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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99) 자기소개서 '감명 깊게 읽은 책' 어떻게 쓸까

진로와 연계한 ‘나만의 스토리’ 담아라

  • 기사입력 : 2012-07-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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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은 자기소개서 쓰기가 고3 수험생이나 취업 준비생만의 과제가 아닌 것 같네요. 생활국어 수행평가 과제로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라는 중학생도 있을 정도니까요. 중학생이든 고교 1~2학년이든 자기소개서는 미리 써 보면 나중에 수험생이 됐을 때 부담이 덜할 겁니다.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자기소개서 중에서 ‘감명 깊게 읽은 책’에 관한 내용을 진로 문제와 연관시켜 쓰는 방법을 소개할까 합니다.


    지망학과 정한 동기나 각오 다진 계기 등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작성하길

    처음엔 1200자 분량 쓴 뒤 조금씩 다듬어 700자로 맞춰야 중요 내용 안 빠져


    대학 입시용으로 쓰는 자기소개서는 지원 학과를 선택한 동기나 자신의 적성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길 많이 들었을 겁니다.

    제가 중·고교에 신문활용교육이나 논술 특강을 하고 나면 자기소개서를 평가해 달라는 학생들의 메일이 오곤 합니다. 자기소개서는 스스로 써야 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큰 틀에서만 짚어 주곤 한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게 두 가지 있어요. 자기소개를 나열식으로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우와, 적성이나 진로 설정을 억지로 연관시켜 쓰는 경우랍니다.

    고교 시절 활동한 동아리가 3~4개 된다고 쓴 학생의 경우엔, 자랑만 있고 그 어떤 계기가 된 사례는 아예 없었죠. 의사를 꿈꾸는 한 학생은 지원 동기가 ‘암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 때문에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라고 썼어요.

    이처럼 자기 자랑에 치우친 동아리 활동이나, 누구나 썼을 법한 진부한 지원 동기는 평가자의 공감을 얻기 힘들답니다.

    예를 들어 고교 1학년 때 희망 직업을 기자로 정했는데 고2가 되어 생명공학연구 쪽으로 바꿨다면, 자기소개서엔 그렇게 갑자기 바꾼 계기를 평가자가 수긍할 수 있게끔 써야 합니다. “동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강연이나 책을 접한 뒤 동물학을 전공하고서도 인문학과 통섭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넣어야 한답니다. 물론 그동안 생태탐방 체험이나 관련 동아리 활동이 증빙 자료를 통해 드러나야겠죠.

    대입 자기소개서의 질문 항목은 일부 대학을 제외하면 대체로 비슷합니다. 5~7개 항목 중에서 학생들이 가장 쓰기 어려워하는 건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이며, 나의 진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쓰시오’라는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고3 수험생이 되기까지 읽은 책이 아마 수백 권은 될 겁니다.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 쓰려니 머리가 아프겠죠. ‘가시고기’나 ‘삼국지’ 같은 책은 워낙 알려진 책이라서 쓰기가 힘들 것 같고…. 그래서 책 선정부터 고민일 수밖에 없죠. 대학의 심사위원들도 그런 점을 다 알고 있답니다.

    그러면 어떤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책’으로 정하는 게 좋을까요? 다른 수험생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면 널리 알려진 책이라도 괜찮습니다. 국문학과를 지원하는 학생이 ‘가시고기’ 책에 얽힌 사연을 다음과 같이 썼다고 칩시다.

    “중학교 3학년 때 상을 받고 싶은 욕심에 인터넷에 있는 얘기를 일부 베껴 써서 독후감 대회에 응모한 적이 있다. 그때 우수상을 받아 선생님의 칭찬을 듣기는 했지만, 양심의 가책 때문에 한동안 글을 써서 응모한다는 것 자체가 불안이요 고통이었다.(……) 그 책이 ‘가시고기’였다. 그 독후감 사건으로 인해 글은 마음으로 써야 한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달았기에, 내가 앞으로 국문학을 전공하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나침반이 되어 준 책이 ‘가시고기’이다.”

    이런 식으로 사연(스토리)을 담으면 국문학과를 지원한 동기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글이 된다는 겁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진로에 대해 각오를 다지게 된 계기가 된 책이 좋습니다. 부모님이 읽어 보라고 건네준 책도 자신의 진로와 연계해 쓸 수 있어요.

    2012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자기소개서의 ‘감명 깊은 책’ 대목을 쓴 수험생의 글을 소개할게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컴퓨터게임에 빠져 공부를 소홀히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가 건네준 한 권의 책이 마음을 고쳐먹고 공부를 다시 하게 된 계기가 됐다. <펭귄을 날게 하라>는 책은 관람객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한 일본의 한 동물원을 사육사의 열정과 창의력으로 손님이 몰리는 동물원으로 살려낸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원통형 대형 구조물에 물이 흐르는 통로를 설치해 마치 펭귄이 하늘을 나는 듯한 모습의 펭귄관을 만든 발상의 전환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사춘기이던 그 당시 내게 이 책은 ‘마음을 잡고 다시 날아보라’는 뜻으로 선물한 아버지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그 책을 읽은 뒤에 중3 때부터 다시 내 자리를 찾았다. 고3이 됐을 때 이 책을 다시 훑어 보니 그동안 건축 전문가가 되겠다고 진로를 정한 내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상상을 현실로 만든 주인공의 도전정신은 ‘세상의 상식을 뛰어넘는 건축물을 만들겠다’는 나의 각오를 다지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책을 읽게 된 동기와 진로에 관한 연계가 돋보이는 글입니다. 이 학생은 그 자소서를 제출한 대학엔 합격하지 못했지만, 이 같은 글쓰기 실력을 바탕으로 논술 전형 대학의 건축공학과에 합격했답니다.

    자기소개서 분량은 한 항목당 보통 700자 내외입니다. 학생들이 연습 글을 쓸 때 700자 분량에 맞추는 건 쉽지 않습니다. 쓰고 나면 중요 내용이 빠져 있기도 하거든요. 처음엔 1200자 정도를 쓰고 조금씩 줄여 보세요. 그래야만 인과관계나 논리 면에서 어색하지 않은 글이 되니까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어내지 말고 솔직하게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면접 때 이러한 내용을 참고로 답변해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죠.

    자기소개서는 쓰기 전엔 부담이겠지만 막상 써 보면 별것 아니랍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미리 써 볼 때 정성을 쏟는다면, 대입 시험에서 기쁨의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겁니다.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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