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04월 20일 (토)
전체메뉴

[정연태 四柱 이야기] 승진운

  • 기사입력 : 2012-11-09 01:00:00
  •   

  • 조광조는 나이 34세인 1515년(중종 10년)에 조지서사지(造紙署司祗)라는 종6품에 해당하는 관직에 초임되었다. 이후 빠른 승진을 거듭해 중종 13년 11월에 사헌부 대사헌에 임명되었다. 관직에 나아간 지 40개월도 되지 않아 종2품에 해당하는 대사헌이 되었던 것이다. 조광조의 삶은 파격 그 자체였다. 연산군을 몰아내고 집권한 중종은 개혁정치를 펴게 되었는데, 그때 개혁의 주역으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신진 사류의 대표적 인물인 조광조였다.

    조선조를 통틀어 조광조처럼 불과 4년 만에 여러 관직을 두루 거쳐 대사헌에 오른 인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조광조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급진개혁에 위기를 느낀 반대파들의 작전에 말려들어 기묘사화로 자신을 가장 신임해 준 중종에 의해 사약을 받았다.

    빠른 승진이 가져온 불운이었다.

    직장인의 로망은 승진이다. 승진만큼 직장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도 드물다. 학교를 갓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 물불 가리지 않고 뛰다 보면 어느새 초급간부 문턱에 다가선다. 이때부터 승진으로의 고행이 시작된다. 그렇다고 승진이 직장인의 전부일 수는 없다.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며 만족과 보람을 얻는 것도 비길 수 없는 행운이다. 그러나 직장이라는 조직사회에서 능력과 업적이 객관적으로 보상되는 수단이 곧 승진인 만큼 승진은 샐러리맨들의 꿈이랄 수밖에 없다.

    올해 55세 무술(戊戌)생인 중학교 여교사인 박 선생의 꿈은 1차로 교감이 되는 것이고 그다음이 교장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까지 승진을 위한 점수 쌓기를 차곡차곡 알뜰하게 해왔다. 학교에서 힘든 일을 도맡아 하기도 했으며, 가족과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은 오지 근무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올해 12월 인사에서 그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내방객의 표정이 초조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안 된다”라는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주에는 상관(傷官)이라는 것이 있다. 이 말은 관(官)을 상하게 한다는 뜻인데, 이 상관은 똑똑함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남녀를 불문하고 사주에 상관이 있으면서 그 기운이 강하다면 머리가 비상하고 재주가 많다.

    눈치가 빠르고 재치도 있으니 어디를 가나 싹싹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특히 여자 사주에 이 상관이 강하게 있으면 인물도 남에게 빠지지 않으니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상관은 정관을 상하게 하니, 안타깝게도 능력은 있지만 유독 관운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본인은 불에 해당하는 화(火)라서 수(水)가 관(官)이 된다. 그런데 박 선생의 사주에 관(官)인 수(水)를 꼼짝 못하게 하는 토(土)가 두 개나 있다.

    이러면 관운은 없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결과가 허망하다.

    이런 사주로 타고난 것을 알았더라면, 애초에 승진의 꿈을 접고 좀 편하게 생활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인생이 지금보다 훨씬 더 여유롭지 않았을까.

    허탈해하는 박 선생은 일어서면서 인사권자의 부정적 언질이 있었지만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있을까 하고 찾아왔다고 했다.

    왜?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 너무 억울하니까.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