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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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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경남신문 역사관과 온고지신(溫故知新)- 허충호(논설위원)

‘어제의 오늘 일’을 통해 ‘내일의 일’ 예측하고 발전시켜야

  • 기사입력 : 2012-03-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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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과 TV를 보는 데 있어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고개의 위치다. 신문은 숙이고 TV는 든다. 두 매체를 바라보는 시선의 각도는 90도 정도 차이가 난다. 고개를 숙여 보는 신문은 뉴스와 여론에 몰입할 수 있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 반면 고개를 빳빳이 세워 시청하는 TV는 시선의 흔들림을 유발한다. 1초에 수십 번씩 깜빡이는 현란한 컬러로 시청자들을 유혹하지만 장시간 몰입하기는 어렵다. 반면 검은 글자가 주를 이루는 투박한 신문은 독자를 명상에 든 구도자처럼 차분하게 만든다. 그만큼 몰입도도 높다. 신문은 만든 사람과 읽는 사람이 종이와 글자, 사진으로 구성된 매개체를 통해 상호 교감한다. 그게 신문의 매력이자 장점이다.

    신문(新聞)은 말 그대로 ‘새로 듣는 일’이다. 신문을 뜻하는 뉴스페이퍼(newspaper)를 직역하면 ‘새로운 것을 담은 종이’다. 최근 ‘스마트 ○○’이 대세를 이루면서 ‘뉴스페이퍼엔 페이퍼가 없고, 뉴스는 페이퍼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고개를 숙이게 했던 신문이 고개를 반쯤 드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는 얘기는 우스갯소리지만 ‘뉴스페이퍼에 페이퍼가 없다’는 말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닌 생존문제를 담보로 하는 일대 진화(進化)다.

    영국 작가 레베카 웨스트는 “사람에게 눈이 필요한 것처럼 사회는 뉴스를 필요로 한다”는 말로 신문의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매스미디어의 정점에서 점차 멀어지는 현실을 애써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지난 100여 년간 신문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뉴스의 제공자로, 때로는 사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향도로서의 역할을 해왔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1896년 4월 7일, 서재필 등이 창간한 민간신문 효시 ‘독닙신문(독립신문)’이 세상에 얼굴을 내민 지 116년이 됐으니 한국의 신문사(新聞史)도 결코 일천하다 하지는 못할 일이다. 1957년부터 4월 7일을 신문의 날로 정해 오늘날까지 기념행사를 갖고 있는 것은 ‘관청의 횡포를 감시하고 관리(官吏) 부정의 고발자로서,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사명자’로서의 기능을 강조한 독립신문의 창간이념을 계승하기 위함이다.

    매스미디어의 종류가 다양해진 현대에 신문을 통해 새로운 것을 가장 먼저 듣는 일(新聞)은 거의 없어진 게 사실이지만 건전한 비평과 여론의 창구로서, 신문은 아직 유효하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신문이 창간 66주년을 맞은 올해 그간의 발자취를 담은 역사관을 개관했다. 역사관 전시품 중 대비되는 것이 있다. 1990년대 초까지 사용했던 무거운 납판과 그 이후에 도입된 날렵한 모양새의 감광성 인쇄판인 PS(Pre Sensitized)판이다. 전자는 무겁고 투박하되 웅장함이 느껴지고, 후자는 편리하되 사람 냄새가 덜하다. 2개의 전시물은 우리나라 신문이 걸어온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서울의 동아미디어센터에 한국신문박물관이 있다면 동남권에는 경남신문 역사관이 있다. 비록 그 규모가 한국신문박물관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지역신문의 66년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고 했다. 경남신문 역사관을 통해 살펴볼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그 신문의 사사만이 아니다. 그 속에 녹아 있는 경남의 역사를 함께 볼 수 있는 일이다. 신문역사관은 오늘의 우리가 ‘어제의 오늘 일’을 통해 ‘내일의 일’을 예측하고 대비하며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남신문 역사관이 경남인들에게 그런 모티프를 제공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

    허충호(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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