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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고 싶다] 밀양 만어사 어산불영

산꼭대기 돌바다에 돌물고기 펄떡펄떡

  • 기사입력 : 2011-10-2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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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양시 삼랑진읍 용전리 만어산 만어사 어산불영. 큰 바위들이 하늘에서 쏟아진 듯 ‘돌바다’를 이루고 있다.
     
    만어사 대웅전.


    “어떻게 산 정상 부근에 이렇게 많은 돌들이 있지? 정말 이곳이 바다였을까?”

    자연과 역사가 고즈넉히 어울린 밀양은 3대 신비로 유명하다.

    첫 번째는 여름에 얼음이 어는 ‘얼음골(氷谷)’이고, 두 번째는 국난이 있을 때마다 땀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진 ‘표충비(일명 사명대사비)’이다.

    그리고 세 번째가 바로 종소리 나는 ‘만어사 어산불영’이다.

    맑고 푸른 하늘에 바람이 머리칼을 살짝 휘날리는 가을. 밀양의 들판은 싱그러운 초록색에서 풍요로운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서기 46년 가락국 수로왕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만어사. 한적한 산길을 차로 10분 정도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절이다. 만어사는 절집 자체보다 절 주변의 돌들(어산불영·魚山佛影)이 볼거리다.

    너비 100m, 길이 500m에 이르는 곳에 큰 바위들이 하늘에서 쏟아진 듯 자리하고 있다. 검푸른 돌들의 바다다.





    가락국 수로왕 시절 옥지(玉池)라는 연못에서 사악한 독룡 한 마리와 다섯 나찰녀(악귀)가 온갖 행패를 일삼자 수로왕이 부처님께 설법을 청했는데, 이때 동해의 수많은 고기와 용들이 불법의 감화를 받아 이 산중으로 모여들어 바위가 됐고, 각기 쇠북과 경쇠의 소리가 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 전설에서 보듯, 만어사는 절 둘레에 있는 너덜 (돌이 많이 깔린 비탈)의 돌들이 물고기를 닮았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만어사 앞 골짜기에는 돌들이 가득한데, 마치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산꼭대기를 향하고 있다. 만어사에서 멀리 바라보면 운해(雲海) 사이로 낙동강이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물고기들과 용은 나찰녀처럼 만어산에 오르기 전에 낙동강을 따라 올라왔다.

    만어산을 내려가서 낙동강 줄기를 따라 하구로 가면, 강물은 부산 다대포(多大浦) 앞에서 바다와 만난다. 다대포는 동해와 남해의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이다. 동해의 고기들과 용은 바로 이곳을 거쳐서 만어산에 이르렀다.




    바위 중에는 돌로 두드리면 경쾌한 쇳소리나 옥소리가 나는 것들도 있어 관광객들은 돌밭을 거닐며 바위를 두드려보곤 한다. 그래서 이 바위들은 종석 (鐘石)이라고도 불린다. 삼국유사의 일연은 이 너덜 가운데 3분의 2가 금옥의 소리를 낸다고 했는데, 직접 두드려보면 적어도 서너 개 가운데 하나는 신기하게도 종소리가 울린다.

    세종대왕 때는 편경(돌을 깎아 만든 조각들을 매달아 두드려 소리를 내는 악기)을 만들 때 이곳의 돌을 가져다가 썼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질학적으로 이 돌들은 2억년 이전의 고생대 말 중생대 초의 녹암층이라는 퇴적암인 청석(靑石)이다. 학자들은 “해저에서 퇴적된 지층이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해침과 해퇴가 반복되면서 풍화를 받고, 그것이 빙하기를 몇 차례 거치는 동안 기계적 풍화작용이 가속되면서 지금의 거무튀튀하고 집채만 한 크기의 암괴들이 벌판을 이루게 됐을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다.

    신비로운 이야기와 함께 이곳의 절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으뜸이다. 절을 둘러싼 크고 푸른 나무들과 맑은 공기를 실은 바람, 그리고 부끄러움을 타는 듯한 낙엽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머금고 있다. 가을 나들이에 나선 관광객들은 종석 위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거나 바람이 스치는 나뭇잎 소리와 산새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며 머물다 떠나곤 한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산속의 상쾌함과 호젓함을 느끼면서 역사적 이야기만으로도 궁금증을 불러오는 신기한 어산불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도 만져 보고 싶지 않은가.


    ☞가는 길 : 1022번 지방도 → 원동 → 삼랑진 → 만어사(종무소 ☏055-356-2010)


    글=김정민기자  사진=전강용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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