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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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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보의 논술탐험] (90) '나'를 찾는 '터닝포인트' 글쓰기

내 삶에 영향을 미친 전환점은 무엇일까

  • 기사입력 : 2011-11-09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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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은 2012학년도 대입 수능일이네요. 수험생들에게는 삶의 터닝포인트(전환점)가 되는 중요한 날이니만큼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오늘 논술탐험에서는 ‘나를 되돌아보며 내 삶에 영향을 미친 계기나 전환점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써야 할지 알아볼게요. ‘터닝포인트’에 관한 글은 대입뿐만 아니라 취업 때 제출하는 자기소개서의 주요 요소이므로 ‘나만의 글’을 써 보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겁니다.


    지난주 대학교 신문방송학과 3~4학년 30명에게 ‘나를 찾는 글쓰기’를 테마로 과제를 냈어요. 4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하나를 택해 쓰도록 했죠. 그중에서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주제로 쓴 학생들의 글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볼게요.

    글의 내용은 국토순례, 아버지의 눈물, 해외봉사, 군대생활, 어학연수, 외국여행, 문화체험 등 다양했어요.

    지난 1학기 때 스파르타식 글쓰기 수업을 거친 학생들이라 그런지 주제와 맞춰 잘 쓴 글이 많았어요. 역시 글쓰기 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글을 자주 쓰도록 하는 게 왕도인 것 같습니다. 물론 학생들은 피곤해 하겠지만….

    A학생은 올해 1월 다녀온 국토순례 때를 터닝포인트로 삼았어요.

    【10㎏이 넘는 배낭을 메고 비탈길을 시속 5~6㎞로 오르내리다가 뛰기 일보 직전의 속도로 행군을 하기도 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운 날씨에도 온몸에선 땀이 났다. 젊음으로도 극복하기 힘든, 21년 평생 최악의 시간이었다.(…)

    물집으로 뒤덮은 발을 반창고로 칭칭 감고, 폭설이 내리는 영하 10도의 날씨에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지옥 같은 나날을 참았다.(…) 왜소한 몸을 가진 한 여자대원을 봤다. 무릎에 물이 찼다고 했다. 단장님이 더 걸으면 평생 못 걷게 될 수도 있다며 귀가조치하려 하자 그 대원은 애원했다. 걸을 수 있으니 제발 걷게 해달라고. 꿈이라고.(…)

    서로 다독여주며 518㎞를 걷고 또 걸어 마침내 파주 임진각에 도착했다. 그때 나왔던 내 눈물은 아마도 21살 겨울의 청춘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그리고 대견스러움이었을 것이다. 확실한 건 내내 차갑던 청춘이 뜨거워졌다는 것이다. 앞으로 나의 청춘도 변하지 않고 계속 뜨거울 것이다.】

    국토순례를 하며 자신의 극기 과정뿐 아니라 함께 참가한 다른 학생의 정신력을 보며 느낀 점을 잘 드러냈어요. 이런 내용을 요약해 취업 때 자기소개서에 희망 업무와 연계해 잘 정리하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인재로 평가받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B학생은 공부와 담을 쌓고 놀기만 했던 고교시절 어느 날 낚시터에서 눈물을 보인 아버지의 조언을 듣고 방황에서 벗어난 사연을 터닝포인트로 적었더군요.

    【중학교 2학년때부터 공부와는 담을 쌓았다. 중학교 3학년 때는 내가 노력해서 얻은 성적이 아닌, 남의 노력을 훔쳐 얻은 결과로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에도 공부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다. 성적은 바닥을 기었다.(…)

    고3 어느 여름날 아버지와 낚시를 하러 가게 되었다. 소주 한잔 하시며 당신의 어린시절 얘기를 해주셨다.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해서 공부를 못한 게 한이 된다고 했다. 내 아들은 대학교 나와서 남부럽지 않게 떳떳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그 후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남들보다 많이 모자란 상황이었기 때문에 죽기살기로 공부에 매달렸다. 그렇게 1년이 흘러 수능을 쳤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내가 노력해서 얻은 첫 번째 결과물이기에 나에게만큼은 SKY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명문 대학교다. 고교시절 아버지의 눈물을 보고 정신을 차리지 않았으면 나는 아직까지 아버지를 속썩이는 못난 아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선 일부 내용을 생략했지만, 글에 솔직함이 묻어나 있어요. 아마 과제를 받고 글 쓸 때 고민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용기를 내어 자신만의 비밀을 털어놓는 고백형 글을 택한 점에 박수를 보냅니다. 마음으로 쓴 글이 가슴에 와닿는다는 걸 다시금 느낀답니다.

    다른 학생의 글 중에서는 주요 대목을 간략히 소개해 볼게요.

    ☞ C학생의 글 【우즈베키스탄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나를 따뜻하게 품어준 그들의 온기로 나는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라는 껍질을 스스로 깨고 나왔다. 언어가 달라 대화가 통하지 않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마음으로 대화를 나눈 것이다.

    우리 봉사단원들이 ‘해외봉사를 가기 전과 갔다 온 이후 가장 바뀐 멤버’로 하나같이 나를 꼽는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2주일, 그 순간이 내 청춘의 터닝포인트가 된 것은 분명하다.】

    ☞ D학생의 글 【탈춤은 좋지만 가난은 싫었다. 포기하려 했지만 탈춤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결국 졸업까지 3학기를 남겨둔 채 ‘통영오광대’를 전수받고자 통영으로 향했다.(…)

    ‘통영오광대 전수’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꿈’이라는 것이 생겼고, 나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내용을 압축한 탓에 문장 구성을 살펴보기보다는 왜 이 사례를 ‘삶의 터닝포인트’로 잡았는지 생각하면 글감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자기소개서엔 추상적인 표현보다는 계기가 된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고요. 오늘은 이 정도에서 끝낼게요.

    편집부장 s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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