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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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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여행 ⑤ 거창 달빛고운 월성마을

경남을 가다- 체험여행 ⑤ 거창 달빛고운 월성마을
새콤달콤 딸기 따서 맛본 싱싱한 겨울
씽씽쌩쌩 눈썰매 타고 즐긴 생생한 겨울

  • 기사입력 : 2012-02-02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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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창 위천면 수승대 인공 눈썰매장에서 아이들이 눈썰매를 타고 있다.
    거창군 북상면 달빛고운 월성마을 체험객들이 딸기하우스에서 딸기를 따고 있다./성민건기자/
    체험객들이 군고구마를 먹고 있다.
    체험객들이 손씨름을 하고 있다.
    체험객들이 얼음 위에서 손썰매를 타고 있다.



    강원도에 눈이 오면 거창에도 눈이 내린다. 그 차가운 기운을 머금은 거창 딸기는 겨우내 더욱 빨갛고 탐스럽게 자란다.

    2012년 해오름달, 눈부시게 하얀 눈과 달콤한 딸기를 즐기기 위해 대한산업보건협회 창원산업보건센터 직원 15명이 출동했다.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층층 기암 사선대를 앞에 두고 남덕유산을 건너온 달과 별이 머리위를 수놓는 거창군 북상면 월성마을로 함께 떠나보자.

    월성마을의 자랑거리인 월성계곡은 그리 깊지 않고 물이 맑아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북적인다. 아름다운 경관에, 눕거나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도 즐비해 거창의 소금강으로 불린다.

    체험활동은 주로 월성계곡을 앞에 두고 보건소와 마주보고 있는 월성숲에서 이루어진다. 이곳은 농촌진흥청 지정교육농장인 월성 풀뿌리 교육농장으로, 비바람을 막아주는 비닐하우스와 방갈로가 네다섯 채 정도 세워져 있다.

    정창호 월성체험마을 사무국장은 올 봄과 여름에 걸쳐 월성숲을 더욱 우거지게 조성해 그늘을 이용한 오토캠핑장을 만들 계획이란다. 겨울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눈썰매와 얼음썰매장도 체험객들을 위해 제공할 생각이다.


    달콤한 딸기떡 만들기

    거창의 특산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싱싱하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딸기. 딸기를 생으로 먹는 거야 언제든 가능하지만 딸기를 떡에 첨가해 먹어보는 일이 그렇게 흔한 일일까?

    쫄깃쫄깃한 질감에 향긋한 딸기향과 톡톡 터지는 씨가 씹히는 주전부리 인절미를 만들어보는 체험이 첫 번째 체험 순서.

    먼저 딸기를 솥에 쪄 으깬 후 미리 준비해 둔 찹쌀과 합쳐 반죽한다. 적당한 힘을 주어 버무리면 딸기우유 빛의 연분홍색 반죽이 만들어진다.

    이때 주의할 것은 반죽에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딸기 자체에 수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공정은 보기 좋고 먹기 좋게 빚기. 동글동글 새알처럼도 만들고 장난기가 발동한 사람은 꽈배기로 꼬아도 보고 빈대떡처럼 넓게 퍼지도록 꾹꾹 눌러도 본다.

    폭신폭신한 콩고물을 묻혀 입에 쏙 넣으면 달콤한 딸기향이 혀 위에 퍼진다.




    군고구마와 시골밥상

    모두가 떡 만들기에 온 정성을 들이고 있는 그 시간, 한쪽에서는 뜨거운 숯덩이 위에서 고구마가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다. 달콤한 딸기에 이어 구수한 고구마까지.

    몇 년 전 서울서 고향으로 돌아온 주민 임종판(59)씨가 직접 가꾼 갖가지 밭작물들을 체험객들을 위해 제공하고 있다. 콩고물에 쓰이는 콩도, 고구마도, 점심으로 차려진 시골밥상의 반찬도 월성마을 주민들이 가꾼 친환경 농산물이다.

    점심밥상에 오른 다슬기땡초조림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슬기에 땡초를 썰어넣고 간장에 조린 ‘창작’ 밑반찬이라고 해야 할까.

    다슬기 특유의 담백한 맛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함께 점심을 먹은 주민들이 “흔히들 상추를 넣고 다슬기탕을 끓여 먹지만 호박잎을 넣고 끓여 먹어 보라”며 “정말 국물이 시원할 것”이라고 귀띔해주신다.

    일급수에만 산다는 다슬기가 월성계곡에도 대량으로 서식해 여름밤마다 휴양객들이 다슬기 잡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딸기를 따러가자

    점심을 먹은 후엔 손을 깨끗이 씻고 딸기 하우스로 이동할 차례. 딸기가 마치 공장에서 만들어나온 식재료인 것처럼 한 팩씩 사먹던 도시남녀들을 위해 땅속에서 자라나온 딸기를 직접 따보는 체험이 준비돼 있다.

