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학교 논술수업] (23) 학급에서 논술하기- 과제와 연계한 진로 글쓰기

부담 덜한 중학생 때 진로설계 시간 마련 바람직
과제물 대부분 인터넷 참고 수준에 그쳐
‘구체적 항목 제시해줬더라면…’ 아쉬움

  • 기사입력 : 2011-10-19 01:00:00
  •   
  •  




    진로 교육의 자료를 보면 초등학교에서는 진로 인식, 중학교에서는 진로 탐색, 고등학교에서는 진로 계획과 같은 단계별 교육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에는 창의적 체험 활동에 진로활동이 포함됐고 앞으로 각 학교마다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배치된다고 하니까 앞으로 진로교육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삶에서 진로 결정은 참으로 절실하고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교육 현실에서는 먼저 성적 올리기를 요구하고 성적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이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흥미, 가치관에 따른 다양한 진로 활동을 체험해보지 못하고 교과 공부만 열심히 하다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교과 성적의 경쟁이 진학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에서 진로 설계가 바람직하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래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해봐야 한다고 하지만 학생들은 공부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체험할 수 있는 여건은 열악하다. 고교에 진학하면 대입 내신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나마 중학교에서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조금이나마 있다. 앞으로 중학교 과정에 다양한 진로 활동 프로그램이 적용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반 학생들과 상담을 해보면 구체적인 진로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학생이 몇몇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막연하다. 장래 희망의 이유를 물어보면 많은 학생들이 안정적이고 돈을 잘 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장래 희망이 자주 바뀌는 학생들은 부모님과 생각이 달라서 또는 성적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렇다고 한다. 아직 중학생이라서 그런 탓도 있겠지만 진지하게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탓도 있다고 본다.

    지난 여름방학 때 과제와 연결지어 자신의 진로에 대해 글쓰기를 해 보도록 했다. 지금까지 어떻게 해 왔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써 보도록 요구했다. 과제물을 받아 보니 대부분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인터넷 자료나 커리어넷 등과 같은 프로그램의 자료를 인쇄한 것이었다. 좀 더 구체적인 항목을 제시해 과제를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음은 학생들이 쓴 글의 일부분이다.



    ☞관찰 좋아한 나 "과학자가 좋을 거야"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나의 진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우연히 중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이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 진로에 대해 생각해 봤겠지?”라고 하셨다. 이제 나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나이가 되었지만 ‘난 커서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과학자가 되겠다’라는 생각만 하고 놀기만 했다.

    커리어넷에서 진로에 대해 조사를 해보았다. 여러 가지 자료를 정리해 봤을 때 난 과학자가 어울리는 것 같았다. 단순히 어울려서 진로를 과학자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난 무엇인가 관찰하고 조사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 학교 숙제 중에서 초파리 관찰이나 달 모양 관찰을 다른 아이들은 싫어했지만 난 그런 걸 하면 왠지 모르는 설렘에 빠진다.】



    ☞이과와 문과 적성 비슷하게 나와 고민

    【내가 생각하는 내 진로, 즉 내가 가야 할 길을 망설임 없이 선택한다는 건 참 어렵다. 사람의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후회하기도 하고 늦게라도 자신의 길을 찾아가기도 한다.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가 공부를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진로 선택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적성과 흥미 등 고려해야 할 것도 많다. 그리고 흥미와 적성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능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럴 경우를 위해 우리는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내가 내 진로를 결정할 수가 없다. 내가 진로를 선택할 때 능력이 부족해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진로를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보통 적성, 흥미 검사 등을 통해 자신에게 알맞은 직업을 선택하곤 한다. 내가 검사를 해도 알맞은 직업이 나온다. 그런데 고민스러운 것은 대여섯 가지가 비슷하게 나온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은 부족한 점이 있는 반면에 뛰어난 점도 있다. 그런데 나는 대부분 보통으로 나오고 뛰어난 부분을 찾지 못했다. 이과나 문과를 선택하려고 해도 둘 다 비슷하게 적성이 나와서 쉽게 선택할 수가 없다.

    직업 또한 이과와 문과 계열이 비슷하게 나와서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경찰청 외사국 소속 경찰 되기 위해 준비

    【나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경찰청 외사국 소속 경찰관이 되기로 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그 결과를 남들과 나눌 수 있고 지덕체가 모두 필요한 직업인 경찰관 중에서도 외국어에 적성과 흥미가 높기 때문에 외사국에서 일하고 싶어졌다.

    이렇게 결정한 이유는 나의 적성, 흥미, 가치관과도 맞기 때문이다. 스포츠, 외국어 쪽에 적성과 흥미가 높고 직업 가치관 검사에서 사회 봉사적, 안정적 직업 가치관이 많다는 결과가 나와서 경찰관이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다.

    훌륭한 경찰관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희망하는 경찰대학교는 체력과 높은 성적이 필요하기 때문에 꾸준히 축구, 농구, 탁구 등의 운동을 하고 성적을 높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관에게는 봉사정신이 필요하므로 복지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배종용(김해 월산중 교사)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