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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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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오래된 미래, 농업 농촌- 김두환(경남과학기술대 교수)

사람의 손으로 자연생태계 정상적 순환구조 훼손해선 안돼

  • 기사입력 : 2013-01-1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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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발족돼 활동에 들어가 차기 정부가 수행할 국정의 밑그림을 그리는 등 많은 일을 해 나갈 것이다. 우리 경남도정은 새 도지사가 보궐선거 당선과 동시에 업무를 시작해 곧 대대적 인사가 예고되는 등 도정의 여러 분야에서 변화의 바람과 함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물 위에 떠 있는 백조의 우아한 모습과 달리 물속에 담긴 백조의 발이 쉼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다음 정부에 반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많은 요구들이 지금 곳곳에서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차분하고 잡음 없이 무난하게 소정의 업무를 수행하기를 바라면서도 좀 시끄럽더라도 큰 원칙에 맞다면 과감하게 반영하고 우리의 삶의 가치에 대한 긴 안목에서 반영이 필요한 부분은 포용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농업, 농촌에 대한 문제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지난 대선이나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과정에서 농업, 농촌에 대한 공약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 선심성이라도 좋으니 농업, 농촌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긴 안목에서 우리 농업, 농촌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공약이 제시되기를 바랐지만 역시나로 그치고 말았다.

    우리나라 농업에서 축산의 비중이 커져 현재의 ‘농림수산식품부’를 ‘농림축산식품부’로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2010년 생산액 기준으로 전체 농업에서 차지하는 축산업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축산이 농촌경제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부활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본다면 충분히 합리적 근거를 가진 조직개편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축산업은 친환경 동물복지형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시대적 요구라 할 것이다. 여기에 ‘동물복지’를 넘어 ‘땅복지’ 개념 또한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곧 닥칠 것이다.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은 이번 겨울, 운전을 하면서 고속도로나 국도를 지나다 보면, 하얀 눈 덮인 들판에 군데군데 하얀 덩어리들이 널려있거나 쌓여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아이들 말로는 ‘머쉬멜로’ 같다고 하고 누구는 ‘공룡알’ 이라 부른다. 논에서 나온 볏짚을 소의 먹이로 이용하기 위해 수거해 저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전에는 볏짚을 수거하기 위해서 사람 손에 의존했지만 지금은 기계로 쉽게 수거하고 뭉칠 수 있기 때문에 논에서 나온 짚의 대부분을 이렇게 수거한다.

    문제는 논에서 나온 볏짚을 소를 먹이기 위해 다 가져와 버리면 그 논, 땅, 대지는 뭘 먹어야 한단 말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생태계는 동물과 식물 그리고 땅, 이렇게 세 축으로 순환을 하고 있고 정상적인 순환이 이뤄질 때 생태계는 안정을 찾을 것이고 우리 사람들은 그 생태계 속에서 안정적인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람의 손으로 자연생태계의 정상적인 순환구조를 비틀어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시급히 대안을 찾아야 한다.

    동물복지를 넘어 땅복지를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안은 역시 가축분뇨의 자원화이다. 논에서 볏짚을 가져와 소에게 먹이고 그 때문에 먹을거리를 잃은 땅에게는 소를 포함한 가축의 분뇨를 유기질 비료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땅에 뿌리를 내린 식물을 기반으로 하는 경종과 동물 기반의 축산이 서로 연결되고 보완하는 순환농업이 아주 오래된 미래이자 농촌의 희망인 것이다.

    가축분뇨의 자원화와 동물복지, 동물복지를 넘어 땅복지는 그래서 우리 농업, 농촌의 희망이자 미래여야 하는 이유이다. 이를 통해 자연생태계의 정상적인 순환을 유지하고 지속해 가는 것이 우리 농업, 농촌이 희망을 품은 오래된 미래 가치인 것이다.

    김두환(경남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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