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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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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다문화시대와 우리- 박현오(논설위원)

그들은 이제 사랑으로 감싸고 함께 가야 할 가족이자 이웃

  • 기사입력 : 2011-10-07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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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4년 전 네팔에서 한국에 시집을 왔다. 네팔에서는 한국이라는 나라는 잘사는 나라이며 여기 사람들은 모두 잘산다고 생각을 했었다. 공항에 새벽 1시에 도착하고 남편과 함께 택시를 탔다. 나는 내가 한국에서 살아야 될 집이 어떤지 보고 싶어 택시에서 창문 밖으로 계속 쳐다보았다. 빨리 집에 도착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가도가도 도착지가 오지 않았다. 큰 빌딩들이 사라지고 내 눈앞에서는 나무와 산만 계속 보이기 시작했다(중략) 내 부모, 내 친구, 내 형제 다 잊고 당신만 생각해서 한국에 왔는데 당신이 내 마음을 못 알아줘 정말 실망스럽다. 결혼한 지 3년 되는데도 ‘사랑한다. 미안하다’ 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도 나는 그런 남편을 사랑한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오순도순 살고 있단다. 아저씨! 내 마음을 언제 알아줄 거야? 이 편지는 당신에게, 나의 경상도 아저씨.”

    경남신문이 다문화시대를 맞아 공모한 수기에서 한 주부가 한국에서 느낀 솔직한 심정을 옮긴 글이다. 한국을 동경하며 한국에 시집온 네팔 아가씨가 한국에 도착한 첫날의 심정과 사랑하는 남편을 생각하며 앞으로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60여 편의 수기에는 다문화가정의 수많은 삶의 궤적을 찾을 수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시할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몽골의 손자며느리 이야기는 눈물겹다거나 감동적인 것보다 의연하게 삶의 한 부분으로 생각하며 굳세게 생활하는 모습에서 그 어느 가정의 며느리보다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치매라는 이상한 병에 걸린 할머니는 갈수록 아기가 되어 가는 것 같다”며 “할머니의 그 모습을 보니 엄마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할머니가 나의 큰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십번 마당 쓸기, 자기 몸도 힘든데 2km 떨어진 논에 수십번 가기, 집앞 정원에 하루종일 쭈그려 앉아 풀매기, 할머니는 나의 게으른 일상을 ‘부지런히 살아야지’라고 깨우쳐주며, 오늘도 저를 미안한 아이로 만든다”고 적고 있다. 몽골 손자며느리의 마음 씀씀이가 보통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또다른 애환도 많았다. 초등학교에 보낸 아들이 돌아와 울며 “나는 한국사람이 아니라, 다문화 아들”이라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거나, “못사는 나라에서 왔으니 말이나 잘 들어야지”라고 나무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마음 상한 사례, 문화적 차이에 의해 남편과 대판 싸우고 몇날 며칠을 먹지도 않고 울었던 이야기 등은 싸한 느낌마저 들게 했다.

    경남의 다문화 가구는 2011년 1월 현재 1만834가구에 달한다. 베트남이 3865가구로 가장 많고, 중국 2855가구, 한국계 중국인 1684가구, 필리핀 761가구, 캄보디아 410가구, 일본 343가구, 몽골 147가구 순이다. 경남은 전국에서 경기(4만9855가구), 서울(4만1123가구), 인천(1만1344가구)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고 한다. 시군별로는 김해가 1517가구, 통합이전 창원 1149가구, 마산 1058가구, 진주 977가구 등이다.

    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농어촌 지역보다 도시 지역의 다문화가정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의술의 발달과 남아선호에 의해 급격히 많이 태어났던 세대들의 결혼이 힘들어지면서 다문화가정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문화가정은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겉보기와는 달리 다문화가정의 현실적인 실상은 어렵고 힘든 일이 한두 가지 아닐 것이다. 한국인끼리 만난 가정도 불화가 만만치 않은데 낯선 이국땅에서 결혼해 자식 낳고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우리 시대에서 이제 다문화는 피할 수 없는 문제다. 그들은 이제 우리 가정 가정에 중심이 되고 있다. 피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들도 우리와 함께할 수 있도록 겸허히 다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은 이제 사랑으로 감싸고 함께 가야 할 가족이고 이웃이기 때문이다.

    박현오(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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