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고운맘 되다 (19) 12월생의 비애"여기 계획성 없는 엄마들 다 모여 있네요.(호호호)"2013년 12월 중순 어느날 창원의 한 산후조리원 식당, 나를 비롯한 막 출산을 한 산모들이 모여 맞장구를 치며 웃었다. 임신을 계획하는 부부들은 가능한 3~5월생을 겨냥(?)한다. 하반기에 태어난 아이들은 또래(상반기 출생)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나 발육에서 뒤쳐지기 때문이다. 그 중 12월생은 말 할 것도 없다고, 임신 시절부터 많은 육아 선배들의 걱정을 들었었다. 12월생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선생님들도 기피한다며, 초등학교 때 산만하거나 미숙한 아이는 대부분 12월생...조고운 기자 2016-01-08 13:45:13
[살롱] 고운맘 되다 (18) 무한질문딸이 묻는다.
"엄마, 저거 뭐야?"
"응, 이건 의자야. 우리가 앉는거지."
1분 후 딸이 또 묻는다.
"엄마, 저거 뭐야?"
"응, 의자야."
1분 후 딸이 또 묻는다.
"엄마, 저거 뭐야?"
"방금 말했잖아, 의자, 의자, 의자라니깐."
좀처럼 안된다. 세 번을 참기가 이처럼 힘들다니. 딸의 시무룩한 표정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난 엄마 자격이 없는건 아닐까.
/딸의 질문, 이건뭐야/
20개월 딸아이는 요즘 질문을 달고 산다. 아이는 눈에 보이는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모양이다. 아직 말이 서툰 딸...조고운 기자 2015-10-02 19:17:21
[살롱] 고운맘 되다 (17) 밤마다 딸이 두려워요나는 요즘 밤이 두렵다.밤이면 밤마다 벌어지는 무차별 폭력(?) 때문이다.가해자는 80cm에 10kg의 작은 여아, 바로 금쪽같은 내 딸이다.
보통 사건은 저녁 8~9시 사이, 집 안의 모든 불이 꺼지고 침대에 나란히 누웠을 때부터 시작된다.졸리면 잠에 취한듯 살짝 흥분 상태가 되는 딸은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는 듯 사정없이 덤벼들기 시작한다.마치 내가 쿠션인 듯 나를 향해 온 몸을 던지는데, 강약조절도 없고 부위도 가리지 않는다.(아니, 못하는거겠지만.)'으왕' 괴성을 지르며 예고없이 가슴팍에 쿵 앉거나, '꺄아' 소리를 지...조고운 기자 2015-08-14 14:07:41
[살롱]고운맘 되다 (16) 딸의 첫-말들
생후 19개월이 된 딸은 최근 제법 많은 말을 따라 한다.
'빠빠'를 시작으로'엄마', '응응' 만 할 줄 알던 아기의 입에서 '할매, 바지, 응가' 등 매일 새로운 말이 튀어나올 때마다 남편과 나는 자동으로 입을 벌리고 물개 박수를 친다. 조그만 입술로 제법 힘 있게 뱉어내는 딸의 말들은 매우 부정확하지만, 10개 중 7개 정도는 감으로 맞출 수준은 된다.
이상한 말이지만, 딸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모두 예쁘다. 매일 셀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해 말을 하고 기사를 쓰면서도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딸의 ...조고운 기자 2015-07-26 07:00:00
[살롱]고운맘 되다 (15) 딸느님, 밥 좀 먹어주오이런 책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징그럽게 안 먹는 우리 아이 밥 먹이기’ 라니. 목감기를 혹독하게 앓은 딸아이는 밥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방법을 찾던 중 포털 사이트에 ‘밥 안 먹는 아기’로 검색한 결과 값 중 하나였다. ‘징그럽게’라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 밥을 안 먹는 자식에게 이보다 적절한 표현이 없었다.
