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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중소기업 해외 수주, 금융 마중물 절실- 이규태(태광중공업(주) 대표이사·한국해양플랜트전문기업협회장)

  • 기사입력 : 2012-10-2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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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력의 한계에 부닥친 내수 시장을 탈피하고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타개하는 일은 국내 중소기업들에게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당위의 문제이다. 국내외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다져온 중소기업 특유의 검증된 기술력과 순발력은 글로벌기업 환경 속에서 해외 틈새시장 공략의 기회를 확대시켜주고 있다.

    메카트로닉스의 메카인 경남지역의 해외 플랜트 분야에서 꾸준히 전문 기술을 축적해 온 지역 중소기업들에게는 BRICs를 위시한 신흥 개발국에서 근년 들어 대규모로 발주하는 해양 플랜트 및 산업 인프라 분야의 진출이 유망하고 실제로 이 분야에서 지역 중소기업의 수주 소식도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하지만 의욕에 찬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난관이 중첩해 있는데 가장 심각한 것이 각종 금융 보증(Guarantee Bond)의 확보이다.

    국내 공사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해외의 원청업체가 한국의 중소업체에 해외 프로젝트를 발주할 경우, 한층 강화된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계약부터 공사완공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 프로젝트의 안전 수행을 담보하기 위해 금융권의 확실한 보증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계약이 체결되면 자재 구입 등에 요긴한 선급금을 받기 위해 우량은행 발행의 선급금 환급보증(Refund Guarantee, R-Bond)을 발주처에 제출해야 하고 공사 이행을 담보하는 계약이행보증(Performance Guarantee, P-Bond)을 R-Bond와 동시적으로 혹은 짧은 시차를 두고 또 제출한다. 찔끔찔끔 지급되는 중도금을 받기 위해서도 중도금 반환보증증권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사 완료 이후 만료기간이 1년 이상이나 되는 하자 이행보증(Maintenance Guarantee, M-Bond) 제출이 기다리고 있다.

    적게는 수십억 혹은 수백억 원에 이르는 해외 프로젝트의 발주 규모를 커버하는 이상의 모든 보증증권들을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들에게 신용만으로 발급해 줄 리는 만무하다. 그나마 신용보증을 하더라도 신용도에 따라 1.5~2.5%의 보증 수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50억 원의 공사를 수주했을 경우 R, P, M-Bond 등의 발급 수수료에만 무려 4000만~5000만 원이 지출되는 식이다.

    국내의 플랜트 업종을 하는 중소기업들은 해외 굴지의 기업(80년 역사, 매출액 3조 원, 해당 분야 세계 점유율 1위)들과 계약을 체결하여 해외 공사를 수주하여도 금융기관들이 내부적으로 중소기업에 대해 신용보증 한도를 정해 놓고 이를 초과하는 보증에 대해서는 고율의 담보 대출과 동일한 보증을 요구한다.

    또한 담보 한도가 초과되면 보증서 발급을 해주지 않아 비록 추가 수주를 했더라도 담보능력 없이는 보증서 발급을 받지 못해 천신만고 끝에 확보한 수주마저 포기해야 하는 실정이다.

    특히 아쉬운 것은 국책 금융으로서 ‘신용’과 ‘기술’에 수반한 사업성 검토를 본업으로 하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조차 선급금 지급보증 외에는 다른 보증을 하지 않고 있고 그나마 양 기금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기 발행된 선급금 보증도 통합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에 수천억 원을 쏟아 부어 부실을 자초하고 있는 금융권들도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수십억 원의 보증조차도 인색한 현실이다. 동반성장이 시대의 화두이지만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에 있어서만큼은 금융권에서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한 상생의 책임 있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

    적어도 국책금융기관에서만큼은 신용도가 확립된 해외 굴지의 기업과 체결하고 공증한 계약서에 대해서는, 예컨대 선급금의 일정액을 일정 기간 동안 예치하는 조건 등으로 신용만으로 보증서를 발급하는 등 중소기업의 천신만고하는 해외 수주 노력에 금융의 마중물을 붓는 대책이 절실하다.

    이규태(태광중공업(주) 대표이사·한국해양플랜트전문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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