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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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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근의 우리땅 순례 (71) 황강 18 합천군 삼가면

내딛는 걸음걸음 민초의 삶과 민족의 얼 스치고…

  • 기사입력 : 2012-05-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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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천군 삼가면 소오리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29호 삼가향교의 정문 역할을 하는 풍화루.
    삼가미륵불
    기양루
    삼가장터 3·1만세운동 기념탑


    5월은 신록의 계절이다. 우리 땅 기행을 나서면 아름다운 자연의 행복한 어울림이 다가온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국가나 사회를 구성하는 가정이 귀중하고 소중하다는 뜻일 것이다. 엄격하고 정직하며 올바른 가정교육이 우선되지 않으면 아무리 과학과 문명이 발달하고 유능한 교사가 있어도 인류에 기여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을 길러내는 올곧은 교육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대학 진학률이 가장 높은데도 아이들이 자살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이다. 좋은 교육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천품을 찾아줘 자신을 원만하게 표현하고 목표를 갖도록 해주는 것이다. 틱낫한(Thich Nhat Hanh) 스님은 ‘삶에서 깨어나기’에서 “사람들은 흔히 물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진정한 기적이란 땅 위를 걷는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땅 위를 걸으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이 곧 기행이며 낯선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이다.

    가정의 달 5월에 자녀와 함께 걸어보라. 산길이어도 좋고 들길이어도 좋다. 자녀들과 걸으면서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고 마음속에 담아 뒀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지금은 성인이 된 아들과 초등학교 2학년 때 지리산 종주를 하면서 물집이 생긴 발을 치료해주며 좁은 텐트 안에서 나눈 대화는 지금도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산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다. 삼가면 외토리 용암서원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임금께 올린 남명 선생의 상소문을 읽고 또 읽고 나서 양천강과 만났다 헤어짐을 반복하는 남명로를 따라 삼가면 소재지로 향했다.


    ▶ 삼가미륵불·기양루

    금산 줄기 가수교 부근에 속세 고단함 달래줬던 미륵불

    기양루의 대들보엔 용 조각과 해학적인 원숭이 조각이…

    삼가에서 가회면 방향으로 나가는 금산 줄기 가수교 부근 군도 60번 도로변에 미륵부처라고 하는 불상이 있다. 그 유래를 명확히 알 수는 없었으나, 오랜 세월 동안 이 지역의 민간신앙으로 민초들의 수호신 역할을 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겨울 이곳을 지나다 토속적인 불상을 보고 지나가는 아주머니에게 유래를 물었다가 미륵불도 모르냐고 핀잔만 들었다.

    미륵불은 미래의 부처로 속세의 고단함을 미래의 부처님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신앙의 대상이다. 조선 후기에 이옥이 지은 영남지방 견문기 ‘봉성문여’에 따르면 1800년 무렵 삼가현 백성들의 어려운 일상들을 전하고 있다. 삼가현에 있던 절집의 스님들은 종이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가 요역이 빈번하고 관리의 침탈이 더욱 심해져 모두 떠나버렸다고 했다.

    조선 후기에 농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만들어낸 사회의 모순구조라는 상황에서 농민들의 소망을 미륵불상에 담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미륵부처의 작은 사당이 있는 건너편에는 자그마한 남근석이 1기 있다. 옛 민속신앙들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의미는 단순하게 미신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되살려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들이 가져야 할 문화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번 취재길에도 몇 사람이 모여 미륵불에게 제사를 지내고 소원을 비는 모습이 보였다. 너무 진지한 모습이라 말을 걸지 못하고 삼가 시장의 대가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이곳에서 오래 살았다는 주인에게 물었더니 근래에는 외지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와 기도를 한다고 했다.

    미륵불에서 삼가면소재지 방향으로 양천을 따라 1㎞ 정도 가면 삼가면 금리 도로변에 유형문화재 제93호 기양루가 있다. 기양루 동편에 관아 터가 남아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기양루는 조선 시대 삼가현성 안에 있던 관청을 출입하는 부속 건물이었다고 한다.

    인근에서 만난 주민의 말에 따르면 정면 가운데 길은 벼슬아치만 출입했고, 우측은 남자들이 출입했으며 여자들은 좌측의 문을 사용했다. 이 건물에 이순신 장군이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임진왜란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양루라는 이름은 이 지역의 명칭에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곳의 지명이 통일신라의 경덕왕(742~765 재위) 때 삼기현에서 강양군으로 바뀐 적이 있었는데 당시 ‘기’와 ‘양’두 글자를 따서 이름을 붙였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러한 방식은 조선시대 관청 건물의 이름을 지을 때 흔히 사용됐다.

