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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함안 성산산성

황량해서 더 깊이 울리는 역사의 속삭임

  • 기사입력 : 2011-10-2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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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군 함안읍 괴산리 국가사적 제67호 함안 성산산성. 무너지기는 했지만 돌무더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성벽의 위치를 알 수 있다.
    연못을 둘러싼 고목이 운치를 더하는 무진정은 성산산성에 오르기 전에 둘러보는 것도 좋다.
     

    어느덧 들판이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처서에 비가 오면 십 리에 천 석을 감한다’는 말에 흉작을 걱정했는데 늦게까지 기승을 부린 늦더위가 알곡이 여무는 데 도움을 줘 평년작은 된다고 하니 과연 자연의 섭리는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오묘함인가 보다.

    높고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진 누런 물결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그 오묘함을 엿보았기 때문이며 대자연의 풍성함에 매료된 탓이다.

    그리고 발길이 함안 성산산성으로 향하는 것도 태고 이래로 그 오묘함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며 다시금 그 오묘함을 엿보고 싶은 까닭이기도 하다.

    홀연히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싶거나 정처 없는 발걸음을 역사의 터전에 놓고 싶을 때, 혹은 코끝을 스치는 옛것의 향기를 맡고 싶거나 옛사람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싶을 때 성산산성은 다소 황량한 경치에도 불구하고 가슴을 확 트이게 해주는 곳이다.

    남해고속도로 함안IC에서 10분 거리에 있어 교통도 편리하다. IC를 나와 우회전한 후 가야읍 시내를 거쳐 아라초등학교와 군부대를 지나면 연못 속의 정자와 고목으로 어우러진 숲을 만나는데 그곳에 주차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에 함안면 괴산리 547번지나 무진정으로 입력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성산산성을 오르기 전에 경남도 유형문화재 제158호인 무진정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해마다 사월 초파일 함안낙화놀이가 펼쳐지는 무진정은 연못을 둘러싼 고목이 운치를 더한다.

    특히 무진정은 주세붕 선생이 쓴 기문 (記文)이 유명한데 선생이 쓴 글 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그중에 ‘三島의 자주빛 비취색 같은 좋은 경치와 통하고 十湖의 노을빛보다 낫다. 맑은 바람이 저절로 불어오고 밝은 달이 먼저 이르니 반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온갖 경치가 모두 모였다’ 했으니 어찌 들르지 않을손가?

    무진정에서 나와 산등성이로 뻗은 넓은 길을 따라 해발 139m의 낮은 산을 오르면 이내 국가사적 제67호인 산성을 만나게 된다. 주세붕 선생도 ‘여항산 한 가닥이 가볍게 날아오다가 십 리가 채 못 돼 엎드렸다가 다시 일어나 봉새가 새끼를 품은 듯한데 성이 그 위에 걸터앉은 곳’이라 했으니 참으로 정기가 서린 곳이라 할 만하다.

    남쪽으로는 옛 함안읍성이었던 함안면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눈을 들면 여항산이 뻗어 있는데 특히 여항산은 우리나라 최대의 와불산(臥佛山)이다. 간절히 기도하면 소원을 들어준다고 전해지는 와불산은 성산산성에서 가장 확실하게 볼 수 있다.

    북쪽으로는 남강까지 20여 리의 황금들판이 펼쳐져 있고 가야읍 시가지와 함께 성산산성과 같은 국가사적으로서 아라가야 시대에 만들어진 말이산고분군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

    성산산성은 1600년에 간행된 함주지(咸州誌) 고적조(古跡條)에 가야국구허(伽倻國舊墟)로 기록돼 있다. 그때도 성터가 완연했다고 했는데 지금도 무너지기는 했지만 돌무더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성벽의 위치를 알 수 있다.

    1.4㎞의 성곽을 한 바퀴 돌면 다리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한다는 전설이 전하는데 성곽 주변을 정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성산산성의 이름을 빛낸 것은 목간(木簡)이다. 종이가 발명되기 전 죽간과 함께 문자 기록에 사용되던 목간은 우리나라에서 600여 점이 출토됐는데 그중 성산산성에서 280여 점이 출토돼 전국 최대의 목간 출토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또 다른 자연의 오묘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라홍련이다. 성산산성에서 출토된 연 씨앗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고려시대의 것으로 밝혀졌으며 지난해 700년 만에 다시 핀 연꽃으로 전국의 주목을 받았다.

    신라시대의 목간과 고려시대의 연 씨앗이 성산산성에서 나왔으니 봉새가 새끼를 품었다고 하면서 이를 헤아린 주세붕 선생의 혜안에 무릎을 치며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 오묘함이여. 오묘함이여. 옷깃을 여미고 머리를 숙이니 돌부리도 예사롭지 않다.



    △주변 가볼만한 곳

    ▲말이산고분군과 함안박물관

    37기의 대형고분과 120여 기의 중형고분이 말이산 자락에 줄지어 있는 말이산고분군은 찬란했던 아라가야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지름이 39.3m, 높이가 9.7m에 이르는 4호분에서는 둥근 고리칼과 다양한 토기가 출토됐고, 마갑총에서는 말의 갑옷이 출토됐다. 8호분에서는 다섯 명의 순장인골이 발견되기도 했다. 말이산고분군 자락의 함안박물관(☏ 580-3902~5)에서는 아라가야의 유물과 성산산성에서 출토된 목간과 아라홍련을 구경할 수 있다.

    ▲파산봉수대

    파산봉수대는 여항산의 동편에 있는 봉화산(해발 675.5m) 정상에 있다. 조선 전기에 축조돼 후기까지 기능을 수행했으며 진해의 가을포봉수를 받아 의령의 가막산봉수에 연결했다. 여항면 외암리 미륵정사 입구에 등산로가 있다. 초보자도 1시간30분이면 오를 수 있으며 진동 앞바다가 훤히 보인다.


    글=배성호기자·사진=전강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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