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3일 (화)
전체메뉴

산청엑스포 수사가 남긴 것/이학수기자

  • 기사입력 : 2012-10-25 01:00:00
  •   



  • 산청세계의약엑스포 대행사업 심사위원 명단 유출 의혹사건 수사 결과, 유출의 장본인이 실무 총책임자인 집행위원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해 국제행사로 준비 중인 산청엑스포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사건의 발단은 익명의 제보자 투서에서 시작됐다. 투서 내용은 심사위원 명단이 유출됐고, 공무원이 연루됐다며 이를 밝혀달라는 것이었다. 투서가 도 감사관실에 접수되기 4일 전 본지에도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있었다.

    수사결과를 보면 집행위원장이 투서를 한 업체에 심사위원 명단을 넘겨줬고 이 업체가 서울의 컨소시엄업체의 하청업체에 명단을 넘겨 심사위원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다른 업체쪽으로 쏠려 있다고 판단, PT 자체를 무산시키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수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명단을 입수한 또 다른 업체가 있으며, 이는 조직위원회 누군가에 의해 유출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 그래서 ‘반쪽 수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명단유출의 대가성 관계와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 등을 추가로 수사하고 있으나 성공 가능성은 가늠하기 어렵다.

    명단유출 사태에 대한 산청엑스포의 최고의결기관인 이사회나 조직위원회의 대응방식도 문제가 있다.

    산청군수 주재로 24일 열린 엑스포 임시이사회에서는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불만은 물론 혐의에 대한 아전인수식 반박만 있고 누구도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유행어처럼 이사회나 조직위의 행동은 ‘납득’이 안 된다. 수사대상자로 오랫동안 경찰에 불려 다니고, 입건된 공무원들이 혐의의 경중을 떠나서 그 자리에서 직무를 계속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적절하지 않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지자체의 행사 대행사업의 이면을 조금 들여다보게 됐다.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은 업체의 치열한 로비에 노출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점수가 결정적이기 때문에 업체들은 심사위원 명단 확보에 사활을 걸게 된다. 따라서 제도 개선 없이는 명단 유출사고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때를 놓치면 될 일도 안 되는 법이다.

    이학수기자(사회부)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학수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