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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조조의 아들이 주는 교훈

  • 기사입력 : 2012-04-06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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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煮豆燃豆 자두연두기) / 가마솥 속에 있는 콩이 우는구나(豆在釜中泣 두재부중읍) /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本是同根生 본시동근생) /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相煎何太急 상전하태급)’

    세설신어(世說新語) 문학편(文學篇)에 나오는 ‘칠보지재(七步之才)’다.

    조조의 맏아들이며 위(魏)나라 황제인 조비가 동생 조식에게 일곱 걸음을 걷는 동안에 자신을 감동시킬 수 있는 시를 지으라고 명령한다.

    만약 그동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칙명을 어긴 이유로 중벌에 처한다고 했다.

    이에 조식은 형을 콩대에, 자신을 콩에 비유하여 육친의 불화를 상징적으로 노래한 이 시가 바로 그 유명한 ‘칠보시(七步詩)’이다.

    즉 ‘부모를 같이하는 친형제간인데 어째서 이렇게 자기를 들볶는 것이냐’는 뜻을 넌지시 읊은 것이었다.

    조비는 이 시를 듣자 민망하여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이후 ‘자두연두기’에서 나온 ‘자두연기’는 형제 또는 동족간의 싸움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조조의 맏아들인 조비와 셋째 아들 조식은 글재주가 뛰어났다. 특히 조식의 시재(詩才)는 당대의 대가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할 정도로 출중했다.

    조조는 이러한 셋째를 더욱 총애하게 되어 한때는 맏아들 조비를 제쳐 놓고 조식으로 후사를 이을 생각까지 했었다. 조비는 어릴 때부터 동생 식의 글재주를 시기해 왔으며, 후사 문제까지 동생에게 밀리는 느낌을 받은 적도 있어 식에 대한 증오심과 질투심은 그 정도가 깊었다.

    하여 시를 빌미로 동생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사주에는 형제에 해당하는 비견(比肩)과 겁재(劫財)가 있다. 비견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으로서 힘이 약할 때는 형제가 서로 돕고 협력하는 관계에 있지만, 물려받을 재산이 있을 때는 겁재 관계가 되어 서로 다투는 것을 말한다.

    왕조시대에는 권력을 두고 형제간에 죽고 죽임을 당했지만 요즘 시대는 재산을 두고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싸운다.

    자신들이 번 것도 아니면서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가지고 서로 많이 갖겠다고 싸우고 왕래도 끊고 지내는 형제들을 보면서 도대체 재산이 무엇이기에 저렇게까지 하나 싶다.

    불가에서는 이승에서 재산이나 빚을 남기면 윤회를 해서 다음 생에서 해결해야 된다고 본다. 즉 윤회하지 않으려면 다 정리하고 떠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부자들이 지금 재산 문제로 형제간에 소송을 하고 난리도 아니다. 돈이라면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들이 유산 때문에 이전투구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참으로 창피한 일이다.

    내가 보기에 이 사람들은 전생에서 아주 큰 죄를 짓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게 많은 돈을 다 쓰고 죽지는 못할 것이니 많은 윤회를 거쳐야만 할 것이 아니겠는가.

    충남 예산군 대흥면사무소 앞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볏단 양보 형제’로 잘 알려진 ‘의좋은 형제 우애비’가 있다. 자신의 곡식을 서로 양보하는 아름다움은 우리나라 부자들이 본받아야 할 것이다.

    형제간에 물욕에 눈이 어두워 ‘자두연기’하고 있는 한심한 세태를 보면, 조식의 칠보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학 연구가

    정연태이름연구소 www.jnam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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