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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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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톡톡 튀는 맛집 (8) 창원 내동 '쌈 싸먹는 김치찌개'

김치찌개의 별미 한 쌈 하실래예?
사천 대표음식 노하우 전수받아
자연숙성 김치·국내산 생고기로

  • 기사입력 : 2013-01-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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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영에 가면 굴구이, 마산에 가면 아구찜을 지역 대표음식이라 말합니다. 그렇다면 사천의 대표음식은 무엇일까요? 선뜻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뜻밖에도, 사천에서 비롯되어 경남 전역에 체인을 이루며 퍼져나가고 있는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쌈 싸먹는 김치찌개입니다. 싱그런 상춧잎에 고슬고슬한 밥을 얹고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 사이에서 잘 익은 돼지고기를 집어내어 조심스럽게 싸 먹는 별미. 그 미감을 사천에서 창원으로 옮겨온 식당이 있어 찾아가 봤습니다.



    ▲쌈 싸먹는 김치찌개를 창원에 데리고 오다

    사천이 고향인 정대순(43) 대표는 창원에 자리를 잡은 이후로 줄곧 ‘쌈 싸먹는 김치찌개를 창원에 가져와야지’ 하는 소망을 지니고 있었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식당을 차리기 전, 각 가게에 가스를 대주는 일을 보던 정 대표는 창원 지역의 식당이라는 식당은 다 돌아다니며 답사 아닌 답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맵짠 눈썰미와 입맛으로 어느 식당은 왜 손님이 들끓는지, 어떤 식당은 왜 파리만 날리는지 유심히 살폈습니다. 그리고 10여 년 전 가스일을 접고 아내 강민정(40) 씨와 함께 상남동, 귀산동, 사파동 일대에서 식당을 열었습니다. 이후 사천에 직접 찾아가 쌈 싸먹는 김치찌개 제조법과 노하우를 전수받았고, 어느 정도 식당일이 기반이 잡힌 반 년 전에 내동으로 가게를 옮겼습니다.

    사실, 왜 사천에 쌈 싸먹는 김치찌개가 유명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한 식당주가 김치찌개에 들어간 돼지고기를 쌈에 싸먹는 메뉴를 개발했고, 그 메뉴가 인기를 얻으며 일대의 식당들이 삼삼오오 쌈 싸먹는 김치찌개를 내어놓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묵은지가 아닙니다, 중국산도 아닙니다

    특히 상호에도 직접 쓰일 만큼 주요한 재료인 ‘김치’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경남 일대에 대거 들어선 쌈 싸먹는 김치찌개 점포들은 프랜차이즈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창원 내동 ‘쌈 싸먹는 김치찌개’는 재료 선정부터 조리까지 모두 즉석에서 만드는 가정식입니다. 정 대표는 ‘먹을 만큼만 신선한 재료를 구입해 단시간에 소비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김치도 제때제때 직접 가게에서 담급니다. 수시로 좋은 배추와 마늘을 찾아 구입하고 매주 100포기씩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썬 김치와 전골에 쓰이는 포기 김치를 따로 담급니다. 매달 300~400포기를 담그기에, 낮시간에 가게 앞에서 배추를 다듬는 정 대표의 모습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특별한 김치 제조비법은 저장고를 따로 만들지 않고 자연 숙성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숙성된 김치는 시원하면서도 웅숭깊은 맛을 내며 찌개의 감칠맛을 돋웁니다.

    “손님들이 묵은지 아니냐고 물으시는데, 여름엔 1개월, 겨울엔 2~3개월 정도 숙성된 김치라고 말씀드립니다. 유산균이 가장 풍부한 때가 바로 그때이거든요. 다들 놀라십니다. 묵은지의 깊은 맛이 난다고 하시더라고요.”



    ▲정직하게 좋은 재료를 쓰려는 노력

    김치만 맛있으면 좋은 찌개일까요? 결코 그렇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김치찌개에는 김치뿐 아니라 돼지고기가 빠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지요. 가게를 차린 후 직접 돼지고기를 다뤄 온 정 대표는 이틀에 한 번꼴로 고기를 들여와 아침마다 직접 손으로 일일이 다듬는 작업을 합니다. 김치찌개에 들어가는 주요 부위는 항정살과 앞다리살인데요. 모두 100% 국내산 생고기입니다. “사실 뉴질랜드나 호주산 돼지고기 품질이 국내산 못지않게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냉동된 채로 오랫동안 보관된다는 데 있어요. 가공되지 않은 본연의 맛이 품질이지요.”

    신선한 재료를 쓴다는 원칙은 김치나 다른 메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필요에 의해 상황에 맞춰 대충 재료를 사는 것이 아니라 적기에 최상의 재료가 있다면 주저없이 사서 김치를 담그기 때문입니다. 마늘이나 파 같은 자잘한 재료도 어지간히 꼼꼼히 고르는 것이 아니어서, 농산물업주들에게 보통 깐깐한 사람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소금도 간수가 확실하게 다 빠진 것을 사용합니다. 전골에 들어가는 해산물은 새벽에 어시장에 가서 사오고, 후식으로 나가는 식혜도 국내산 질금을 구해와 직접 담급니다.”



    ▲김치찌개뿐 아니라 전골도 별미

    모방이 있었다면 필시 그 뒤엔 창조가 뒤따라야 하는 법. 정 대표는 사천에서 가져온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그는 수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해물이 들어간 통김치전골을 개발했습니다. 통김치전골에는 통김치가 들어가고, 속새우와 주꾸미가 통째로 첨가됩니다. 물론, 원칙에 입각해 해산물도 전라도 여수산으로 엄선했습니다.

    통김치전골은 생고기와 통김치가 냄비 아래에 융단처럼 깔리고, 부드러운 두부와 싱싱한 해산물이 그 위에 오르며 완성됩니다. 이를 강한 불에 익힌 후 가위로 각 재료들을 듬성듬성 자르고, 상춧잎에 밥과 함께 얹어 싸먹는 재미가 일품입니다. 밑반찬으로는 계란찜, 미역무침, 깍두기, 어묵이 함께 나가며, 묵은지만큼이나 깊은 맛을 내는 김치를 적용한 김치 두루치기와 김치오리탕도 특색 있는 메뉴입니다. 최대 15명과 25명씩 들어갈 수 있는 방이 식당 뒤편에 독립적으로 마련되어 회식 자리로도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글=김유경 기자·사진=성민건 기자


    ★맛집정보- 창원시 성산구 내동 동우상가 1층

    쌈 싸먹는 김치찌개 6500원

    통김치전골 1만5000~2만5000원

    ☏ 266-8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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