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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진주 이반성면 문수사

들리나요? 들꽃·뫼꽃 속삭이는 소리가 …

  • 기사입력 : 2012-07-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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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시 이반성면에 위치한 ‘들꽃뫼꽃피는 절’ 문수사에는 300여 종의 들꽃이 경내 곳곳에 피어 있다.
    겨울에 식물이 얼지 않도록 만든 돔형 온실.
    수국
    송엽국
    들꽃이 핀 문수사 마당에서 바라본 대웅전 측면.
    동자꽃
    문빈
    백일홍
    대잎초




    처음 그 절에 대해 이야기 들었을 때부터 그곳에 꼭 가고 싶었다. ‘들꽃뫼꽃피는 절’ 문수사는 아담한 절이다. 절은 마산~진주 간 국도 2호선 중간쯤에 있는(행정구역상 진주시 이반성면에 속하지만 진주시와 옛 마산시의 경계에 있다) 발산저주지 위쪽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10일 설레는 마음으로 비구니 사찰인 문수사를 찾았다.

    우리 일행(사진기자와 필자)은 창원에서 출발한 지 50여 분 만에 발산저수지에 도착했다. ‘대한불교조계종 문수사 2㎞’ ‘들꽃뫼꽃피는 절’이라는 독특한 이정표가 붙어 있다. 저수지 둑길을 따라가면 10가구 내외의 작은 내동마을이 나타난다. 내동마을을 따라 차량 두 대가 간신히 교행할 만큼 좁은 길을 천천히 올라가면 작은 저수지가 하나 더 나오고, 이어 숲 속으로 절 지붕이 보인다. 절 입구에는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하얗고 분홍빛을 띤 접시꽃이 소나무를 에워싸고 있다. 주차장에서 보면 절은 산 속에 폭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크고 작은 돌로 쌓은 축대 위에 절이 있다. 일주문은 없고 대신 절 입구는 20여 개의 돌계단으로 되어 있다. 돌 계단 사이에도 들꽃이 피어 있다. 합장하고 들어서니 절 마당 주변에 온통 들꽃이 피어 있다. 평일이어서 그런지 절에는 사람이 안 보이고 스님이 사는 요사채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린다.

    절은 정문에서 볼 때 한가운데 대웅전, 왼편에 요사채, 오른편에 신선각, 대웅전 뒤편에 독성각, 왼편 끝에 해우소, 오른쪽 끝에는 돔 모양의 온실이 배치되어 있다. 대웅전 좌우로 연꽃이 피어 있다.

    마당 가장자리 화원에는 벌들이 웅웅거리고 나비와 잠자리도 보인다. 절이 고요하니 매미소리, 새소리가 도드라지다. 절을 한 바퀴 둘러보고 주지스님을 뵈었다. “송창우 시인 소개로 왔습니다. 들꽃 이름을 모르는데 가르쳐 주십시오.” 예순은 넘어 보이는 주지스님이 “봄에 와야 꽃이 좋은데 여름엔 꽃이 많이 져서…”라면서 앞장선다.

    “입구에 핀 보라색 꽃은 수국, 여름 장마 때 한아름 핍니다. 마당에 가장 많이 핀 꽃은 송엽국. 소나무 잎처럼 생겼다고 해서…, 꽃잎이 연꽃 같은 저 꽃은 한련화, 절 주위 온 산에 핀 꽃은 미인초 또는 자기, 꽃이 봉황꼬리 같아서 봉황초라고도 부르고, 가을에 피는 가실쑥부쟁이. 주황색 예쁜 저 꽃은 동자꽃.” 스님은 거침없이 꽃 이름과 유래를 설명한다.


    숲 속 지붕 아래 아담한 산사

    미소 머금은 비구니 반겨


    마당 곳곳 돌계단 사이사이

    송엽국·미인초·봉황초·톱풀…

    이름처럼 예쁜 들꽃 피어나



    “두더지가 다 파먹어서 우리 절에서는 지금 멸종위기인 하늘말라리. 봄에 활짝 피고 지금은 사체만 남은 며느리밥풀꽃, 잎이 톱처럼 생겼다고 해서 톱풀, 하늘하늘한 물코스모스,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긴 여주, 분홍달맞이, 좁쌀풀꽃, 원추리, 패랭이….”

    주지스님의 설명이 시작되고 정신없이 받아 적지만 돌아서면 금방 잊어 먹을 게 분명하다. 아는 꽃이라곤 채송화 나팔꽃 코스모스밖에 없다. “불러 주시는 대로 적고, 사진도 찍지만 어느 꽃이 어느 꽃인 줄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어떻게 확인하지요?”

    “다음 카페에 우리 절 블로그가 있습니다. 거기 꽃 이름 있습니다.” “꽃이 몇 종류 정도 됩니까?” “300종 정도 됩니다. 봄이 오면 복수초→할미꽃→금낭화 순서로 피는데, 초파일 즈음해 제일 보기 좋습니다.”

    잠시 한숨을 돌리는 사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으로 짐작되는 작은 스님이 찹쌀부침개인 ‘우쭈지’와 수박 한 접시를 내놓는다. 담백한 우쭈지 맛이 일품이다.

    주지스님은 들꽃이 좋아 10여 년 전부터 절에 꽃을 심었다고 한다. “지금은 절에 핀 꽃도 우리나라처럼 다문화가 되어 버렸어요.” 처음에는 꽃을 구분해 심었는데 막 섞였어요.” 스님은 시작할 때 꽃마다 이름표를 붙이고 구분해 두었는데, 시간이 가면서 꽃씨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날아 다니면서 꽃들이 섞여 버렸다.

    절에는 주지스님과 작은스님 보살 한 분 등 모두 세 명이 산다. 또 개가 7마리 산다. “이런 산속에 여자들만 살면 안 무서워요? 산짐승도 내려올텐데….” “멧돼지가 내려옵니다. 고라니도 와서 채소를 다 뜯어 먹습니다.” “점심 공양하고 가도 될까요?” “절밥이 먹고 싶은 모양이군요.” 작은 스님은 웃으면서 먹고 가라고 하신다. 오이냉채국에 비름나물 버섯볶음 풋고추 된장 등이 나왔다. “모두 우리가 텃밭에서 가꾼 것들입니다.”

    이따금 절에 들러 풀도 베어주고 절 주위 나무도 손질해 주는 아저씨(스님은 그분을 조경부장이라고 불렀다)와 점심 공양을 같이하면서 “스님 두 분이 다 고우십니다”하고 말을 건네니 “요즘은 절에 예쁜 사람만 들어옵니다. 혜민 스님(‘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저자) 보세요. 얼마나 잘 생겼는지” 하고 작은 스님이 되받는다.

    “스님들 성함을 여쭤봐도 될까요?” “우리는 그냥 들꽃이라 생각하시고… 언제든 찾아오면 차는 한잔 드립니다.” 스님들께 합장하고 절을 떠났다.

    청명한 하늘과 들꽃이 그리울 때 다시 한 번 문수사에 찾아와야겠다.

    글= 이상규 기자·사진= 성민건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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