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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문화기획] 등단 꿈꾸는 만학도들

환갑 넘긴 할머니도 문학 앞에선 영원한 소녀랍니다

  • 기사입력 : 2011-10-1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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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신대 문예창작과 수업 장면. 이상옥 교수가 수강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경남대 평생교육원 시창작반 수업 장면. 박태일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산대 평생교육원 시창작 강의 모습. 김륭 시인이 강의하고 있다./마산대 제공/
     
    ◇도내 창작과정 운영 대학·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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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대 평생교육원시창작교실, 시창작 심화반
    경남문학관 경남문예대학시, 시조, 수필, 문학일반

    ※창신대 문창과는 2년 정규과정, 평생교육원은 15주 과정



    ■ 문학강좌마다 빼곡한 문학소년소녀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작가의 길. 늦었지만 그 길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 나이가 무슨 상관, 꿈이 있어 행복하다.

    문학이 좋아 만학도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는 등단의 꿈을 이뤄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현재 창작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은 창신대 문예창작과와 경남대, 경상대, 경남과학기술대, 마산대 등의 평생교육원 과정이 있다. 이 밖에 경남문학관에서도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

    창신대 문예창작과는 2년의 정규과정. 30명 정원에 30세 이상자가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만학도들이 많다. 일반 대학을 졸업하고 입학하는 이도 있고, 다른 대학의 평생교육원 과정을 수료한 이도 있다. 기성문인 중에서도 재충전의 기회를 갖고자 입학하는 경우도 있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이상옥(54·시인) 교수는 “생활에 쫓기다 남들보다 늦었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만학도가 많다. 공감대가 맞아 잘 통한다”며 수업분위기를 전했다.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뒤늦게 학문의 길에 들어선 유정자(70)씨는 “제대로 길을 찾은 것 같다. 가족사를 정리한 회고록을 쓰는 게 목표다”며 수줍어한다.

    2006년에 졸업한 유행두씨는 경남신문과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반 당선되기도 했다.




    15주 과정의 평생교육원은 경남대, 경상대, 경남과학기술대, 마산대 등에서 개설 중이다. 경남대 시창작반은 지난 2001년 문을 열었다. 마산 본교에 수필창작, 수필창작 전문 및 보수교육, 시창작반을 운영하고 있다. 통합창원시 출범에 따라 지난해 2학기부터 경남신문사 5층에 시창작과정을 개설했다. 시창작을 지도하는 박태일 교수는 “5~10년 이상의 중장기 지도를 통해 시집을 한 권 낼 수 있는 정도의 역량까지 지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15주 과정을 마치고 재수강한다는 말이다.

    이 과정을 통해 등단자들도 많이 나왔다. 지난해에 68세의 강미자씨가 ‘문예연구’로 등단, 시인의 꿈을 이뤘다. 이달에는 만학도 수강생 두 사람의 시집이 나온다. 2004년 ‘미래문학’으로 등단한 김명이(68)씨와 2006년 ‘시사문단’으로 등단한 오순찬(64)씨가 그 주인공. 김씨는 10년째 수강, 초등학교 중퇴 학력을 극복했다. 오씨도 9년 수강생이다.

    지난달 창원반 개강 첫날. 수강생 20여명이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68살인데, 시가 좋아서 배우러 왔다” “시를 잘 쓴다 생각했는데, 갈수록 어렵다. 더 나은 시를 쓰고 싶다” “교사인데, 시가 부족해서 배우러 왔다” “문학에 발 담그고 놀겠다” 등등…. 식당주인, 교사, 회사원, 농부, 무직자 등 다양한 직업,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마디로 문학이 좋아서 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밤이면 문학소녀소년이 되어 시와 놀고 있다.

    경상대도 매주 화요일 강희근 교수 지도로 시짓기교실을 열고 있다. 시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연습의 기초, 짓기의 실제, 짓기의 변용 등을 제공해 시장착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게 지도한다.

    경남과학기술대는 현대시창작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유홍준 시인이 다양한 시창작법을 통해 좋은 시, 좋은 글을 쓰도록 지도한다.

