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6월 28일 (화)
나팔꽃- 강현덕
햇빛의 농담은 처음부터 언짢았다
새들의 긴 조롱도 갈수록 거북했다
해 뜬 후 마음의 절반
...2019-09-19 07:58:04
용서 - 유행두
동생이 잘못했는데
나만 꿇어앉아 벌을 섰다
끝까지 잘못했다는 말
안 하고 싶었는데
발...2019-09-05 08:00:04
낙과의 꼭지 - 황학주
흐린 날 개어귀에 햇살 비칠 때
박차를 가하던 필생이 툭, 떨어진다
단 한줄의 소리도 없다
결심을 해체...2019-08-29 07:58:33
사람에게 드릴 것 - 조예린
오물을 치운다
눈빛만 살고
죽은 것 같은 육체를
조심조심 만진다
놓치면
행성 하나를 깨뜨릴 것처럼...2019-08-22 07:58:48
고흐 - 자화상 - 이달균
그날은 늘 보던 태양이 아니었다
환청인 듯 들려오는 집시들의 광시곡
조용히
귀를 잘랐다
...2019-08-08 08:41:03
모기 - 김성민
이사 온 날 밤
잠자려고 누웠는데
모기가 날아와
앵앵거리며 물었다
뭐라고 물었냐면
언제부터 ...2019-08-01 08:01:47
손을 잡는 일 - 김시탁
빈손이 빈손을 슬며시 잡아보는 일
맨손이 맨손에게 가만히 잡혀보는 일
참 민망하게 아름다...2019-07-25 08:07:57
이름 뒤에 숨은 것들- 최광임
그러니까 너와의 만남에는 목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헤어짐에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오래전 떠나...2019-07-18 08:00:24
칠월의 낙동강 - 서일옥
칠월의 낙동강엔 바람도 초록빛이다
망초꽃 흐드러진 강둑에 앉아 보면
비늘을 세우고 있는
저 강물...2019-07-11 08:03:22
풋사과 - 최영인
아직은 먹지 마세요
지금 땅속 꿀단지에서
한 방울
두 방울
꿀물을 퍼 올리는 중이에요.
...2019-07-03 20:28:26
이상하게도 - 정이경
버스를 타면 늘 맨 뒷자리에 앉았다 담벼락에 잇
대어 핀 칸나꽃 바라보기 좋아서? 강을 배경으...2019-06-26 20:30:23
아쿠아리움 - 김이듬
오늘처럼 인생이 싫은 날에도 나는 생각한다
실연한 사람에게 권할 책으로 뭐가 있을까
그가...2019-06-20 08:15:32
거울 하나 - 윤정란
밤에는 목욕탕 낮에는 아파트로
쪽잠을 쪼개가며 청소하던 그 친구
찬물에 밥 말아먹는 쪽박마저 깨...2019-06-13 08:21:11
분천분교 - 박혜선
아이들과 선생님은 떠났지만
학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로 했다
책 읽는 소녀가 학교 화...2019-05-29 20:29:18
곁 - 성선경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았다
가지가 곁을 주었다
아주 조금 휘어청했다
나비가 장다리꽃에 앉았다
꽃빛이 잠시 환해졌다
곁을 준다는 것은
마음의 한 자락을 내준다는 것
그만큼 내가 넓어진다는 것
가지가 휘어청 흔들리면...2019-05-23 07:0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