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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우리 동네 나들가게 성공스토리- 조문기(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 기사입력 : 2012-09-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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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딱 10년 된 우리 동네 단골가게 풍경은 볼 때마다 흥미롭다. “안녕하세요?”라는 안부 인사를 시작으로 주인과 손님은 안과에 다녀온 일, 며느리가 사준 새옷 자랑 등 사소하고도 정겨운 대화를 주고받기 바쁘다.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 매장에서는 좀체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이 가게에 가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든든한 다리가 놓여 있는 듯 절로 환한 미소가 번진다.

    가게 주변을 둘러보면 바로 코앞에 GS25와 마주하고 있고 좌우에는 패밀리마트, 세븐일레븐 등이 차례로 문을 열어 포위했지만, 이 가게는 여전히 생기가 넘치고 장사도 잘된다. 초창기 경남신용보증재단의 보증으로 은행대출을 받아 부족자금을 충당했지만, 영업이 잘되어 3년 만에 대출금을 모두 상환했다. 기업형 마트의 진입으로 동네마트의 폐업이 속출하는 요즘, 도대체 이 가게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가게주인은 다음 3가지 비결을 들려주었다.

    첫째, 철저한 시장조사이다. 주인은 가게를 오픈하기 전 일주일 동안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이 지역에 상주하면서 메모지를 들고 주변 동향을 꼼꼼히 살폈다. 동네 골목을 지나는 사람의 연령, 학생 직장인 등 신분, 이용하는 차량, 붐비는 시간 등을 철저하게 조사했다.

    대학교 근처라 편의점이 많은 데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점과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간파한 주인은 좋은 채소와 과일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이 지역에서 살아남는 영업전략으로 삼았다. 또한 혼자 또는 둘씩 자취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파악하고는 소(小)포장 전략을 채택했다. 그 결과 평소 편의점에서 물건을 비싸게 구입하던 고객들이 이 가게에서는 신선한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단골이 되었고 바로 그분들이 다른 분들을 소개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둘째, 소비자가 원하는 최고의 상품을 구비해 놓았다. 이 가게 주인은 매일 새벽 도매시장 등에 나가서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구입해 오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채소와 과일은 우리 지방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꼭 챙긴다는 철학을 견지하고 있다. 철 따라 거창사과, 함안수박 등을 진열했으며, 지난 주말에는 최고의 배를 사기 위해 하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게다가 구매자의 수요에 맞춰 배 한 개, 사과 3개, 수박 4조각, 무 반 등 소포장 전략도 계속 지켰다. 주인은 이것이 진정한 신토불이(身土不二)이고 고객에게 건강을 파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생활필수품도 소비자 입장에서 최선의 제품을 구입해 제공한다는 원칙을 가게 오픈 때부터 변치 않고 지켜오고 있다.

    셋째, 주인과 종업원이 항상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것이다. 가게를 들어서는 순간 인사를 받으면 누구나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친절과 웃음도 경쟁력이라고 믿는 주인의 신념이 빛난다. 손님들에게 가족같이 안부를 묻고 환한 웃음을 보내면 기분이 언짢은 사람도 나중엔 웃으며 가게를 나간다. 주인은 오늘도 누군가에게 웃음과 기쁨을 줄 수 있다면 보람찬 하루요, 잘 보낸 하루라는 생각을 가슴에 담고 산다. ‘내가 만나는 사람은 모두 다 좋은 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 계산대 위에 붙은 표어가 반짝인다.

    이 가게는 동네에서 돈을 번다는 생각에 앞서 동네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다. 그러면 돈은 절로 따라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익의 일부는 동네에 돌려주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봉사에도 열심이다. 가게 오픈 때부터 정기적으로 동네 노인정에 제철과일과 생필품을 꼭 챙겨드리는 일을 잊지 않는다. 노인들에게 말벗이 되어주고 유머로 한바탕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동네 어르신들은 “이왕 사는 거 동네가게에서 사거라” 하시며 홍보대사가 되어 주고, 어떤 할머니는 집에서 삶아 온 고구마를 쥐여 주기도 한다. 주인은 사랑과 봉사는 기쁨을 퍼뜨린다고 믿고 있다.

    신용보증재단의 주 고객인 동네가게들이 우리 동네 가게처럼 철저한 시장조사, 고객의 수요(needs) 파악, 친절봉사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길 기대해 본다.

    조문기(경남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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