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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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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하동 악양면 고소성

오를수록, 악양벌이 넓어지고 섬진강은 길어진다
크지 않은 석성이지만
성곽 위에 올라서면

  • 기사입력 : 2012-05-1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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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동군 악양면 형제봉 자락에 있는 고소성에 올라서면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 등산객이 맑고 푸른 하늘과 맞닿은 듯한 고소성을 오르고 있다.



    매화는 한참 전에 졌지만, 하동의 섬진강 주변은 여전히 봄의 한가운데에 있다. 남해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하동읍을 거쳐 섬진강과 평행선을 이루며 나 있는 국도를 10여 분간 달리면, 오른쪽에 넓게 펼쳐진 초록의 악양 들판을 만난다.

    차를 세워 들판 건너 산자락을 살피면, 회색빛의 석성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사적 제151호로 지정된 고소성(古蘇城)이다.

    등산복을 차려입은 사람이라면 대개 악양면 평사리 외둔마을에서 성으로 오른다. 도로변 악양 들판 끝자락의 외둔마을 입구에 ‘소상낙원(瀟湘樂園)’이라고 쓴 커다란 표지석이 있고, 그 옆에 등산로가 나 있다. 소상낙원은 중국의 소상팔경에서 따온 것으로, 곧 악양을 이른다.

    이곳에서 고소성까지는 1.5㎞ 거리로, 발이 빠르다면 30분, 늦다고 해도 1시간이면 충분하다.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 상평마을 최참판댁을 지나 한산사까지 차를 몰고 가는 방법도 있다. 사찰에서 성까지는 600m 정도로, 외둔마을 길과 중간에 만난다. 시간은 10~20분가량 걸린다. 사찰 주변에는 주차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말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어느 길을 택하든, 고소성에 조금씩 가까워질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악양 들판의 넓이가 넓어지고, 섬진강 물줄기의 길이가 길어진다.





    화개 방향으로 조금 더 가서 하동과학체험관에서 오르는 길을 따라가도 된다. 체험관을 지나면 고소성 주차장이 따로 있다. 주차장에서 성까지는 900m 정도다.

    고소성은 평사리 뒤 해발 1115m의 형제봉이 섬진강으로 사그라지는 능선상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로 따지면 350m 부근이다. 형제봉은 지리산 영신봉에서 내달린 산줄기가 삼신봉에서 갈라진 뒤, 악양에 이르러 크게 한 번 솟구쳐 오른 봉우리이다. 형제봉 정상 표지석은 이곳을 성제봉(聖帝峯)이라 적고 있다. 형제의 경상도 발음이 성제라고 해 성제봉이라는 설이 전해지는데, 이를 성제(聖帝)라 한 것은 어색하다. 고소성에서 형제봉까지는 두세 시간을 열심히 걸어야 한다.

    고소성은 남쪽과 동쪽에 두 개의 출입문을 갖고 있는, 둘레가 800m가량인 다소 작은 석성이다. 성내는 축구장 2개 정도도 안될 만큼 협소하게 보인다. 그래도 성이 축성된 시기가 삼국시대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근 주민들이 피난 와서 삶을 이어가기에 그리 좁은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성곽 위에 오르면, 소상낙원이라 이름 붙인 악양 일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 아래의 평사리에서부터, 형제봉, 시루봉, 칠성봉, 구제봉 등 악양 들판을 둘러싼 산봉우리와 산줄기 아래에 옹기종기 자리한 마을과 들판을 두루 살필 수 있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약간 돌리면, 악양 앞을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푸른 물과 하얀 모래밭, 그리고 강 건너 광양 백운산 일원의 산군이 눈에 꽉 찬다.

    고소성 축성 시기는 모호하다. 성 안내문은 일본서기(日本書紀)를 인용, 고령의 대가야가 백제의 진출에 대비하면서 왜(倭)와의 교통을 위해 성을 쌓았다고 전해진다고 밝혀 놓았다. 그러나 일본서기에 기록된 것을 정설로 보기 힘들다면서 신라성이라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신라성이든, 가야성이든, 고소성은 다른 성과 마찬가지로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허물어졌다. 또 그 기원에 대한 명확한 자료도 남아 있지 않다. 지금의 성곽은 2000년 들어 복원된 것이다.

    성 아래쪽과 위쪽의 고도 차는 50m가 채 되지 않는다. 성곽 위를 걷거나, 아래에 나 있는 탐방로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데 길어도 30분을 넘지 않는다.

    성은 화강암을 원래 모양 그대로 또는 가공한 뒤 쌓아 올렸다. 아래는 너비 6m, 위는 4m 안팎의 사다리꼴 단면을 갖고 있다. 성의 높이는 남문을 중심으로 한 남쪽을 외부에서 재면 7~8m, 내부에서 재면 2m가량이고, 동·서·북쪽의 경우 외부는 2~5m 정도고 내부는 2m를 넘지 않는다. 성이 평지가 아닌 급경사의 산줄기에 자리하고 있기에 위치에 따라 높이의 차이가 크다.

    다시 성 안내문을 보자. ‘성문은 남쪽과 북쪽에 2개’라고 했다. 악양을 바라보는 동쪽의 문을 북문으로 이름 붙인 듯하다.

    고소성에서 악양벌을 내려다보면, 눈맛이 시원하다. 가슴이 트인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악양벌을 감상하는 최적의 장소가 고소성이라 한다.

    글=서영훈기자·사진=김승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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