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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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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협의이혼 시 ‘자녀양육상담’ 의무화- 서정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원·마산지부 소장)

이혼 후 부모의 역할 분담·자녀에 미칠 영향 등 실질적 대비 필요

  • 기사입력 : 2012-11-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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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은 더 이상 새로운 사회현상이 아니며 ‘또 다른 삶의 선택’으로 논의될 정도로 사회적 인식도 달라졌지만 이혼가정의 자녀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문화의 단면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이혼 과정에 있는 부부는 갈등과 혼란, 당면한 문제들로 인해 가장 중요시되어야 할 자녀 양육이나 자녀와의 관계에 대해서 제대로 고려하거나 협의하지 못한 채 이혼을 결정하게 되고, 이혼 이후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녀들까지 어려움을 겪게 되며 더러는 자녀의 일탈행동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필자의 상담소에서 이뤄진 이혼 관련 상담 통계에서도 이혼부부가 가장 어렵게 여긴 문제는 ‘자녀 양육에 대한 문제’이다. 자녀를 양육하는 이혼자들은 경제적 문제와 자녀 양육의 양립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며 특히 이혼 결정을 하기 전에 자녀양육에 대한 방법이나 상담 등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한편 자녀들은 부모가 한 마디 상의도 없었으며 이혼을 설명해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분노와 거부감을 가지게 되며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돼 충격이 크다고 호소한다.

    이혼은 부부 간의 관계 해소만이 아니라 부모자녀 관계의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녀가 이해할 수 있고 마음의 준비를 해 나름대로 대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자녀들의 입장과 생각을 진지하게 경청하고 자녀들의 복리와 관련해 이혼 후의 자녀양육과 양육비, 면접 교섭, 다른 가족과의 관계 등에 대해 충분히 의논하고 합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혼 단계에서 전문적인 상담이나 부모교육을 통해 이혼 이후 자녀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생활의 변화에 대해 알려주고 자녀들과 함께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시점에 대법원에서 협의이혼을 할 때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자녀양육 상담’을 의무화해 11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히고 자녀양육과 관련한 40분 정도의 영상물을 전국 법원에 배포해 자녀양육상담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2008년 숙려기간 실시로 협의이혼 때 ‘부모교육’을 권고만 해왔지만 이제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아야만 이혼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고 숙려기간 내에 ‘자녀양육에 관한 협의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자녀양육상담’을 통해 이혼 후 자녀 양육의 문제에 대해 숙고하고 양육권과 양육비, 면접 교섭, 친권자 및 양육자 변경, 자녀의 복지에 대해서도 원만한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혼숙려기간이 이혼 당사자들의 신중한 판단을 위한 것이라면 자녀양육상담은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것으로 꼭 필요한 조치로 보인다.

    자녀양육상담은 부모의 이혼에 비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자녀들의 복지 차원에서 그리고 원만한 이혼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 그래서 양육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차원을 넘어 부모의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자녀의 정서 안정을 위한 고려사항, 이혼 후 부모의 역할 분담, 이혼 후에 다가올 문제들에 대해 실질적인 지식 습득과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 또 가능하다면 구체적인 양육 계획을 위해 개별상담을 병행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이혼 전반에 관한 풍부한 상담 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상담가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또 매일 수십 건에 달하는 많은 양의 상담을 법원에서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라면 전문 상담기관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실현 방법이 불통이면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모처럼의 좋은 제도가 그림의 떡이 아니고 이혼가정과 자녀에게 의미 있는 떡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서정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원·마산지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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