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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과다한 혼수

  • 기사입력 : 2012-05-0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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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 사장은 부동산으로 돈을 많이 번 부자다.

    그래서 딸을 시집보낼 때는 잘나가는 소위 ‘사’자(字) 달린 사윗감을 골라서 결혼을 시켰다. 물론 만만찮은 돈이 들었다. 혼수로 시내에 번듯한 건물을 사서 개업시켜 주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결혼하고도 허구한 날 돈을 가져간다. 사위가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닌데, 이런저런 명목을 만들어서 꼭 필요하다고 하니 주지 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사위의 사주를 보니 재물(財物)은 있는데 충(沖)을 당해서 깨어져 있었다.

    재물은 꼭 필요한 요소다. 특히 남자에게 재(財)는 재물이기도 하지만 처(妻)이기도 해서 없으면 불편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깨어져 있으면 아쉬움이 크다. 처음부터 없었으면 그러려니 하고 살 수도 있는데, 있다가 없어진 것이나 다름없으니 다 잡아놓은 고기를 놓친 것처럼 아깝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채워 두어야 안심이 된다. 그 욕구는 끝이 없다.

    이런 사람은 처도 돈으로 보인다. 돈이 없는 처는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 처는 부모에게 돈을 받아갈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시집만 보내면 끝이었으나 요즘에는 시집간 딸에게도 재산을 나눠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사위는 소송을 해서라도 제 몫을 찾으려 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물어오는 박 사장에게 그런 사위를 왜 봤냐고 할 수도 없으니 속 시원하게 해줄 말이 없다. ‘결국에는 이혼할 것이다’는 말은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자식의 혼사문제는 부모들의 큰 걱정거리다. 서로 짝을 맞춰주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지만, 혼수비용으로 고민 또한 깊어진다.

    강릉지역에서는 딸을 시집보낼 때 다른 지역보다 혼수를 비교적 많이 해 주는데, 그러다 보니 여자 집에 남아날 게 없다.

    그래서 ‘딸 셋 시집보내면 문을 열어 놓아도 된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아무리 부자라도 딸 셋을 시집보낸 집은 도둑이 들어도 훔쳐갈 것이 없다는 뜻이니, 그야말로 기둥뿌리가 뽑혀나간 것이다.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호화 결혼식이나 호화 혼수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조선시대부터 줄기차게 뿌리를 이어온 것이다.

    성종 13년(1482)에는 신정(申瀞)이란 고위 관리의 아들이 약혼 때 금실로 수놓은 주홍색 함에 사라능단(고급비단) 15필과 은을 담고 도투락 대홍필단 보자기로 싸서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호화 혼수가 문제가 되니 나라에서 법으로 금하기까지 하였는데, 신정은 몰랐던 것이 아니라 자기 집안의 부유함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다.

    결국 임금이 알고 신정을 잡아다 국문하라고까지 하였다 한다.

    예나 지금이나 있는 사람들의 돈 자랑은 변한 것이 없는가 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는 결혼을 많이 한다.

    혼인은 음과 양이 합하여 삼라만상이 창조되는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일이다. 섭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짝을 찾는 순수한 인정(人情)에 합하는 일이다. 때문에 고례(古禮)에는 혼인을 ‘천지의 이치에 순응하고 인정의 마땅함에 합하는 것이다(順天地之理 合人情之宜)’고 했다.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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