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롱] 일상탐독 (끝) 일상탐독/김유경
안녕하세요?일상탐독을 연재해 온 김유경입니다.
일상탐독을 써온지 햇수로 4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2015년 봄부터 지금까지 띄엄띄엄 느릿느릿.짧다면 짧지만 또 길다면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2018년 봄,용기를 내어 이 치...김유경 기자 2018-03-02 16:01:31
- [살롱] 일상탐독 (32) 코끼리 그늘로부터 잔디/이제니기자살롱
어두침침한 기차간 같은 호프집 문을 열고 그들이 전화로 알려준 '안쪽 자리'를 찾아 들어갔을 때, 두 사람은 이미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물기가 싹 가신 오징어와 땅콩, 수차례 비워냈을 맥주잔이 허름한 테이블 위에 어지러이 널려있었고 두 사람 모두 혀...김유경 기자 2018-01-12 14:25:23
- [살롱] 일상탐독 (31) 뜨거운 사람들/이현승 그해 여름은 무더웠다. 모두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덥다, 라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나는 춥기만 했다. 서럽기만 했다. 집에서 새벽 별을 보고 나와 경찰서 형사계와 교통조사계를 돌았다. 어느 누구도 반기지 않았다. 나는 당직관을 깨워 지난 밤의 일...김유경 기자 2017-12-01 15:09:10
- [살롱] 일상탐독 (30) 어니스트 헤밍웨이/노인과 바다 M의 부고를 읽은 건 독일에서였어. M이 죽던 날, 나는 자로 잰 듯 반듯반듯한 그 땅에 출장차 며칠 째 머물고 있었거든. 카페나 식당에 들어갈 때마다 잠깐씩 와이파이를 잡아 한국의 지인들과 연락을 하고 뉴스를 훑어봤지. 그때 M의 소식을 알게 됐어. 솔직히 ...김유경 기자 2017-09-08 15:42:12
- [살롱] 일상탐독 (29) 오세복/밤배 옆자리 동료가 휴가는 어디로 갈 예정이야? 라고 물었을 때 난 이미 다녀 왔어, 밤배를 탔거든. 하려다 그만두었다. 사소하다 못해 미미한 것들, 그러나 알고보면 가장 중요한 삶의 비의(秘意)를 숨긴 것들. 그것들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편이 낫다. 게다...김유경 기자 2017-08-04 14:22:44
- [살롱] 일상탐독 (29) 윤선도/오우가(五友歌) 왜, '브레멘 음악대'라고 있잖아요? 아시죠? 그림 형제가 쓴 독일 전래동화. 주인에게 버림 받은 늙은 당나귀가 유랑악단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브레멘을 향해 떠나는… 조금은 서글프고 조금은 아름다운 그 이야기 말이에요. 당나귀는 홀로 떠나는 방랑의 길에...김유경 기자 2017-07-21 15:49:11
- [살롱] 일상탐독 (28) 박준/환절기
그녀가 남편의 멱살을 잡은 건 지난 봄, 가까운 유원지로 드라이브를 가서였습니다.그녀가 운전을 하고 남편은 조수석에 앉았었죠.드라이브는 그녀가 먼저 제안했습니다.아이는 이런저런 과제들을 하러 일찌감치 집을 나섰고그녀와 남편 둘이서 주말을...김유경 기자 2017-07-07 15:18:02
- [살롱] 일상탐독 (27) 김용택/그동안나는 지금까지 많은 잘못과 과오를 저질러 왔는데,아마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럴 것이다.
반성하거나 조심하는 마음과는 상관없이그 자체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어떤 필연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내게 닥쳐올 미래는자비로운 면보단 ...김유경 기자 2017-02-03 15:09:36
- [살롱] 일상탐독 (26) 황정은/복경 여자를 처음 본 건… 10월 말에서 11월 초순 사이였을 것으로 기억된다. 탐욕스럽게 두 눈을 희번덕이는 많은 여자들 사이에서였다. 여자는 제대로 먹지 못해 발육이 늦은 불우한 여고생처럼 왜소한 몸으로, 뿌리가 하얗게 샌 머리를 한 가닥으로 질끈 묶고 ...김유경 기자 2017-01-06 14:26:59
- [살롱] 일상탐독 (25)김소연/이별하는 사람처럼 처음부터 결혼하자 덤비던 남자가 있었다. 차를 마시자 해서 마셨더니 밥을 먹자고 했다. 밥을 먹었더니 술을 마시자 했다. 술을 마셨더니 술도 깰 겸 좀 걷자고 했고 걷기 시작하자 불쑥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싶어요. 결혼 시기...김유경 기자 2016-12-23 14:11:13
- [살롱] 일상탐독 (24)윤동주/별 헤는 밤오늘은 친구 S의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합니다.엄밀히 말하면 S가 홀로 지나와야 했던 어떤 특정한 시기,달리 말해 저 같은 철부지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면 될까요.
짐작하건데,윤동주 시인에게는 별 헤는 밤이 있었겠죠.별 하나에 추억과...김유경 기자 2016-12-05 22:00:00
- [살롱] 일상탐독 (23) 박재삼/아득하면 되리라광장으로 나갔다.곧 닥쳐올 겨울을 알리는 가을비가 내린 저녁이었다.다음날 주최 측은 1만, 경찰은 4000이라는 집계를 내놨다.그 숫자엔 분명 내 머리통 하나도 포함되었을 것이다.눅눅한 땅 위에 종이를 깔고 앉았다. 구호도 외쳤다.
그를 만난 날은 2년 ...김유경 기자 2016-11-29 16:23:24
- [살롱] 일상탐독 (22) 조경란/후후후의 숲 이것은 아주 짧은 이야기예요. 이것은 또한 볼펜 한 자루에 관한 이야기, 달리 말하면 밍크코트 한 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아, 어쩌면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 그 부질없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가을비가 내리던 목요일 오후였...김유경 기자 2016-11-08 13:50:35
- [살롱] 일상탐독 (21) 박서영/돌의 주파수 다짜고짜 이름이 안 좋다고 했다. '허어… 어디 가서 물어보면 아가씨 이름 안 좋다는 말 안 하던가?' 남자는 그렇게 혼잣말도 아니고 묻는 말도 아닌 말을 하더니 입을 쩝쩝 다셨다. 푸르죽죽한 입술 사이로 누런 앞니가 얼핏 보였다. '아… 네.' 당황스러워...김유경 기자 2016-10-21 15:18:24
- [살롱] 일상탐독 (20) 정호승/슬픔이 기쁨에게 S. 너 잘 지내니. 내가 네 이름을 불러보긴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차분히 앉아 네 모습과 표정, 음성을 떠올려보는 것도.
살면서 종종 네 생각을 했다. 차가운 유리창을 스치던 손길, 해질녘 운동장에 서 있던 한 남자아이의 가...김유경 기자 2016-09-30 14:25:38