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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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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도지사 보궐선거 ‘리더’가 그립다- 허충호(논설위원)

권위적인 보스보다 지혜·온화함·인간미 있는 사람 됐으면…

  • 기사입력 : 2012-11-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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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머리가 아프다.” 함안에서 작은 토목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박 사장의 말이다. “경기가 안 좋은 데다 모두 움츠리고만 있으니 사업하기가 겁이 난다. 대선과 도지사 보선으로 정치판까지 술렁이니 뭔가 모를 불안감도 크다. 언론에 ‘경남소외론’이 자주 오르내리니 정말 경남의 입지가 좁아지는 건 아닌지, 경남의 사업물량이 축소되는 것은 아닌지도 걱정이다.” 그의 얘기 중 마지막 말이 유난히 귀에 쏙 들어온다. 곧 있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누가 도민의 선택을 받을지, 그에 따라 경남의 위상이 어떻게 바뀔지 걱정하는 투로 들리기 때문이다.

    12월에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도지사 보선에 많은 이들이 출사표를 냈다. 실체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후보로 회자되는 이들도 많다. 이미 여권 경선에 참가한 4명의 후보들은 내일모레면 당이 건네줄 공천 티켓을 따내기 위해 트랙을 전력 질주하는 모습이다. 야권의 후보들도 운동화 끈을 질끈 매고 출전결의를 다지는 모습이다.

    도지사 경선 흥행이 신통찮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아마도 대세를 잘못 읽고 있은 것이다. 도지사 후보들의 면면이 통술집 주당들의 단골메뉴로 오르고 있고, 셋 이상 모이면 “누구 누구는 절대 안 된다”는 판인데 관심도가 낮다니? 관심이 낮은 것처럼 보였다면 “아! 이 사람이다!”고 할 리더가 없어 애써 무심한 듯 뒷짐 진 이들을 보았으리라 여겨진다.

    도지사 선거 얘기를 하다 보니 문득 경남이 필요로 하는 지도자상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진다. 편의상 지도자 유형을 리더(leader)형과 보스(boss)형으로 나눠보자.

    리더와 보스는 조직의 정점에 선 지휘자라는 의미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보스에서는 ‘권위’보다 ‘권위적’인 냄새가 난다. 우두머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경외와 존경을 반드시 동반하지는 않는다. 보스에서 강인한 카리스마가 연상된다면 리더에서는 지혜와 온화함이 떠오른다. 권위와 인간미가 느껴진다.

    홍사중은 저서 ‘리더와 보스’(1997년·사계절출판사)에서 리더와 보스의 차이점을 몇 가지로 구분했다. 간추리면 대략 이렇다. ‘리더는 “함께 가자”고 권유한다/보스는 “가라”고 명령한다’ ‘사람을 이끌고 간다/사람을 몰고 간다’ ‘선의에 의존한다/권위를 필요로 한다’ ‘대중의 눈으로 본다/자기 눈으로만 본다’ ‘공개적으로 일한다/등 뒤에서 일한다’ ‘존경을 모은다/복종을 요구한다’ ‘권위를 쌓는다/권력을 쌓는다’ ‘남을 믿는다/겁준다’ ‘현실에 기초한다/무지개를 바라본다’.

    나열한 문구 중 앞은 리더, 뒤는 보스의 모습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리더는 사람을 볼 줄 알고, 쓸 줄 알며, 말을 들을 줄도 알고, 움직일 줄도 아는 사람’이다. 현실적인 비전을 갖고 조직원들과 함께 일하며, 그들의 손을 잡고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사람이다. 권위가 있으되 권위적이지 않으며 존경을 강요하지 않아도 존경받는 사람이 리더다.

    리더의 삶은 사실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대부분의 지도자는 험난한 리더의 길보다 쉬운 보스의 유혹에 빠진다. 고대 군주제 당시 불안한 정국을 핑계로 보스정치를 구사한 예가 허다했다. 물론 효과적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시대가 꼭 보스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한 달 보름 후면 도지사가 가려진다. 도민 모두의 마음이 하나가 아니듯, 바라는 도지사상도 다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리더와 보스를 두고 “당신이 선호하는 지도자상을 고르라”면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혹 “리더가 좋은 것이라면 당연히 리더감을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 사회에 여기 언급한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리더가 있느냐고. 그래도 이번 지사 선거에는 박 사장의 고민을 풀어줄 리더가 있었으면 한다.

    허충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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