딸은 본래 지나칠 정도로 뭐든 잘 먹는 아이였다. 배가 터질 듯 부풀어도 자꾸 밥을 달라던 게 오히려 걱정이었던, 정체불명의 엄마표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우는 사랑스러운 먹보였다. (아...조고운 기자 2015-07-11 22:03:05
[살롱]고운맘 되다 (14) 응급실과 어린이집, 메르스또 39℃가 넘었다. 벌써 3일째였다.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알몸의 아기를 감싸 안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하필이면 창원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날이었다. 걱정하는 남편에게 우리는 건강해서 괜찮다고 말했지만 창원으로 향하는 마음은 불안했다.
병원 역시 분위기가 삭막했다. 응급실 안내직원은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가 아닌 "최근 해외여행이나 병원에 간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먼저했고, 메르스 관련 질의응답서도 작성하라고 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 먹어 축 쳐져버린 딸 아이를 안은 나는 1초가 급했고...조고운 기자 2015-06-13 03:12:14
[살롱]조 기자 고운맘 되다 (13) 응가의 자유를 달라
아랫배에서 신호가 온다. 딸에게 장난감을 쥐어 주고 화장실로 향하는데 딸이 찡찡거리기 시작한다. 딸랑이를 흔들며 달래보지만, 울음소리는 점점 커진다. 안아 달라는 말이다. 몇 번을 어르다 결국 딸을 안고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 위에 앉는다. 아래서 올라오는 고약한 냄새에 괜한 미안함과 민망함에 한숨이 나온다. 딸은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으며 내 볼을 만진다.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이 난감한 상황은 딸이 낯을 가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아기는 눈앞에 내가 보이지 않으면 울었고, 안아줄 때까지 악을 쓰며 ...조고운 기자 2015-06-06 11:29:02
[살롱] 조 기자 고운맘 되다 (12) 왜 백화점엔 유모차족이 많을까
'유모차족이 뜬다'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었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마트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아기엄마들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오른다는 내용이었다. 결혼 전이었는데, 당시 기사를 쓰면서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많은 아기 엄마들이 굳이 백화점으로 나올까.
백화점을 가면 실로 많은 아기엄마들과 마주쳤다. 유모차 1~2대에 가득 차버린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하는 일도 종종 있었고, 백화점 식당에서는 늘 아기들이 있는 테이블을 피해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았었다.
딸을 카시트에 태우고 운전...2015-05-23 00:00:21
[살롱]조 기자 고운맘 되다 (11) 물젖과 참젖이 따로 있나요
“애기 엄만 물젖이네…, (아기가) 참젖을 먹여야 포동포동 살도 오르고 소화도 잘 되는데….”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20대 외모가 된 칠순의 할매 ‘오두리’가 지하철에서 만난 아기 엄마에게 건넨 말이다.
/영화 수상한 그녀 중/
함께 영화를 보던 남편은 크게 웃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4개월을 모유수유를 고집해 왔지만, 그 결과 -포동포동 살이 오르지 않는 아기- 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조리원 퇴소 후 며칠을 씨름 끝에 직수에 성공했고(참고- 시리즈 (8)편), 아기가 울 때마다(심지어 ...조고운 기자 2015-05-15 18:55:09
[살롱]조 기자 고운맘 되다(10) 신생아 사경을 아시나요
30일 갓 지난 딸 아이를 포대기로 뚤뚤 말아 안고 집을 나섰다. 초조한 발걸음으로 2월의 칼같은 바람을 뚫고 도착한 곳은 창원의 한 종합병원이었다. 작고 조용한 방에 안내됐다. 신생아 전용 사경 치료실이라고 했다. 방 한가운데 테이블 위에는 수건이 반듯하게 놓여 있었다. 딸을 조심스럽게 수건 위에 내려놓는데 목이 잠겨왔다.
딸은 신생아 사경증을 진단받았다. 목의 한쪽 근육이 짧아져 고개를 한쪽으로만 바라보는 증상이다. 산후 조리원 간호사가 가장 먼저 발견해 알려줬고, 동네 소아청소년과를 거...2015-05-08 18:28:41
[살롱] 조 기자, 고운맘 되다 (9) 레벨2- 잠을 재워라 "아기만 잘 자면 뭐든 하겠어요."출산 2주차 나의 소원이었다.
