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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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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의 감염병 불감증/배영진기자

  • 기사입력 : 2012-06-13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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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에서 백일해가 집단 발병했는데도 경남도는 일선 병원에 공문 한 장 보내지 않았습니다.”

    도내 한 종합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말이다.

    백일해는 제2군 법정 감염병으로 2차 발병률이 80%에 달할 만큼 전염성이 강하다. 특히 영유아는 백일해에 걸리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예방접종(3회)을 의무화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만 11~12세에게도 백일해 백신(Tdap) 접종을 권장했고, 접종률이 80%가 될 만큼 높다는 게 경남도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남도의 높은 접종률 발표는 ‘눈가리고 아웅’ 식에 불과하다. 백일해 백신 혜택을 보지 못한 만 14세 이상의 백일해 백신 접종률은 저조하고, 이들의 접종 현황도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양산에서 발생한 2명의 고등학생 백일해 환자가 바로 그 증거다.

    백일해 관련 보도 이후 보건당국이 한바탕 홍역을 치르자 이제는 ‘폐쇄 행정’ 모드로 변했다.

    12일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에 백일해 증세 환자의 추가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경남도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이 관계자는 보건환경연구원의 백일해 담당자가 지난 7일 언론에 백일해 발병 사실을 말한 것이 보도가 돼 ‘윗분’들로부터 곤욕을 치렀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 관계자는 이제 언론에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백일해 추가 발생 여부를 알기 위해 하는 수 없이 경남도 해당 과에 문의했다. 하지만 도청 담당자는 “집단 발병도 안 했는데 왜 자꾸 묻느냐”며 화부터 냈다. 또 백일해가 유행하지 않는 이상 백일해 백신 접종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언론이 괜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의 생각은 보건당국의 입장과 다르다. 전문가들은 백일해인 줄도 모르고 시작된 누군가의 기침이 영유아를 전염시킬 경우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경남도청 윗분’이 언론보도로 왜 화가 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예방을 잘 하자는 보도가 그리도 못마땅한 것인지 묻고 싶다. ‘감염병 불감증’에 걸린 보건당국의 탁상행정에 도민들이 더 큰 화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배영진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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