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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너의 불행이 나의 행복?- 윤갑석(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장·경남교총 수석부회장)

  • 기사입력 : 2012-12-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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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 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숙적 일본을 통쾌하게 꺾습니다. 일본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닭똥 같은 눈물을 쏟아냅니다. 우리 선수들은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라는 동요 가사처럼 미친 듯 괴성을 지르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박종우 선수는 ‘독도는 우리 땅’이란 깃발을 높이 쳐들고 빛의 속도로 잔디밭 위로 내달립니다. 우리는 건국 이래 처음으로 일본의 불행을 딛고 꿈에 그리던 메달을 따서 희열감과 행복감을 만끽합니다.

    이런 경우가 ‘너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이 되고 우리는 그것을 농담 삼아 즐겨 사용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 말은 농담이 아니라 손자병법의 36계 중 제5계인 ‘진화타겁(火打劫)’과 비슷한 뜻의 말입니다. ‘진화’란 ‘불난 틈을 타다’란 뜻이고, ‘타겁’은 ‘도둑질하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남의 집에 불이 나 정신없을 때 물건을 훔쳐라’는 뜻이 됩니다. 얼마나 비윤리적인 표현입니까? 물론 전쟁을 윤리적으로 치를 수는 없겠지요.

    예부터 우리는 슬픔과 기쁨을 같이 나누는 인간관계 형성을 미덕으로 알아왔습니다. 그러나 운동 경기는 남이 불행해야만 내가 행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정해놓고 떳떳하게 이를 즐기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내면에 잠재해 있는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감정으로 볼 때 참으로 모순된 상황입니다.

    운동 경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학교 교육 현장에서도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끌어들여 의기양양하게 이를 즐기며 살아가는 불행하고 낯 뜨거운 아이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여기저기서 노출되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학교는 남의 돈을 따서 즐거워하는 고스톱판도 아니고 전쟁터도 아니며 올림픽경기장도 아닙니다. 학교교육 현장만이라도 우리의 아이들이 슬픔과 기쁨을 같이 나누고 ‘너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요, 너의 불행이 곧 나의 불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친구의 행복에 진심 어린 박수를 쳐 주고 친구의 불행을 따스하게 품어 주는 아름답고 인간적인 학교현장의 모습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윤갑석(창원 우산초등학교 교장·경남교총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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