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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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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몸에 좋고 보기 좋은 집 (2) 마산 내서읍 신감마을 김선미·김항겸 씨 부부 집

첫눈에 반한 마을서 '부부의 인생'을 짓다

  • 기사입력 : 2012-07-1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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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학산 산세와 앞마당 분재가 어우러져 편안함을 더해주는 마산 내서읍 신감마을 김선미 씨 부부 집.
    2층 베란다서 텃밭을 바라보고 있는 김선미 씨.
    높은 천장이 돋보이는 거실.
    소품들로 꾸며진 거실.
    김선미 씨가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애들 다 키우면 우리끼리 시골에서 집 짓고 살까.”

    중년의 많은 부부가 노후를 생각하며 주고받는 말 중 하나다. 젊은 시절 먹고살기 위해, 또는 아이들 때문에 정신없이 살다 보면 둘만 남겨질 시간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막연한 동경에 그칠 뿐 실행하지는 못한다.

    마음은 굴뚝같지만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남편과 아내의 마음이 맞아야 한다.

    또 무얼로 먹고살아야 할지, 집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등 이런저런 새로운 걱정들을 생각하다 보면 포기하기 일쑤다. 그래서 노후에 둘만의 공간을 찾아 전원생활을 한다는 것도 일종의 모험이자 꿈이다.


    마산 광산사 가던 중

    신감마을 풍경 보고 반해

    집 짓고 살겠다 결심


    지난 1월 공사 앞두고

    자재박람회서 정보 수집

    부부 취향 절충해

    설계 밑그림 완성


    최대한 자연 느낄 수 있게

    반달형 대형 창 내고

    방마다 널찍한 데크 연결


    마당 한쪽엔 텃밭 가꿔

    "살아보니 하루하루 새로워"



    <전원생활을 꿈꾸다>

    50대 중년이 된 김선미·김항겸 씨 부부. 아이 둘을 다 키우고 창원의 아파트에서 부부만 살아왔다.

    김 씨는 꽃과 나무를 좋아하지만 아파트에서 식물을 키우기가 여간 불편하고, 불만스러운 게 아니었다. 김 씨는 언젠가 시골에 돌아가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지만 도시에서만 살아온 남편은 시골에 주택을 짓고 산다는 것을 썩 내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골에서 나고 자란 김 씨는 시골이 아니더라도 아파트를 벗어나 주택에서라도 살고 싶다는 소망을 버리지 않았다.


    <여름, 인연을 만나다>

    바라고 원하면 이뤄지나 보다. 김 씨는 지난해 8월 어느 날. 조카가 새 차를 샀다고 해서 친정어머니와 함께 드라이브를 나섰다.

    어디 갈까 고민하다 문득 친구들이 좋다고 추천했던 마산 내서읍 무학산 줄기에 있는 광산사란 절이 생각났다. 소문만 들었을 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맑은 공기와 시원한 산세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내려오는 길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둘러본 곳이 지금의 집이 있는 신감마을이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남편에게 장소가 아주 맘에 든다며 함께 가보자고 졸랐다. 남편도 도로 여건도 좋고 무엇보다 외딴곳이 아니라 마을이 형성돼 있어 흡족해했다.

    이때부터 시골에 내 집 짓기는 일사천리로 시작됐다. 마을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이장을 만나 사정을 얘기하고 집터를 소개받았다.

    대지 157평. 9월께 계약까지 마쳤다. 남들은 집터를 알아보려고 이곳저곳을 살펴보지만 우연하게 들러 첫눈에 반한 이곳을 보고 지인들은 부처님이 점지해 준 것이 아니냐고 말해준단다.


    <가을, 내 집을 그리고, 겨울과 함께 집을 짓다>

    남편이 건설업을 했지만 막상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았다. 오랫동안 방치된 땅을 택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땅도 고르고 축대도 쌓아야 했다. 택지 위에 서 있던 전봇대와 마을 정자를 옮기는 일까지 행정적인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돼 본격적인 공사는 해를 넘겨 올 1월께나 가능했다.

    부부는 건평 30평의 2층 주택을 짓기로 하고, 직접 수치까지 적어 넣고 설계 밑그림을 그려 건축사에게 맡겼다. 부부만 살 곳이라 1층에는 방 하나만 두었다. 방 안에는 편리를 위해 아파트와 유사하게 화장실과 드레스룸을 넣었다. 거실은 천장을 5m가량으로 높여 시원한 느낌과 함께 바깥 풍경이 최대한 많이 들어오게 반달형 대형 창을 냈다. 2층에는 방 2개를 만들어 하나는 손님용과 하나는 차를 마시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방마다 널찍한 데크를 연결해 최대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방마다 산을 향해 큰 창을 내 문을 열면 어디든지 산이 창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러나 부부가 살 집이지만 부부의 마음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서로의 취향이 있기 때문에 설계도가 그려지기 전 부부간 몇 가지 원하는 바를 절충했다.

    김 씨가 요구한 것은 부엌. 아무리 치워도 깨끗하지 않아 부엌이 보이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집을 둘러싼 산을 어디서나 잘 볼 수 있도록 공간을 최대한 많이 마련해 달라는 것. 세 번째는 집안에 나무를 키울 수 있는 작은 정원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거실에는 19개 등이 달린 샹들리에가 걸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남편은 벽지 등 고가의 수입품은 안되지만 지붕에 얹을 기와는 지중해풍 붉은 기와여야 하며, 집 외벽 색은 옅은 황금색을 고집했다.

    부부는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자재박람회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인 것은 마을 분들에게 호감을 얻는 것이었다. 부부는 공사가 끝날 때까지 마을 분들께 90도로 정중히 인사했다.


    <봄, 내 집과 만나다>

    유난히 추웠던 1월. 더 미룰 수 없어 공사를 시작했다. 꼼꼼하게 챙겼다고 생각했지만 집 짓기는 내 마음 같지 않았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집안의 작은 정원과 19개의 등이 달린 샹들리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집안에 정원을 짓기 위해서는 공사 전에 기초를 다져 놓았어야 하며, 샹들리에도 무게 때문에 지붕에 별도의 시설을 준비했어야 한다고 했다.

    김 씨는 못내 아쉽지만 비슷한 흉내를 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인부들과 씨름하며 고생하길 5개월. 드디어 지난 5월 28일 입주를 했다. 요즘 김 씨 부부는 새벽이면 눈을 뜬다. 아침 햇살이 방안을 가득 메워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단다. 아파트에 살 때 찌부드드하던 증상도 사라졌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하늘이 다 보이고,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에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다. 시골 주택에 살기를 꺼렸던 남편은 ‘5년만 더 일찍 올걸’이라고 후회한다고 한다. 아파트에 살 때는 이웃들과 제대로 인사하고 지내는 법이 없었는데 이사 오고 나서는 이웃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정도의 사이도 됐다. 이웃 할머니들은 지나가는 길에 밭에서 딴 고추나 채소를 마당에 던져주고 가기도 한다.

    김 씨는 요즘 바쁘다. 마당 한쪽에 텃밭도 만들고 있다. 키우던 화분을 옮길 온실도 만들어야 하고, 베란다 나무바닥에 칠도 해야 한다. 처음 취재를 요청했을 때 이야깃거리도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야기를 할수록 집 자랑(?)이다. 그녀는 “아직 한 달 정도밖에 살지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새롭다. 펜션에 놀러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산다”며 기자에게도 옆집으로 이사 오라고 부추긴다.

    글=이현근기자 san@knnews.co.kr

    사진=전강용 기자 jky@knnews.co.kr


    ※이 기사는 경남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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