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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태 四柱 이야기] 마쓰시타 정경숙

  • 기사입력 : 2011-09-2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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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가 일본총리가 되었을 때, 화제는 그가 마쓰시타정경숙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마쓰시타정경숙은 전자제품 회사인 파나소닉의 창업자이자 경영의 신으로 불렸던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1979년 ‘장래 일본을 짊어지고 나갈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를 내걸고 사재 70억엔을 들여 설립한 학원이다.

    정경숙은 돈과 배경이 없이도 정치인이 될 수 있는 코스로 알려지면서 매년 200~300명이 지원하고 있다고 하는데 합격자는 10명 이내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정경숙에서 창업자 마쓰시타는 숙주(塾主)라 불리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숙주인 마쓰시타의 면접내용이다. 숙주가 인터뷰에서 가장 중시 여긴 것은 운(運)과 애교(愛嬌)라고 한다.

    애교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예의를 말하는 것으로서 즐겁게 웃고, 주변을 밝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그런데 운은 하늘의 뜻이다. 하늘의 뜻을 거역하지 않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행운이 따르게 된다. 후천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운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그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마쓰시타 역시 운을 중시한 것은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있기 때문에 하늘에서 부여한 운 좋은 인물을 고르겠다는 판단에서이다. 즉 될성부른 나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공자는 “사람의 성(性)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習)은 서로 다르다”, “오직 상지(上知)와 하우(下愚)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즉, 인성은 서로 비슷한 것인데, 그것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습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습은 습관이나 환경, 후천적인 교육 등으로 인성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상지(최상의 지혜로운 사람)와 하우(최고로 어리석은 사람)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하우의 경우에는 습관이나 환경, 후천적 교육으로 변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타고날 때 최상의 격(格)을 가지고 태어나면 주어진 환경이 비록 좋지 않더라도 그 격대로 큰 인물로 성장하고, 최하위의 격으로 태어난다면 아무리 질 좋은 공부를 시켜도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고 공자도 본 것이다.

    중국의 고대 인재론의 체계를 완성하고, 위진(魏晉)시대의 국가 경영을 위한 행정학 및 인사관리가 함의된 철학서인 ‘인물지’에서 유소는 ‘사람의 재성(才性)이란 천부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인간이 품부 받은 기(氣)에 따라 한 인간의 선악(善惡), 현우(賢愚) 등 성품과 재능이 각각 다르게 나타난다’고 보았다.

    졸업생 242명이라는 그리 많지 않은 인원을 배출하고도 차기 총리후보인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상을 비롯해 정경숙 출신 정치가는 제도권에만 78명이나 된다고 하니 마쓰시타의 사람 보는 눈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운을 보면 그 사람의 격과 됨됨이를 알 수 있는데도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왜 애써 무시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기성 정당에는 희망이 없다”는 서울시장 후보 물망에 올랐던 안철수 교수의 한마디에 정치권이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을 보면 그만큼 국민들은 참신한 인재에 갈망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마쓰시타 같은 기업인이 하루빨리 나와서 정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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