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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인연에도 시효가 있다

  • 기사입력 : 2012-08-3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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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조업을 하는 김 사장과 건축을 하는 최 사장은 둘도 없이 친한 친구 사이다. 얼마 전에는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자녀들도 서로 왕래가 잦다. 급한 일이 있으면 자신의 일처럼 발벗고 나서 도와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김 사장이 공장을 확장하게 되고, 건축을 하는 최 사장은 이 공장을 증축해 주면서 서로의 관계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죽일 놈 살릴 놈’ 하면서 서로 원수지간이 되어 법정에서 다투고 있다.

    퇴직공무원인 허 선생은 요즘 법원에서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정위원이란 분쟁이 발생했을 때 판사의 판결이 있기 전에 타협의 여지가 있으면 서로 협의를 해서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중재자다. 민사사건을 주로 맡아 하는데 에피소드가 참 많다고 한다. 서로의 이익이 얽혀 있는 관계라 쉽게 타협하지 않으려고 하니 조정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민사사건이니 주로 돈 문제로 다투는데 모르는 사이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친구나 일가친척 등 서로가 인연이 있으니 돈이 오가고 했을 것이다.

    가깝지 않으면 거래가 없었을 것이고, 거래가 있으니 분쟁이 생기게 되고, 분쟁이 생기니 미움이 생기게 된다. 이렇듯 가까운 사이일수록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김 사장과 최 사장의 사건은 여러 차례 협의를 했지만 합의가 안 되는 경우이다. 서로 감정이 너무 상해 타협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를 허 선생이 해결했다. 그는 “당신들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더 이상 미련 두지 말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라”고 충고해주면서 조정을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내가 너에게 어떻게 했는데 네가 나한테 이럴 수는 없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과거의 인연을 생각하면 그동안에 잘 대해주었던 것이 억울하고 화가 난다. 그러니 서로가 용서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허 선생은 ‘인연에도 시효가 있다’는 말을 법원에서 종종 사용한다고 말한다. 둘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해하지 말고 깨끗이 잊어버리고 새 출발하는 것이 서로에게 있어 발전적이라는 것이다.

    사주에도 인연법이라는 것이 있다. 부부 사이나 부모와 자식 관계로 오는 인연법도 있지만 형제나 친구 사이에도 인연법은 존재한다. 부부 사이와 부모자식은 띠를 보고 판단하게 되고, 형제나 친구 사이는 주로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비견(比肩)과 재물을 뺏어간다는 겁재(劫財)로 따진다.

    이 비견과 겁재가 어느 때는 더없이 소중하다가도 운(運)이 바뀌어 기신(忌神-나쁜 작용을 하는 것)이 되면 다툼이 생기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가까운 사람과 돈거래를 하지 말라고 일러준다. 돈거래만 하지 않으면 아무 일 없이 넘어가는데 돈과 엮이게 되면 십중팔구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게 되면 계약서를 작성해서 꼼꼼하게 따져가며 공사를 할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에게 맡기게 되면 대부분 믿으니까 소홀히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거래를 하지 마라는 말이 생기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콩이 자갈밭에 떨어졌으면 왜 하필 여기 떨어졌냐고 한탄만 하고 있으면 될까. 물론 아니다. 어떤 밭에 떨어졌든 우선 싹을 틔워야 한다. 만난 인연을 풀어가면 된다. 나쁜 인연이면 좋게 풀고, 좋은 인연이면 더 좋게 만들어야 한다.”

    화재의 인물인 법륜스님이 쓴 ‘깨달음’이라는 책의 내용이다. 만난 인연을 좋게 풀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 263-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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