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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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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을 가다] 톡톡 튀는 맛집 (1) 삼도식당(창원 마산합포구 중성동)

이맛, 저맛, 요맛 “입이 행복해”

  • 기사입력 : 2012-06-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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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릇노릇 바삭 구운 삼겹살.


    40년 전통 묵은지.

    구수하고 삼삼한 청국장.
    ?
    ?

    “80년대, 90년대에는 여게 사람이 고마 바글바글했지.”

    “그럼 장사도 잘됐겠네요?”

    “하모, 자알됐지예. 서른한 살에 남의 건물 빌리가 시작해서 12년 만에 지금 가게 자리를 사뿌찌.”

    “요새 창동예술촌 덕을 좀 보나요?”

    “좀 낫제. 전에 비하면 매일 몇 테이블씩 더 오니깐. 아이구, 고마하고 어서 드시소. 더 타면 맛없다~”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은 기자에게 ‘노릇노릇하고 야들야들할 때’ 고기가 가장 맛있다며 맛보기를 재촉하는 전금배·이경숙 부부. 이들 부부는 1970년대 중반 창동 골목 초입에 삼도식당이라는 정겨운 이름의 고깃집을 운영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부부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40년 전과 다름없이 아침 7시에 가게 문을 열어 고기를 썰고 가스불에 고슬고슬한 밥을 짓고 구수한 청국장을 끓입니다. 20년 전부터는 장남인 전성진 씨도 가게 일을 돕고 있습니다.

    삼도식당의 베스트셀러는 뭐니 뭐니 해도 삼겹살입니다. 사실 메뉴라 해봐야 돼지 삼겹살과 소등심 딱 두 가지뿐입니다. 바로 이 요란하지 않은 간략한 메뉴에서부터 특화된 맛집의 진가가 발휘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삼도식당의 삼겹살은 그 두께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전 사장은 넉넉하고 두툼하게도 썰어 보고 습자지처럼 얇게도 썰어 보는 등 다양한 굵기로 고기를 썰어 손님들에게 내어 보았습니다.

    알맞은 온도의 불에 구운 삼겹살

    오돌뼈 씹히는 가운데 부분 가장 맛나


    손님들은 너무 굵지도 않고 너무 얇지도 않은, 미묘하게 날씬하고도 도톰한 두께에 가장 많은 표를 던졌다고 하는데요. 이 두께가 바로 지금 삼도식당 쟁반에 수북이 쌓여 나오는 선홍색 삼겹살의 ‘적정 두께’입니다. 이 두께의 삼겹살을 알맞은 온도의 불에 올려두고 소주를 한 잔씩 걸칠 만큼의,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동안 딱 먹기 좋게 구워진다고 하는데요. 직접 불판에 삼겹살을 구워보다가 ‘노릇노릇하고 야들야들할 때’라는 노부부의 알 듯 말 듯한 말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비계가 있는 가장자리는 노릇노릇하고 바삭하게, 오돌뼈가 씹히는 가운데 부분은 야들야들하고 보드랍게 익혀진 그 순간, 이때야말로 삼도식당 삼겹살이 가장 맛있는 시점입니다.

    삼도식당의 감초 역할은 삼겹살과 함께 차려지는 김치 삼형제가 맡고 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노부부가 일사불란하게 차려내는 세 가지 김치는 멀리서 풍겨오는 냄새부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맑은 국물에 적셔져 반 포기째로 내어놓는 시큼한 묵은 김치와 싱그런 갓 향기가 입안 가득 퍼지는 갓김치, 굵고 싱싱한 알타리가 아삭아삭 씹히는 무김치는 제각각의 고유한 맛을 지니면서도 삼겹살에 의해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특히 이 세 가지 김치 모두 아내 이경숙 씨가 40년 전과 조금도 다름없는 방법으로 직접 손수 담가 넉넉하게 내어 놓습니다. ‘가공돼 나오는 김치 편하게 사 쓰지 그러냐’며 슬쩍 떠보았더니, ‘젊을 때부터 하던 거라 다른 생각을 할 줄을 몰라 안 된다’는 맛집 안주인다운 대답이 돌아옵니다.

    손수 담근 묵은김치·갓김치·무김치

    시큼·상큼·아삭한 맛이…


    삼도식당이 여느 고기집과 다른 점은 식사를 할 때 따로 된장찌개를 끓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처음 고기를 내어올 때부터 불판 위에 양철 국그릇을 하나 올려주었는데요. 호기심에 숟가락으로 밑바닥을 헤집어보고 그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굵고 실한 콩알이 동동 떠있는 삼삼하고 구수한 청국장이었는데요. 고기를 구우면서 함께 데웠다가 삼겹살을 다 먹어갈 때쯤 공기밥과 함께 한 숟갈씩 떠 먹으면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조금씩 포만감이 드는 찰나에 맛보는 청국장이 전하는 깔끔함은 육고기의 느끼함을 단박에 상쇄시켜주는 청량제입니다.

    공기밥과 함께 먹는 청국장 일품

    무쇠솥서 만든 누룽지로 입가심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더, 공기밥과 함께 입가심으로 나오는 누룽지도 꼭 맛보아야 하는 메뉴입니다. 삼도식당에서는 일부러 누룽지를 만들기 위해 전기밥솥이 아닌 무쇠솥에 매일 쌀밥을 짓는다고 하니 말입니다. 오늘 저녁, 곧장 집으로 향하기가 아쉽다면 창동예술촌을 둘러본 후 삼도식당에서 날씬하고도 도톰한 삼겹살과 김치 삼형제, 구수한 청국장을 맛보는 것도 썩 괜찮은 선택일 듯합니다.


    글=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성민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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