떨어지고 있어 무언가 방법을 찾아야 했는데 해외 수출을 출구로 생각했다”며 “미국 유학을 가게 되면서 해외에서의 단감의 위상을 직접 느끼고 어떻게 단감을 유통할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 단감은 미국 LA로 수출이 잘되고 있었다. 하지만 동부인 뉴욕에선 단감의 인기가 없었다.

    선박을 이용, 태평양을 거쳐 LA까지는 단감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뉴욕은 열대지방인 파나마를 거치면서 단감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컨테이너를 이용해 단감을 LA에서 뉴욕으로 보냈지만 물류 비용이 추가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낮아졌다.

    안 박사는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온도 조절을 통해 뉴욕까지 단감을 운송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또 단감을 수확하고 처리하는 과정과 포장 방법에 대한 개선책도 생각했다.

    2년 동안의 유학을 마치고 2007년 귀국한 안 박사는 미국 수출 생산 체계의 시스템화를 위해 노력했다. 창원시 의창구 동읍의 30개 농가 및 동읍농협 등과 협력해 시설 현대화를 하고 뉴욕 수출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계획했던 단감 뉴욕 수출은 첫해부터 삐걱거렸다. 2007년 11월 초반부터 강추위가 찾아와 수확 시기를 놓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피해는 경남 전체에서 5000t에 달했고 농가의 피해도 막심했다.

    안 박사는 “LA보다 뉴욕은 수출 절차가 간소하고 시장도 커 꼭 이곳에 단감을 수출하고 싶었는데 첫해부터 날씨가 안 좋아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날씨가 추워 감 색깔이 안 좋았고 추운 상태에서 수확하니 단감이 얼어 물러졌다. 그땐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과 동남아에서 사랑받는 단감

    안 박사는 폐기 처분할 단감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 ‘단감 와인’을 개발하면 되겠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그는 창원의 한 막걸리 회사에 단감와인 생산을 제안했고 이 회사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안 박사는 경남지역의 단감 50t을 모아 창원 동읍농협에 예냉시설, 세척시설 등 장비를 갖춰 단감 와인 생산에 들어갔다. 단감 1㎏당 1병의 와인을 생산해 5만 병의 ‘단감 아이스 와인’을 출시했다.

    안 박사는 “와인 사업이 크게 성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단감을 버리는 것보다는 좋은 선택이었다”며 “지금 생각해 보면 첫해의 실패가 오히려 병보다 약이 됐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단감 해외 수출은 미국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의 나라로 이어지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경남에서 1년간 생산되는 단감은 약 17만t으로 이 중 5%인 8000t이 수출되는데 이것은 전 세계 최고 규모다. 이러한 성과는 경남이 우수한 단감을 자라게 하는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안 박사의 설명이다. 제주도는 너무 따뜻하고 밀양 이상의 지역은 기온이 낮은데 경남 동남부 지역은 단감이 가장 잘 성장할 수 있는 평균 13도의 기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남의 단감은 당도가 높고 아삭거리는 식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가 많다.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 수년 전부터 단감 재배를 시도했지만 기후와 기술적인 문제로 이내 포기했다고 안 박사는 설명한다.

    그는 “단감 저장에 관한 특허를 출연해 이 기술은 전 세계에서 최고를 자랑하고 있다”며 “단감 하나에만 대학, 농협, 연구원 등 54개 기관이 참여해 심혈을 기울인 결과다”고 말했다.



    ◆단감 진공 포장으로 전 세계 공략

    안 박사는 ‘MAP’ 기술을 소개하며 단감을 전 세계로 수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MAP 기술이란 산소나 이산화탄소가 일치되도록 하는 기술로, 감을 저장하기 가장 좋게 하는 숨 쉬는 포장지다.

    그는 이 기술을 완성하는 데만 4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기술을 통한 성장은 곧 상품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안 박사는 자동 포장 시설, 단감 색도계 등을 개발해 투입노동력의 3분의 2를 줄여 비용을 줄이고 품질은 크게 개선됐다고 소개했다. 이것은 농가의 높은 소득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이러한 기술로 11~12월 한정돼 있던 단감 수출이 1~2월까지 가능해졌다. 때문에 11~12월에 1㎏당 1달러인 감이 1~2월에는 2달러로 가격이 2배나 높아지는 등 수출 가격도 좋아졌다. 이러한 결과 2007년 4683t이던 단감 수출이 2012년에는 8754t으로 급증했다.

    그동안 다양했던 단감 상표도 ‘Korean sweet persimmon’이라는 공동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단감의 고급화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안 박사는 “우리가 생산한 단감 중 2%인 3000t만 수출해도 국내에서 300억 원의 경제적인 효과가 발생한다”며 “단감의 과잉 생산으로 인한 농가 피해를 수출로 돌리면 농가의 수익은 크게 증대될 것이다”고 말했다.



    ◆아버지께 인정받는 ‘단감박사’가 되고 싶다

    안 박사의 부모 세대가 단감 농사를 지을 때만 해도 단감 한 박스를 팔면 사과 세 박스를 살 정도로 가격이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사과 한 박스로 단감 세 박스를 사는 실정이다. 때문에 그는 단감의 질을 높이면서 지역의 과일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과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또 안 박사는 단감 수출뿐 아니라 가공식품 등을 개발해 또 다른 단감 브랜드를 만들어 수출 시장 확대라는 원대한 꿈을 품고 있다.

    안 박사는 “아버지가 단감 연구를 안 해도 당시 높은 가격에 단감을 팔았다는 말을 들으면서 더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경남을 대표하는 단감을 넘어, 한국 하면 단감이 생각나는 멋진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 배영진 기자 byj@knnews.co.kr

    사진= 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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