    마산대는 시창작교실과 시창작 심화반을 운영 중이다. 2002년 개설해 지금까지 유지할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2005년부터 각종 문예지와 신춘문예에 등단하기 시작해 해마다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장정희 주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최고령자는 68세. 수강생들은 ‘띠앗’이라는 동인회를 결성해 활동 중이다.

    경남문학관이 운영하는 경남문예대학도 있다. 문학에 뜻을 둔 사람이면 누구나 수강 가능하다. 현재는 대학생부터 70세 노인까지 수강하고 있다. 화요일은 시·시조를, 금요일은 수필과 문학일반을 강의한다. 지난 학기 수강생인 임재근, 허상회씨가 올봄 시조시인으로 등단했다. 글·사진= 이학수기자




    故 김복식 선생



    ■ 소설 속 주인공 된 소설가 故 김복식 선생 이야기

    70세 등단한 늦깎이 작가 “문학은 삶·정신·생명이다”


    70대 중반의 나이에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소설가 김현우씨는 지난 8월 자신의 세 번째 소설집 ‘완벽한 실종’을 냈다.

    이 소설 210쪽에 실린 ‘유록동 늙은 이야기꾼의 갈망’은 일흔을 넘겨 등단, 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열정적으로 피우다 간 완당 김복식(1923~1996) 선생의 이야기다.

    김복식 선생은 1992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한국문협, 경남문협, 마산문협 회원이었다. 다음은 소설 ‘완벽한 실종’의 ‘유록동 늙은 이야기꾼의 갈망’ 중 일부.

    완당과 윤민수는 등단 동기였다. 문단에 오른다는 뜻으로 흔히 등단이란 말을 쓰는데 완당 선생이 경남신문에 <적색인간>이란 지리산 빨치산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로 신춘문예에 당선되던 해에 윤민수도 어떤 문예잡지에 소설로 신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인연은 흔히 얽히는 것이 기묘한 거라 선생이 신춘문예에 응모하면서 윤민수가 신인상을 탔던 잡지에다 소설을 투고해 놓았던지 완당 선생도 그와 함께 신인상을 받았던 것이었다. ……

    그는 소설에 당선된 사람의 이력을 보고서 놀랐다. 나이 일흔 살에 줄줄이 엮어놓은 경력이 화려하다 못해 기가 막혔다. 일본 전수대학, 경희대학교 졸업에 법제처가 어쩌고 마산중학교 교사에…. 범상치 않은 경력에 윤민수는 늦깎이 소설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확 떠올랐다. ……

    “아, 아녀. 제대로 국어 교육받은 윤 작가 실력이 나 같은 늙은이를 능가하는 것쯤이야 당연지사이고…. 난 경남신문에 소설을 보낼 때 일흔 살 사내의 오기였지. 누군 망령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내 딴에는 시험대요 도전이었어, 의욕과 의지 그리고 투지…. 바로 앰비션의 발로였지. 하하하. 그리고 그때 심사위원이신 구인환 선생이 또 다른 작품이 있으면 보내라 하길래 보낸 것이 문예사조에 신인상을 받은 ‘낙동강 엘레지’였어. 두 작품 다 50년대 민초들의 애환이 주제였지.”(중략)

    완당 선생은 앞으로 쓸 소설 얘기에 파이프 담배를 뻑뻑 빨아 당기며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 벽에 걸린 좌우명을 큰소리로 윤민수에게 들려주었다.

    “인생은 슬픔 속에 즐거움이 있다. 나에 있어서 문학은 삶이요 정신이요 생명이다.”

    선생은 94년에 단편 ‘청심’(경남문학 29호), ‘혼미’(마산문학), 95년에 ‘아내의 동물기’(경남문학 31호), ‘명암 쌍곡선’(마산문학) 등을 발표하고 96년 초에 ‘원단에 찾아온 배신자’를 써 ‘경남문학’에 보냈다. 그게 마지막 작품이었다. 완당 선생은 대하소설 ‘청해군도’ 원고를 끌어안고 숨을 거두었다. 심장마비였다. 의사 아들이 미처 손을 쓰지 못했다. 그의 나이 만 73세. ‘경남문학’ 봄호에 유고작품으로 그가 남긴 소설이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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