    기양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에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만들어졌다. 2층 마루 둘레에는 닭 볏 모양의 (계자)난간을 둘러 안전과 미학을 다 같이 고려했다. 기양루를 받치고 있는 대들보에 걸려 있는 황룡과 청룡 조각은 아름다운 건축미와 함께 청·황의 원숭이 조각이 있어 해학적인 건축물이다. 관청 건축물이 주는 위압적인 것을 원숭이 조각을 배치해 긴장감을 낮추게 했던 위대한 건축가 대목장의 혜안에 고개가 숙여진다. 2층 마루는 넓고 사방이 보이게 만들어져 주로 연회용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 삼가장터 3·1만세운동·삼가향교

    세종때 세워졌다는 삼가향교 신전처럼 엄숙하고 장엄

    삼가장터 3·1만세운동 기념탑 항일정신 느끼게 하고 …

    삼가면을 적시며 흐르는 양천변에는 삼가장터 3·1만세운동 기념탑이 있다. 일제에 항거해 국가의 자주독립을 이루려 했던 선조들의 항일정신은 길이길이 빛나야 한다. 안내판에 따르면 1919년 기미년 음력 2월 17일과 22일 두 차례에 걸쳐 일어난 삼가장터 3·1만세운동은 삼가·쌍백·가회면민과 인근 지역민 3만여 명이 참여해 40여 명이 순국하고 150여 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50여 명이 옥고를 치른,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만세사건 중의 하나라고 했다.

    양천을 따라 훈풍이 불어오는 삼가교를 건너 삼가면 소오리에 있는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229호 삼가향교를 찾아갔다. 소오리 노인정에서 길을 물어 골목길로 찾아가니 향교 입구에서 작은 하마석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반겨준다.

    자연석으로 쌓은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 향교의 얼굴만큼 장엄하고 육중한 정문 역할을 하는 풍화루 대문을 두드렸으나 잠겨 있었다. 관리인 연락처라도 적어 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옆으로 난 돌담장을 따라 가니 관리인 집으로 보이는 곳에서 사람을 찾았으나 인기척은 없고 작은 대문이 보였다. 향교가 있는 대성전 공간으로 들어서니 다른 곳과는 달리 주변이 말끔하게 관리가 잘돼 있었다.

    향교는 옛 성현을 받들고, 지역 사회에서 인재 양성과 미풍양속의 교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조선시대 지방교육기관이다. 삼가향교의 건립 연대는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세종(1418~1450) 때 세워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광해군 4년(1612)에 다시 지었으며 그 후 여러 차례의 중수를 거치면서 지역의 인재 양성과 지역 문화 발전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 향교의 공간은 교육과 제례의 두 공간으로 나눠진다. 유생이 학문을 연마하는 명륜당과 일상생활을 하는 동·서재는 교육 기능을 담당하고, 공자와 저명한 유학자의 위패를 모시는 대성전 및 동·서무는 제례 기능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삼가향교의 건물 배치는 교육 공간을 앞쪽에, 제례 공간을 뒤쪽에 두는 향교 건물 배치의 일반적 형태인 전학후묘 양식을 따르고 있으나, 동·서재와 동·서무는 향교가 교육의 기능을 잃어버리면서 철거된 것으로 보인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재는 출입문이자 휴식공간이었던 풍화루, 명륜당, 사당 출입문인 내삼문, 대성전만이 남아 일직선으로 돼 있다. 향교 동쪽 담장에는 책을 보관하는 전사청, 관리사, 사당, 재실 등의 건물이 있다. 대성전은 정면 3칸, 측면 2.5칸의 맞배지붕 건물이지만, 앞면의 기둥 간격이 넓어 신전처럼 엄숙함과 권위를 연출한다. 명륜당 역시 굵고 둥근 기둥, 마루에 설치한 난간, 시원하게 돌출된 처마 등으로 궁궐의 전각과 같은 느낌을 줘, 조선 초·중기 향교의 위상을 말해 주고 있다.


    ☞ 여행 TIP- 맛집

    ▲삼가대가식육식당 : ☎055)933-8249. 합천군 삼가면 일부리 892. 삼가한우식당의 터줏대감을 자청하는 식당으로 합천한우만을 취급한다. 등심 1인분 200g에 1만7000원이다. 공휴일에는 예약이 되지 않으며 준비한 한우고기가 소비되면 식당 영업이 끝난다.

    (마산제일고등학교 교사·옛그늘문화유산답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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