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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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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잊어버리고 싶은 공약 1순위- 박현오(논설실장)

도지사 후보들 ‘도청이전’·‘통합시 해체’ 공약 이행할 수 있을까

  • 기사입력 : 2012-11-3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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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했던가. 세상사 보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보궐선거에 도전한 도지사 후보 2명이 ‘내가 만약 도지사에 당선된다면’을 전제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새누리당 홍준표 후보는 경남도청 마산이전과 진주에 제2청사를 설치하겠다고 공약, 강력한 후보였던 박완수 후보에게 경선에서 신승했다. 여기에 맞선 무소속 권영길 후보는 경남도청을 지키고 통합시를 해체,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로 돌려놓겠다고 공약했다.

    두 후보의 공약을 두고 여기저기서 이러쿵저러쿵 얘기들이 많다. 잘 있는 도청을 왜 옮기려고 하느냐에서부터, 못 박아 놓은 것도 아닌데 꼭 마산이나 진주로 옮기지 못할 이유라도 있는 것이냐는 항변도 들린다. 또 통합시 해체와 관련, 성남시 통합 과정에서는 야당 의원들이 쇠사슬을 몸에 묶고 의회 통과를 막아 통합하지 못하도록 했는데 창원에서는 왜 그런 일을 하지 못했느냐는 지적도 따른다. 전라남도는 23개 시·군에 이르는데 왜 경상남도는 18개 시·군에 머물고, 제대로 된 교부세도 못 받아 내느냐고 꼬집는다.

    다 지나간 일 이제 와서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할지 몰라도 책임은 분명히 존재한다. 여론조사와 의회 통과로 결정이 난 통합창원시는 통준위에서 청사를 명쾌하게 결정하지 못하면서 갈등이 상존하고 있다. 당시 통준위에서는 시청사를 차기 의회에서 결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의회 결정과정을 두고 이미 의회에서는 ‘치고 받는 일’이 일어난 바 있다. 시의회가 종전의 3개 시 색채로 삼분 되면서 결정을 하지 못하자 창원시가 시의회를 상대로 연내 통합시 청사 위치를 결정해줄 것을 압박하고 나섰다. 창원시는 마산종합운동장,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 39사단 부지 등 3개 통합시 청사 후보지 중에서 하나로 정하는 ‘창원시청 소재지에 관한 일부 개정 조례안’을 지난 16일 입법 예고하면서 내달 초 시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회 주변에서는 통합 전 3개 시를 중심으로 창원시의회에서는 통합시청사 마산 이전안, 현 창원시청 존치안, 진해 이전안을 동시에 회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전투구 격이 될 것이란 말이다. 혹자들은 박완수 창원시장이 결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시장의 결정사항이 아니라 시의회의 결정사항이다. 100년 창원을 위해 박 시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문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로선 폭탄과도 같은 결정을 하기는 만만치 않다. 박 시장이 어떤 결정을 할 경우, 의회가 수용하기도 쉽지 않다. 만약 시장이 어떤 결정을 하더라도 수용한다면 몰라도.

    이런 틈바구니 속에서 새누리당 홍 후보와 야권연대 권 후보 중 누가 당선돼도 자신이 공약한 것을 이행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래서인지 홍 후보는 도민 의견 수렴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야권연대 권 후보가 공약한 통합창원시의 환원은 주민투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투표를 통해 분리 여부를 묻고 법안을 성안, 국회에 제출해 통과시킨다는 복안이다. 한 번 뭉치기도 힘들지만, 떼어 내기도 힘들다. 얼핏 쉽게 보일지 몰라도 생각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두 후보가 공약의 이행 여부를 떠나 무조건 되고 보자는 목표에 최우선 시각을 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인다. 지역민을 볼모로 한 표를 의식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이다. 10년, 100년 후 경남 미래를 위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도청을 옮기겠다는 공약과 통합창원시를 분리하겠다는 공약, 과연 가능한 것인가. 지역과 지역을 갈라 놓고, 지역을 볼모로 하는 공약, 과연 도민을 위한 것인가. 선량한 도민들만 피곤하게 하는 것은 아닌가.

    정치인은 당선되고 나면 공약을 잊어버리고 싶어 한다고 했다. 잊어버리고 싶어 한다는 얘기는 표를 의식해 일단 공약은 했지만 돌이켜 보니 실천하기는 만만찮기 때문일 것이다. 도청 이전과 통합시 해체, 두 도지사 후보의 공약(公約)은 ‘잊어 버리고 싶은 공약(空約)’ 1순위가 되는 것은 아닌가.

    박현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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