    4~5월까지 열리는 거창 딸기는 매서운 추위 덕분에 그 당도가 탁월할 뿐 아니라 따자마자 씻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게 길러진다.

    올록볼록, 마치 밭이랑처럼 솟아있는 비닐 하우스로 들어서자 농장주 아주머니께서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를 하나씩 안겨주신다. 얼결에 받아들자 ‘딸기 올바르게 따는 방법’에 대한 브리핑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첫째, 딸기는 물고기처럼 살아있는 생물입니더. 사람의 손이 닿는 즉시 딸기는 화상을 입으니 일단 손에 닿았다면 무조건 따내이소. 둘째, 아무리 맛나보이더라도 함부로 따먹지 마시소. 따먹고 버린 꼭지에서 병균이 증식해 결국 딸기농사를 엉망으로 만듭니더. 셋째, 욕심을 과하게 부리지 마시요이, 많이 가져갈 욕심에 마구 따다 보면 뚜껑이 안 닫겨 딸기가 뭉개져 물이 생기는 낭패를 봅니더이!”

    아주머니의 말에 이어지는 조애령(23)씨의 발랄하고 유쾌한 대답. “아주머니, 그런 걱정일랑 마이소! 뭉개진 딸기로 생딸기주스 만들어 먹으면 됩니더~” 



    딸기 채집의 명수들

    주춤주춤 어설픈 몸짓으로 딸기넝쿨을 향해 다가가는 체험객들. 갓난아기를 다루듯 불안한 손길로 열매를 이리저러 굴려보다 경쾌한 손맛과 함께 손안으로 굴러들어온 딸기의 앙증맞은 모양새에 금세 얼굴이 환해진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억지로 뜯어내듯 앞으로 당길 것이 아니라 지그시 힘을 줘 꼭지를 살짝 꺾어주면 도려낸 듯 열매가 떨어져 나오는 채집 요령이 차차 손에 익는다. 서서 내려다볼 것이 아니라 몸을 낮추고 앉아야 비로소 잎새에 가려진 딸기가 눈에 들어온다는 것도 알게 된다. 크고 우람해 보이는 딸기뿐 아니라 작고 길쭉한 딸기도 제각기 최선을 다해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는 것도.

    체험객들이 각자의 용기에 빈틈 없이, 되도록 많은 딸기를 담는 섬세한 작업에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 못지않게 거침없는 손길로 오종종하게 맺힌 잘 익은 딸기를 골라내던 정보성(28)씨는 “딸기 농장에 생전 처음 와 봤다. 전혀 새로운 세상을 본 느낌”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동심으로 돌아가 썰매타기

    소설가 김연수는 한 에세이집에서 어렸을 적 처음 자전거를 탈 때 느꼈던 개인적 정취를 상세하게 저술한 적이 있다. 걷거나 뛸 때와는 다르게 모든 사물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왔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한 신세계를 경험한다고. 그는 결혼을 하고 어린 딸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달릴 때 기쁨에 충만해 소리를 지르는 아이를 보며 그 느낌이 비로소 혼자만의 것이 아닌 공감이 가능한 아름다운 경험이란 것을 알았다고 한다.

    눈썰매를 탈 때의 느낌도 그것과 다르지 않다. 높은 지대에서 아래로 물 흐르듯 쓰윽 미끄러져 내려오며 보게 되는 진풍경이야 말로 걷거나 뛸 때와는 다른 삼차원적 입체로 다가 올테니 말이다.

    거창의 또 하나의 명물이라 할 수 있는 새하얀 눈. 그 눈을 이용해 썰매를 타는 체험을 할 차례다. 천진난만한 동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천면 황산리 수승대로 이동한다.

    여름이면 국제연극제 관람과 함께 물썰매를 타고 시원한 계곡물에서 마음껏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대표적 관광자원인 수승대.

    이번 겨울엔 유난히 강설량이 적었던 탓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눈썰매장은 이용할 수가 없어 인공눈썰매장으로 향했다. 매서운 겨울임에도 각 지역의 청소년수련원 겨울캠프 차 거창을 찾은 초중고생들로 썰매장은 만원을 이루고 있다.

    고만고만한 키의 아이들 사이에 우뚝 솟아 함박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체험객들. 양발을 바닥에서 번쩍 들어올리고 점점 불어나는 가속도에 몸을 맡긴 그들, 겨울해가 남덕유산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는지도 모른 채 지친 기색도 없이 거창의 겨울을 생생하게 즐긴다.


    글= 김유경기자 bora@knnews.co.kr

    사진=  성민건기자 mkseong@knnews.co.kr

    ※‘경남을 가다-체험여행’의 체험 아이템과 체험마을을 추천받고 있습니다. ☏ 055)210-6090 경남신문 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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