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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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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2012 문자문명전 관람기

서예가들은 ‘임진전쟁’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 기사입력 : 2012-09-1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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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병인 作 ‘칼의 노래’
    한 관람객이 제2전시실에서 열린 일본작가 초청 특별전을 둘러보고 있다.
    개막 인사말을 하고 있는 김종원 문자문명연구회 회장.
    김종원 作 ‘삼국의 눈’
    박세호 作 ‘노계 박인로 선생- 태평사’




    얼마 전 한동안 잠잠했던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이 국내외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거기에 더해 런던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보여준 박종우 선수의 세리머니가 독도 문제와 연결되며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뿌리 깊게 남아 있는 반일감정의 기원에는 정확히 420년 전에 발발한 임진왜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임진왜란이 아니라 임진전쟁이다

    임진왜란은 자칫하면 조선(朝鮮)과 왜(倭), 이 두 나라 사이에 일어난 국지적 분란으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명(明)나라가 이 전쟁에 개입하면서 임진왜란은 동북아 삼국이 한반도 땅덩어리에서 맞붙은 대사건으로 번졌습니다. 그 결과 왜와 명은 왕조가 바뀌는 대변혁을 겪었고 조선은 전후복구에 수십 년의 세월을 쏟아부어야 했습니다. 이같이 동북아 지배체제의 재편을 가져온 전쟁을 ‘왜가 일으킨 난’ 정도로 치부하는 것에 대한 새로운 역사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고 있는데요. 이런 요구에 부응해 ‘임진왜란’이 아닌 ‘임진전쟁’으로서의 역사 해석을 미학적으로 표현해 낸 경남작가들의 한마당이 바로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창원 성산아트홀 전시관에서 열린 ‘2012문자문명전-임진전쟁 역사인물과 사건의 재해석’입니다.


    ▲문자문명전의 성격

    지난 1988년 경남 창원 다호리 고분에서 출토된 ‘붓’은 한국의 문자문명의 역사를 단숨에 기원전 수세기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 발굴은 한반도 고고학적 발굴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사건으로 기록되었는데요. 기원전 한반도 남쪽 낙동강변 다호리에서 이미 ‘문자’가 존재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2012문자문명전을 관람한 일본 서도신문사(書道新聞社) 가야라(萱原晉) 사장은 “일본은 7세기, 한국은 6세기 이후에야 문자가 쓰인 흔적이 발견되었다. 하지만 다호리 붓 발굴은 동아시아 문자역사, 서예사에서 한반도의 지위가 재조정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문자문명전’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삼아 문자가 모든 문명의 중심에 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문자문명연구회(회장 김종원) 작가들에 의해 2008년부터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개최되어 왔으며 지난 5월에는 중국 국가기관인 서법원의 초대로 문자문명전 베이징전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2012 문자문명전을 둘러보고

    이번 문자문명전은 성산아트홀 전시관 전관에 걸쳐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선을 보였습니다. 특히 제1전시실 ‘역사해석과 의미조형’전과 제4전시실 ‘지역의 역사 그 새로운 인식’전의 작품들은 ‘임진전쟁 역사인물과 사건의 재해석’에 걸맞은 뚜렷한 성격의 작품들이 많았는데요. 제1전시실에는 이돈흥, 박원규, 정도준, 이종선, 구지회, 김영삼, 이원동, 김종원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서예가들의 전통적 혹은 파격적 작품이 두루 전시되었습니다. 제4전시실은 경남의 임진전쟁 현장과 역사인물에 대한 이해를 서예미학으로 구현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는데요. 이는 경남 전역이 임진전쟁의 주격전지였던 것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진주성 전투, 이순신 장군과 노량해전, 의령의 곽재우 장군과 의병, 남명 조식선생 문하생들의 의병활동, 김해 사충신의 활약 등 역사적 사실, 인물들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며 이수희, 박금숙, 이병남, 정대병 등 경남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선을 보였습니다. 제2전시실은 일본작가 초청 특별전, 제3전시실은 현대미술가 특별전, 제5전시실은 문자문명연구회 경남서작가회 추천작가전, 제6,7전시실은 주제 공모 특별전으로 꾸며졌습니다.

    글=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skkim@knnews.co.kr


    /인터뷰/ 기리야마 日 마이니치신문 학예부 기자

    일본의 현대 서예는 다채롭다. 음악이나 회화 등 이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었던 타 장르와의 접목도 빈번하다. 문자문명전에서도 그와 유사한 느낌을 받았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 그림과 글씨가 완전히 분리되어 문인화라는 장르가 사라진 지 오래지만 한국은 그림과 문자의 혼용이 많은 점이 인상적이다. 일본도 기록할 때 쓰이던 한자와 입말이었던 히라가나 모두 쓰이듯 한국도 한자와 한글이 동시에 서예라는 장르 안에서 조형적으로 변형되고 아름답게 표현되는 점이 양국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다. 먹에 머물지 않고 색채를 과감하게 끌어 쓰는 점은 한국이 일본에 비해 한발 앞선 것 같다. 서양의 서예 수요층이 원하는 풍이 동양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기법을 차용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창원이라는 중소도시에서 이러한 생각을 가진 작가들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김유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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