<자는 딸, 예쁘다>
초보 엄마의 2단계 미션은 아기 재우기였다.
집으로 온 생후 2주 된 딸의 행동패턴은 크게 세 가지였다. 먹거나, 자거나, 울거나.책에서는 아기가 우는 이유가 보통 셋 중 하나라고 했다. '배가 고프다, 기저귀가 찝찝하다, 잠이 온다'가장 어려운 요구는 '잠이 온다'였다. 잠이 오기 시작하면 사정없이 울기 시작하는데, 잠이 들 때까지 안아 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친정엄마는 이것을 잠투정이라고 했다. 처음 듣는 말이었...2015-05-01 15:29:30
조 기자, 고운맘 되다 (8) 엄마되기 레벨1, 젖을 물려라<자료출처: 구글이미지>아기는 현실이 됐고, 나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섰다.엄마가 된다는 것은 단계별로 산을 넘는 일이었다.
그 1단계는 아기 밥 주기, 모유 수유였다.산후조리원은 이 과제 해결을 위한 최적화된 장소였다.조리원에서의 하루는 모든 것이 젖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기대했던 몸조리는 뒷전이었다.(알았다면 조리원을 그렇게 꼼꼼히 고르지 않았을 텐데.)아침은 수유실의 모닝콜로 시작됐다. "아기가 우는데 수유 하실거죠?" 새벽 5~6시부터 전화기는 울리기 시작했고, 나는 매번 엉기적거리며 수유실로 향했...2015-04-24 08:30:23
조 기자, 고운맘 되다 (7) 엄마, 나 엄마 됐어요엄마,
나 엄마가 됐어요.
알고 있었겠지만 딸이에요.
엄마가 그랬죠. 갓 태어난 나를 안고 딸이라서 많이 울었다고.아들을 바래서가 아니랬죠. 엄마가 되는 이 고통을 똑같이 겪어야 할 딸의 운명에 마음이 아팠다고. 갓난 여자 아기를 쓰다듬으며 엄마는 당신과 딸 그리고 여자의 숙명을 안쓰러워 하며 한참 눈물을 흘렸댔죠.
32년이 걸렸네요. 엄마가 예언했던 그 숙명의 시간을 맞이하기까지 말이에요.
엄마의 딸은 딸을 무사히(?) 낳았어요.
꽤 긴 시간이 걸렸고, 중간에 수차례 기권(수술해 주세요!)을 외치기도 했...조고운 기자 2015-04-17 09:26:26
조 기자, 고운맘 되다 (6) 출산법을 고민하다
종일 손목이 시렸다.
컵 하나를 잡는 데도 손목 보호대가 있어야 힘을 줄 수 있었다.
병원에서는 산모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임신 말기에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면서 평소 약했던 부위에 더 통증이 많이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누군가는 허리가, 누군가는 발목이, 누군가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해결책은 출산이었다. 입덧처럼 견디는 것밖엔 방법이 없었다.
배가 솟아 올라서 발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된 후부터는 내 몸이 더욱 낯설어졌다.
...조고운 기자 2015-04-10 09:03:40
조 기자, 고운맘 되다 (5) 환자 아닌 환자 같은 나
'뱃속으로 긴 방귀를 뀌는 기분?'
첫 태동의 느낌이었다. 임신 20주가 지나면서 드디어 아기의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딱지는 한 시간에도 몇 번씩 내 배를 '툭툭' 또는 '스르르륵' 건들며 안부를 전했고, 그때마다 나는 배에 손을 얹어 응답했다. 보이지 않아 불안하고 막연했던 아기가 현실로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현실로 다가온 것은 아기의 발차기만이 아니었다. 임신 중기로 접어들면서 돈 문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병원에서 임신 24주에 맞춰 '산모 당뇨·빈혈 검사'와 '정밀초음파 검사'를 예약했고, 14...2015-04-03 08:4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